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전환 7년만에 자산건전성·생산성1위 은행 변신

미국의 유력한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 designtimesp=8409>은 지난 9일 국내은행들의 인수합병에 대해 기존과 다른 논조를 피력했다. 하나은행이 보람은행과 합병한다는 사실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부실은행들끼리의 합병이 또다른 부실은행을 양산한다는 기존 시각과는 달랐다.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미달은행이 생존을 모색하는합병이 아니라 한단계 도약하려는 자발적인 결정이라고 높이 평가한 것이다.하나은행에 대한 외국언론의 긍정적 평가는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찍부터 하나은행의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에 대해 외국에서더 높게 평가했다. 93년 금융전문지 <유로머니 designtimesp=8412>는 하나은행을 한국의 베스트은행으로 선정했다. 자산규모는 작지만 영업수익률이높고 동양적 경영스타일을 서구적인 금융기법과 잘 조화시켰다는게선정이유였다. 지난해 6월에는 <파이낸스 아시아 designtimesp=8413>가 하나은행을한국최고의 은행으로 선정했다. 역시 자산구성이 양호하고 수익성이 높은 점을 인정했다.하나은행은 외국언론의 평가를 외자유치에 활용했다. IFC(국제금융공사) 등 외국자본을 유치해서 자기자본(자본금+잉여금)을 8천9백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결과적으로 IMF체제이후 은행산업 재편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게 됐다. 91년7월 한국투자금융에서하나은행으로 전환한지 7년만의 성과다. 하나은행의 고속성장에는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다음 3가지가 결정적 역할을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업우선주의를 추구한 경영진하나은행의 성공에는 「철저한 상업주의」로 은행을 경영해 온 최고경영진들의 공이 크다. 윤병철 회장과 김승유 행장의 리더십이절대적으로 기여했다. 윤회장과 김행장은 금융계 선후배이자 서로의 취약점을 보완해 주는 파트너였다. 윤회장은 「독일병정」 「총독」이라는 별명처럼 업무추진력이 강하다. 85년 한국투자금융사장부터 97년 2월 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까지 12년동안 하나은행의 초석을 닦았다는 평을 듣는다.김행장은 은행업무 전반을 속속들이 파악할 정도로 전문성을 강조한다. 「베스트 뱅커가 모인 은행으로 발전시킨 행장으로 남고 싶다」며 임직원들을 양성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금융산업의경쟁력은 임직원들의 전문성과 다양한 경험에서 나온다는 지론에따른 것이다.업무스타일이 달라도 이들은 기존은행의 형식주의 보신주의 관료주의를 타파하려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들은 91년 7월 하나은행으로 전환하는 축제행사를 개최하면서 대형축포를 쏘는 파격으로 시중은행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또 경영의 투명성을 유난히강조한다. 기업현황을 투자자 고객 직원들에게 공개하여 자발적인참여를 유도한다.특히 이들은 능력에 따른 인사제도를 정착시킨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인사청탁을 하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다」라는 분위기를 행내에 정착시킨 평가를 듣고 있다. 학연 지연 등을 동원해 온 기존은행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같은 원칙은 하부조직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능력은 곧바로 연봉으로 이어진다. 행원들은 자신의「몸값」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결과적으로 회사의 순익도증대된다.윤회장과 김행장이 수익성 위주로 경영할수 있었던 것은 정부입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하나은행에 투자한 외국인주주들이 정부의 간섭을 차단하는 방패구실을 해 왔다. 6월말현재 IFC(7.00%) 노무라증권(2.01%)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원칙에 따른 여신관리6월현재 하나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익은 8백27억원. 주택은행 다음의 성적이다. 그러나 일인당 생산성은 국내시중은행중 최고다. 일인당 순익은 9천6백만원이다. 자기자본대비순익(ROE)도 16.39%이고주당순익률(EPS)은 3천1백4원이다. BIS기준 자기자본비율도13.25%에 달한다. 이같은 실적은 전체 9조6천억원의 총여신중 무수익여신(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이 3.30%에 불과할 정도로 신용을 엄격히 관리해 온 결과이다. 부실여신이 적어 순익을 많이 낼수 있었다는 얘기다.하나은행측은 하나은행의 무수익여신 비율이 낮은 이유를 크게 3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부동산보다는 기업의 사업성과 현금흐름을 보고 여신을 제공했다. 신용대출 비율이 75%나 되면서도 무수익여신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신용분석을 철저히 했다는 증거다.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국투자금융시절부터 골드만삭스 뱅커스트러스트 등 세계초일류 투자은행 직원을 임원으로 데려와 선진리스크관리기법을 배웠다. 둘째, 자산과 부채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의 구축이다.97년초 ALM(자산부채종합관리)실을 별도로 독립시켜 유동성 외환금리 신용 유가증권 BIS 등 재무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전무가 주재하는 ALM위원회에서 종합적인 리스크 통제정책과방안을 확립한후 상임이사들이 모여 확정짓는등 경영진들이 리스크관리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셋째가 대출의 투명성과 공정성의확보다. 하나은행은 전무가 주재하는 여신심사위원회에서 대출을결정하지만 대리급 여신심사역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 직원들도 부실여신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고 여신사후관리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원칙대로 제공한 여신이 부도가 날 경우 은행차원의 제재조치가 없음에도 이를 불명예스럽게 생각하고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실제로 담당기업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나면 다른 은행들보다 한발앞서 담보를 잡거나 여신을 회수한다. 예를 들면 하나은행이 기아자동차의 부도 때도 큰 피해를 입지 않았던 것도 다른 은행보다앞서 담보채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당시 하나은행은 기아자동차에 지급을 선 기아자동차판매의 외상매출채권을 회수해 피해를 줄였다. 기업입장에서는 다소 야박할 수 있지만 이같은 노력이 오늘의 명성을 쌓은 것이라고 이형일 홍보팀장은 설명한다.● 실무책임자 중심의 열린 문화하나은행의 사내분위기는 매우 역동적이다. 안정된 직장을 다니는보수적인 은행원이라는 이미지와 다소 거리가 멀다. 오히려 증권사나 종금사와 가깝다. 전문성과 자율성을 존중한다. 이같은 분위기로일반행원들이 회식자리에서 임원들과 담배를 피울 수 있다. 시중은행에서는 감히 생각하기 힘든 일이라고 하나은행 관계자는 들려준다. 윤회장이 직접 연극무대에 단역으로 출연하고 수필집을 낼 정도로 자유로운 사고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이같은 분위기가 가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제2금융권에 뿌리를 둔 은행답게 업무처리도 신속하다. 일선영업점에서는 「48시간대출제도」를 도입하여 대출여부를 고객에게 신속히 알려준다. 경영진들은 스피드경영을 도입하기 위해 의사결정단계를 대폭 축소했다. 각종 실무권한을 대리 등 하부조직으로 넘겼다. 또 하나은행은 임직원들의 윤리의식을 매우 강조한다. 시중은행보다 30%정도 급여를 더많이 주는 대신 고객들로부터 대가를 받지말라고 주문한다. 윤리의식을 망각한 한두명의 은행원이 전체 조직을 망칠 수 있다는 선진국의 경험에서 배운 결론이다.이같은 기업문화는 하나은행이 금융환경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수 있는 내부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이형일 홍보팀장은 설명한다. 위로부터 강요하는 것이 아닌 행원들의 자발적인 노력의 산물이라고 들려준다. 이팀장은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조하는 사내문화가 정도를 걷게 했으며 단기간에 고속성장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강조한다. 제도나 시스템이 시중은행에 비해 특별히 우월하기보다는 행장부터 일반행원까지 원리원칙을 지키도록 강요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21세기 리딩뱅크로 도약하는 힘이라고 주장한다.★ 인터뷰 / 김종열 하나은행 경영전략본부장"선진금융기법 원칙대로 활용했다"『남들보다 앞서 선진금융기법을 도입했고 이것을 영업마인드로 무장한 행장이하 임직원들이 원리원칙대로 활용한 것이 고속성장의원동력입니다.』김종열 하나은행 경영전략본부장이 분석하는 성장배경이다. 김본부장은 신용대출업무를 취급했던 단자사의 경험과 자율적인 기업문화그리고 하부로의 권한이양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밝힌다. 이같은 경험을 토대로 금융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보람은행을 합병하게 됐다고 들려준다.▶ 지금까지 경쟁관계였던 두은행이 하나가 되기 위한 준비는 어떻게해나갈 것인가.『통합사무국을 9일 발족하는등 모든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중이다.구체적인 내용은 사무국을 통해 처리해 나갈 방침이다. 두은행 모두 인수합병 경험이 있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1년 단자사에서 은행으로 전환할 때 외부인사를 대량 스카웃하면서 서로 융화되는 법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또 사업부제와 연봉제를 도입해서 능력에 따른 보상을 실시할 예정이다. 앞으로 어느은행출신인가보다는 통합은행에 얼마나 기여하는가로 평가받을 것이다. 업무평가도 외부컨설팅업체에 맡겨 인사고가에 따른 잡음을사전에 차단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이 단기간에 정상급 은행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딱히 무엇이라고 꼬집어 말하기 곤란하다.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굳이 말하자면 「선진금융기법과 동양적 기업문화의 조화」에 있다고 할수 있다. 선진금융기법은 각종 여수신업무를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경영에 따른리스크를 과학적이고 통합적으로 관리한다는 얘기다. 동양적 기업문화는 한국현실에서 은행원들이 자발적이고 창의적으로 근무케하는 직장문화다. 이들이 조화를 이뤄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