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자동화로 전년비 47% 급증, 감원없이 4개공장 풀가동 'IMF겁안나'

작년 10월16일 경남 양산의 한국수출포장공장에 일본인 31명이 들어섰다. 이들중엔 협화단보루의 다카키회장을 비롯, (주)고화의사장, 이토추지펄프의 상무 등 일본내 골판지업계의 대표들이 대거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공장라인을 1시간여동안 꼼꼼히 살펴봤다.그리고 한결같이 감탄사를 던졌다.이들이 방문한 양산공장은 전자동화된 공장일 뿐 아니라 아직 일본업체도 갖추지 못한 첨단시설. 골판지 원지와 골심지를 투입, 원단을 만들고 인쇄를 거쳐 상자가 되어서 나오는 라인으로 총길이가 2백m에 이른다. 상자는 곧바로 트럭에 적재할 수 있게 돼 있다. 적어도 40명 정도가 붙어 일을 해야 했으나 자동화로 무인운전이 가능해졌다. 이 라인은 이 회사의 안성공장에 이어 두번째로 건설된것. 두 공장은 국내 골판지업계 경영자뿐 아니라 일본기업인들의단골 견학코스가 되고 있다.양산공장은 자동화 시설에만 총 50억원이 투입됐다. 이 설비를 건설키로 했을 때 주위에선 모두 말렸다. 그 돈이면 제지설비를 하나더 놓지 뭣하러 쓸데없는 짓을 한단 말인가. 하지만 허용삼사장(54)의 생각은 달랐다. 이것이 완료되면 일관생산체제에 완전자동화가 가능, 타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 확신했다. 일관생산체제는 종이에서 상자까지 모두 만드는 것을 말한다. 수집된 고지를 재활용, 골판지원지와 골심지를 만들고이를 원재료로 원단과 상자까지 제조한다. 단일기업안에 이런 일관생산체제를 갖춘 회사는 국내기업중 한국수출포장이 거의 유일하다.◆ 단일기업 일관생산체제 ‘국내 유일’일관생산체제및 라인자동화는 IMF이후 진가를 나타내기 시작했다.올들어 적자를 내거나 문을 닫는 기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한국수출포장은 오히려 매출이 크게 늘고 순익도 급증했다. 상반기 매출은5백3억원. 작년동기보다 47% 늘었다. 반기순익도 76억원에 달했다.연말까지는 매출 1천억원 순익 1백억원을 각각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상 최대 매출과 순익을 시현하는 것이다.이런 경영성적 덕분에 한국수출포장은 IMF에도 단 한명도 감원하지 않았다. 다만 7백%인 상여금을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1백%깎았을 뿐이다. 4개공장은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이왕 할바에는 제대로 하자」.허사장의 경영철학이다. 설비도 갖추려면 제대로 갖추고 제품도 생산하려면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자는 것. 그는 이런 신념으로 30년동안 골판지일을 해왔다. 일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중앙고등학교졸업후 한국수출포장 자재담당 직원으로 입사했다. 이 회사는 부친인 허석락회장이 57년에 창업한 회사. 허회장은 가마니에 수출품을담아 내보내는 것을 보고 수출포장물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한국수출포장을 창업했다. 허용삼씨는 부친이 경영하는 회사니만큼 과장이나 부장으로 입사할 수도 있었지만 말단직원으로 들어가 바닥을 훑었다. 생산직원으로 직접 기계를 돌리고 상자를 날랐다.82년 사장으로 취임했을 땐 부산과 오산에 2개 공장만이 있었다.경영전권을 물려받은뒤 사업확장에 나섰다. 방향은 수직계열화. 골판지 원지에서 원단 상자에 이르는 완제품을 모두 생산해야 제품의경쟁력이 높아진다고 판단한 것. 이에따라 안성과 양산에 추가로공장을 건설했다.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골판지상자의 수요가 앞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이고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누가 싸게 만드느냐에 달려있다는게 그의 분석이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한때 사용되던 사과 등을 담던 나무상자는 자취를 감췄다.골판지 상자가 우리 주위에서 얼마나 많이 쓰이는지는 만일 골판지업체들이 공장가동을 중단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를 상상하면 쉽게알수 있다. 우선 TV 냉장고 오디오를 비롯한 전자제품은 당장 포장재를 찾지 못해 유통이 중단된다. 뿐만 아니라 과자 농산품 음료수 의류 등의 유통도 대혼란을 겪게 되며 수출 역시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이처럼 물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품인만큼 시장성은매우 밝다고 본 것이다. 대신 골판지상자는 일회용인만큼 값이 싸야 했다. 이는 수직계열화와 자동화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판단했고 이게 적중했다.◆ 전국10개 생산시설 갖추는게 꿈그는 IMF로 대부분의 기업이 투자에 몸을 사리고 있는 가운데서도지속적으로 설비투자를 하고 있다. 부산공장의 원지생산능력을 올들어 하루 1백t에서 1백30t으로 증설했다. 오산공장도 하루 4백20t에서 4백80t으로 늘리고 있다.그의 포부는 앞으로 몇년안에 전국에 10개의 생산시설을 갖추는것. 골판지상자의 경쟁력은 생산원가절감뿐 아니라 물류비용을 줄이고 최단시간내에 납품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는 판단 때문. 특히 수요업체들이 자체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단기납품을 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권역별 생산체제를 갖추는게 필수라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렌고사는 지역별 생산및 유통체계를 갖춰 일본내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게다가 경쟁력없는 기업은 빠른 속도로 쓰러지고 경쟁력있는 업체로 주문이 더욱 몰리는 양극화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그렇다고 양적 성장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품질고급화에도 정열을 쏟고 있다. 개발중인 강화골심지가 대표적인 예. 골심지 강도가높아지면 그만큼 상자강도가 높아져 내용물 파손을 막을 수 있고상대적으로 비싼 표면지 사용도 줄일 수 있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허사장의 취미는 운전. 그는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서울 서초동 본사에 출근하며 이어 오산 안성 등지의 공장과 거래처로 직접 차를몰고 다닌다.또 종업원 복지와 교육에도 신경을 써 해마다 20명씩 해외연수를보내고 사내에서 영어 일어 연수를 시키는 한편 업계의 공정거래질서확립운동을 주도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따라최근에만도 3개의 큰 상을 받았다. 96년 상공인의 날 금탑산업훈장과 97년 조세의 날 표창및 경실련의 경제정의기업상 등.『일본은 한국보다 15배나 많은 골판지상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이는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골판지상자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을 뜻합니다. 좋은 품질의 골판지를 싼 가격에 만들어 제조업체들이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허사장은 고객이 꼭 필요로 하는 기업을 만드는데 강한 사명감을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02)525-2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