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하 시기 초미관심....열쇠는 일본과 러시아 경제 회복

◆ 일본일본은행이 지난 9일 단기금융시장에서 유도하고 있는 무담보 하루물 콜금리를 연 0.25% 전후로 끌어내리기로 결정했다. 금융조절을통해 연 0.45%였던 금리수준을 또다시 제로%에 근접하는 수준으로까지 인하하기로 한 것이다. 공정보합(재할인율)을 사상최저수준인 0.5%로 인하한지 만3년만에 다시 금융완화조치를 내린 것이다. 일은은 필요할 경우 유도목표와는 관계없이 자금공급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이같은 단기금리의 전격적인 인하유도는 바로 시장불안심리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일은은 지난 3년동안 0.5%라는 사상최저수준의재할인율정책을 실시해왔다. 경기부양을 위해 초저금리정책을 고집해온 것이다.그런데도 경기가 회복되기는 커녕 점점 더 악화돼왔다. 물가가 하락하면서 수요가 침체되는 디플레이션현상이 심화돼왔다. 엎친데덮친격으로 러시아경제까지 위기에 몰리면서 뉴욕주가가 폭락하는등 세계금융시장이 흔들거리고 있다. 이로인해 일본금융시스템에대한 우려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경기악화에 따른 리스크를 덜기 위해 일은이 추가적인 금융완화조치를 실시하고 나선 것이다.일은의 이번 조치로 장단기금리는 일제히 큰폭으로 떨어졌다. 10일도쿄금융시장에서는 무담보 콜 하루물의 가중평균금리가 0.23%선으로까지 떨어졌다. 유도목표선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장기금리지표인 국채(1백82회, 표면이율 3%)금리 또한 0.84%로 전날에 비해 0.165% 포인트가 떨어졌다. 사상최저 수준을 경신한 것이다.문제는 일은의 금융완화로 경기회복과 시장안정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일부에서는 이번 조치를 디플레이션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한 「최후의 결단」으로 평가하고 있다. 세계경제에 파급되고 있는 「부(負)의 연쇄」를 차단하기 위한 선진국간 정책협조의 연결고리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산와은행측은 『기업실적 악화로 미국이 조만간 금융완화조치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금융정책을 인플레이션경계형에서 경기중립형으로 전환하겠다』는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이사회(FRB)의장의 발언은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것이라는게 이들의분석이다. 이들은 미일간 금리차 확대에도 불구하고 29일 열리는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 때까지는 엔화가 급락하지 않고 달러당 1백35엔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이에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초저금리를 내용으로 하는 금융완화로는 디플레이션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금융완화가 예금 저금에 의존하는 연금생활자의 소비를 위축시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완화를 계기로 금융기관의 대출기피현상이해소될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자기자본비율규제에 대비한 금융기관의 융자감축으로 신용창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같은상황에서는 통화공급증대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이들은 『설비투자 증대 등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우에노 후지증권 수석마켓이코노미스트)으로 지적한다. 금융완화조치가 일은 단독으로만 그칠 경우 엔약세가 또다시 진행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실제로 시장반응도 냉담하다. 10일 도쿄주식시장에서는 닛케이 평균주가가 89엔 떨어진데이어 다음날에는 무려 7백엔 정도가 떨어졌다. 금리가 떨어지면 주가가 오른다는 이론이 통하지 않은 것이다.일은의 금융완화조치가 실물경제에 별다른 효과를 미치기가 어려울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일은의 결단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금융안정화방안이 조속히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금융재생관련법안을 둘러싼 여야당간 신경전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얘기다. 감세 등 경제활성화대책도 아울러 마련돼야할 것이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과의정책공조체제도 강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금융완화정책만으로는 위기를 처방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미국세계 경제가 「동시 공황」의 벼랑 끝에서 벗어나는가. 미국이「반 인플레 정책」의 날개를 접고 금리 인하에 대한 검토에 착수함으로써 세계 경제가 아연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클린턴 미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과 러시아 정정(政情)의 악화로 주요 증시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지난주 초반에는 세계 증시가 일제히 큰 폭의 반등세를 보이기도 했다.특히 지난 8일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 존스 주가지수가 1일 기준으로 사상 최고 폭인 3백80.53포인트나 치솟는 대활황 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또 빈사 상태를 헤맸던 도쿄 홍콩 등 주요 증시도 모처럼만에 쏟아진 「사자」 주문 공세로 주름을 펴는 모습을 보였다.이처럼 주요 증시가 「반짝 장세이나마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했던것은 상당 부분 「그린스펀 효과」의 덕분이라는데 이견을 다는 전문가들은 별로 없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사흘간의 노동절 연휴 직전인 지난 4일 저녁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행한 특강을 통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그린스펀의 이날 연설 가운데 금리와 관련된 부분을 정확히 옮기면『FRB는 더 이상 인플레를 당장의 주된 위협 요소로 보지 않고있다』는 정도다. 금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그러나 월가의 투자자들은 주저 없이 이 말을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린스펀 의장이 얼마 전까지도 잠재적인플레를 경고하며 언제든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던 것에비춰보면 일대 방향 선회라는 측면 때문이다.더구나 그린스펀은 이날 연설에서 해외 경기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세계의 다른 나라들이 경기 하강을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만 온전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대목이 그것이다. 유럽과 아시아 등의 주요국들이 세계 동시 공황을 예방할 「최후 수단」으로 미국의 금리 인하를 강력히 요구해온데 대한 「화답」으로 해석될 소지가 충분하다.미국의 금리 인하는 달러 강세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림으로써 대미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상당수 개도국들에 숨통을 터주는 촉매제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미국이 금리를 내릴 경우 유럽 등 다른 선진국들의 연쇄적인 금리 인하를 유발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이렇게 될 경우 선진국들에 엄청난 빚을 지고 있는 개도국들이「외채 중압」을 어느 정도 덜어내는 효과도 기대된다. 실제로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 10일 그린스펀에 화답이라도 하듯 기준 금리를0.25%로 인하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독일도 곧 금리 인하 행렬을뒤따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무엇보다도 전문가들이 중시하는 「그린스펀 효과」의 백미는 그동안 국제 경제계에서 지적돼 온 「세계적 지도력 부재」의 우려를씻어냈다는 점이다. 세계가 동반 불황의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는데선진국의 어느 지도자들도 선뜻 책임있는 처방을 제시하지 못하고있는데 대한 비판과 불안감이 비등해온 터였다.그린스펀의 버클리 발언은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올라서 있는 미 FRB의장이 마침내 「행동」을 개시했다는 의미로까지 해석되면서 침체돼 있던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다.남은 관심사는 금리 인하의 시기다. 오는 29일로 예정돼 있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곧바로 인하 조치가 취해질 지, 아니면 그린스펀 특유의 「뜸들이기」가 당분간 지속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그러나 설령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그 효과는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최근 세계 경제에 동시 공황의 그림자를 드리워온 주요인은 일본과러시아의 경제 위기이며, 이들 문제는 미국의 금리 인하로 치유될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세계 경제를 동시 공황의나락에서 확실하게 건져낼 「열쇠」는 일본과 러시아의 정책 당국자들 손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이들 국가가 그린스펀의 발언에 어떻게 대꾸하느냐에 따라 모처럼 온기를 되찾은 세계 경제는 언제든벼랑 쪽으로 뒷걸음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