유통경로 3단계로 단순화......재고무제 말끔하게 해결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고차 도매업체인 자크사는 요즘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회사로 꼽힌다. 지난 93년 10월 창업 이후 3년여만에 연간매출액이 2백20억엔(97년3월기)을 돌파하는 등 맹렬한 기세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이 회사의 성장비결은 우선 복잡한 중고차 유통경로를 독자적인 방법으로 간소화시켰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중고차를 사고 파는소비자와 중고차판매점 사이에서 양자를 연결시켜 쌍방의 요구를만족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중고차 매매방식으로 급성장하고 있는것이다. 특히 이 회사는 중고차 도매업체들이 최대의 골칫거리로여기는 재고문제를 말끔하게 해결, 고속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중고차의 일반적인 유통경로는 「소비자(파는 사람)-중고차판매점-중고차도매업자-중고차경매-중고차판매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비자가 자동차를 새로 살 때 중고차판매점에 넘기는 중고차(그때까지 타던 차)가 근처의 중고차 도매회사에 모이고, 이것이 다시 전국 각지에서 매일같이 개최되는 중고차 경매에 출품된다. 그런 다음 공식적인 경매절차를 거쳐 여기에 참가한 중고차판매점 가운데한 곳이 낙찰받아 이를 소비자에게 파는 식이다.하지만 자크사는 이런 유통경로에 일대 변화를 가했다.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 「소비자(파는 사람)-자크사-중고차판매점」으로 단순화시켰다. 아주 복잡해 보이는 기존의 6단계를 3단계로 크게 단축시킨 것이다. 또 경로의 특성상 소비자와 중고차판매점 모두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의 경우 타던 차를 중고차판매점에 넘길 때의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팔수있고, 중고차판매점 역시 경매를 통해 중고차를 구입하는 것보다싼 가격에 살 수 있어 「누이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중간마진 줄여 소비자, 판매점 이익 추구기존의 중고차 유통경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유통경비다.앞서 말한대로 6단계를 거치다보니 과도한 유통경비가 추가되고 이것이 결국 중고차 값을 올리는 주범 노릇을 한다. 중고차에 따라다르지만 보통 가격 면에서 15~20% 정도 높아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자크사는 여기에서 몇몇 과정을 생략하고 중간마진을줄임으로써 새로운 개념의 중고차 유통경로를 만들어냈던 것이다.단순하게 말하면 자크사는 소비자(파는 사람)로부터 기존에 타던차를 비싸게 사서 마진을 아주 적게 붙인 다음, 이를 중고차판매점이 경매를 통해 구입하는 것보다 더 싼 가격에 파는 것이다.그러나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이유는 중고차판매점의 경우는 자동차를 팔기 직전에 사고 싶어하고, 소비자는 자동차를 구입하기 직전에 팔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양쪽의 「팔 때」와「살 때」는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간과 장소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를 메워주기 위해 경매와 같은 중간단계가 존재한다.만약 아무런 장치도 없이 양쪽의 욕구를 만족시키고자 한다면 자크사가 대량의 재고를 안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많은 운송자금이 필요하게 되고, 중고차를 보관하기 위한 넓은 공간도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사업을 하기에 장애가 많은 것이다.그래서 자크사의 창업자인 와타나베 회장이 생각해낸 것이 소비자와 중고차판매점을 효과적으로 연결, 짧은 시간 안에 중고차가 판매될 수 있는 유통망을 만드는 것이었다.이를 위해 와타나베 회장은 우선 자동차잡지 등을 통해 중고차를팔 사람을 모집했다. 자크사는 이들에게 「다음에 언제, 어떤 자동차를 얼마에 사고 싶으냐」는 질문을 던져 답을 얻어낸 다음 이를데이터베이스화했다. 대부분의 경우 차를 파는 사람들은 나중에 유력한 구매자가 된다는 사실에 착안했던 것이다.이어 자크사는 여기서 얻은 정보를 중고차판매회사에 제공했다. 중고차판매점 입장에서는 이것을 잘만 활용하면 잠재 고객, 다시 말해 잠재적인 수요자를 찾을 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중고차를 파는사람들의 상당수는 신차를 사기 때문에 중고차 매각자 리스트가 곧중고차 매입희망자 리스트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중고차판매점에있어서 이런 자료는 아주 유용하다. 중고차를 매입하자마자 이를곧바로 팔수 있는, 구매 가능성이 있는 소비자 리스트를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점은 아주 큰 것이다.한편 자크사는 소비자들한테는 중고차판매점에 도매로 넘긴 자동차가 아직 남아 있는지 어떤지에 대한 재고정보를 줬다. 이는 중고차를 사들일 때 자동차의 종류, 연식, 엔진 등의 상태를 기록한 것을바탕으로 여기에 그 후 어느 중고차판매점에 팔았고, 현재 어떻게되어 있는가를 추적조사한 내용을 덧붙여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자료들 역시 본사에 데이터베이스화 되어 있다.◆ 텔레마케팅 분야 진출 예정자크사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소비자들은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를 팔고 다른 중고차를 사려고 하는 경우 중고차판매점을 돌지 않아도 매입할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 결국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소비자, 중고차판매점 모두 자동차를 팔거나 사는 것이 쉬워졌고, 주인공인 자크사는 매입한 중고차를 곧바로 판매점에 넘기기가 쉬워져 재고를 크게 줄일수 있는 것이다.자크사는 지난해 3만5천대의 중고차를 사들였다. 하지만 유통망의강점 덕분에 전체의 약 60%를 매입한 후 평균 2주만에 중고차판매점에 넘기는데 성공했다. 나머지 40%는 중고차경매에 출품해 처분했다. 다른 경쟁업체들이 대부분 경매를 통해 처분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주 대조적이다.중고차는 지역성이 아주 강한 품목이다. 워낙 덩치가 크다보니 이를 운반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홋카이도에 있는 중고차를 오키나와의 구매희망자에게 옮기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이 회사가 지역성을 벗어나기 위해 삿포로와 나고야, 오사카, 후쿠오카 등 전국 38개소에 중고차 취급점을 설치한 것도 이런 사정과밀접한 관련이 있다.지역성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전국적인지점망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중고차 도매업체 입장에서 중고차를 사들일 때 가격에 대한 정확한조사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격을 매기다가 거래가 취소되는 사례도 적잖다. 이에 따라 자크사는 논란의 소지를 아예 없애기 위해가격을 매기는 수순을 매뉴얼화했다. 특히 누구든 수긍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방법으로 가격표를 만들어 이용하고 있다.자크사가 자랑하는 또 다른 강점은 다른 업체들과의 원활한 정보교류다. 본사의 중고차 데이터베이스를 전국의 중고판매업체들과 온라인으로 연결해 중고차업체들이 자크사의 재고정보를 검색해 사고싶은 자동차를 고를 수 있게 해주고 있다.자크사는 도쿄에서 편의점 등을 경영하고 있던 와타나베 회장이 증권회사에 다니고 있던 지인인 스즈키 부사장을 끌어들여 창업했다.시장규모가 약 6조엔으로 추산되는 등 아주 큰데다 장래성도 있을것으로 판단했다.그러나 사업 초기에는 고생도 많이 했다. 5만~6만개사로 추정되는중고차판매업체가 지역밀착형으로 영업을 하고 있어 이를 뚫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던 것. 결국 와타나베 회장은 기존 업체들이 운영하는 방식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차별화된 유통방식을 채택, 커다란 성공을 일궜다.앞으로 자크사는 중고차도매 사업을 통해서 축적한 고객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자동차용품 등의 상품을 전화로 고객에게 파는텔레마케팅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한 오는 2천년까지 지금의매출액 수준을 지금보다 30% 이상 늘어난 3백억엔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닛케이 비즈니스 designtimesp=8446> 정리·김상헌 기자★ 실리콘 밸리 어떻게 탄생했나실리콘밸리는 스탠퍼드대학을 떼놓고 말할 수 없다. 실리콘밸리가오늘날 벤처메카가 된데에는 바로 스탠퍼드대학에서 나오는 인재와자금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탠퍼드대학과 실리콘밸리를 말하면서 빼놓을수 없는 인물이 1982년 작고한 터만교수다.1938년 스탠퍼드대학의 터만교수(전자공학 전공)는 제자인 윌리엄휴렛과 데이빗 패커드에게 5백38달러를 빌려주면서 계측장비인 오디오 오실레이터를 개발하도록 했다. 공장 및 사무실은 다름아닌캘리포니아 팔로 알토에 있는 휴렛의 차고였다. 두 사람은 동부의대기업 제너럴 일렉트릭이 제공하는 안정된 직장를 포기하고 모험에 찬 창업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프레드 터만교수는 이후에도 많은 학생들이 팔로알토에 남아 전자회사를 차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터만교수는 2차대전후 과학기술분야에 엄청난 투자가 이뤄질 것을 예견하고 이 지역을 지식중심지역으로 육성하려 한 것이다.터만교수는 제자들이 취직보다는 창업하도록 적극적으로 돌보는 한편 대학 인근 기업체의 직원들이 대학에서 첨단기술 교육을 받을수있는 산학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는 팔로 알토 일대에 리서치파크설립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로 인해 스탠퍼드대학이 산업계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