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휴대전화 시장은 계속 팽창하고 있지만 그 기세가 누그러질조짐은 전혀 없다. 보유대수 1천5백40만대를 기록, 유럽 최대의 휴대전화 시장인 이탈리아에서는 벌써 올 상반기에만 4백만대의 새휴대전화가 팔렸다. 국민 두사람당 거의 한대꼴로 휴대전화를 보유한 핀란드에서도 올해 6명중 한사람꼴로 새 전화로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통화속도와 도달범위가 앞으로 계속 향상될 것이란 전망아래 이동통신업자들의 주가도 한껏 치솟았다. 지난주 대규모 시장재편으로기술분야 주식이 전반적으로 큰 타격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최대업체 텔레컴이탈리아모빌(TIM)은 지난해 12월 이후 주가가7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의 선두주자로 전유럽에 걸친네트웍 구성에 가장 큰 열의를 보이는 보다폰(Vodafone)은 지난연말 이후 주가가 두배가 넘게 뛰었다. 9월 중순 나온 보도에 따르면 보다폰은 높아진 주가를 무기삼아 미국 굴지의 이동통신업체 에어터치(Airtouch)의 국제사업부문을 인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그 중에서도 오렌지(Orange)가 올린 성과는 놀랍다. 지난 94년 영국시장에 맨 마지막인 네번째로 진출한 오렌지는 비록 내년까지 손익분기점에 이르지는 못하겠지만 현재 16.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혁신적인 마케팅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다 경쟁력있는 브랜드를 가진 이 업체의 주가는 지난주 내림세로 돌아서기전까지 9개월동안에 두배 이상의 급등세를 보였다.주가가 이렇게 오른데는 대부분의 이동통신업체가 기존통신회사에소속돼 있어 외부세력이 통신분야에 대한 투자를 할 기회가 제한돼있다는 것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무선통신사업에 대한 장기적 잠재력이 대단할 것이라는 믿음은 계속 커지고 있다. 몇몇 공격적 업자들이 공언하고 있는 것처럼 일부 투자자들도 이제는이동통신이 단순히 기존의 고정식 전화를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완전히 대체할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오렌지는 「유선에서 해방된」 사회를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는 통신업체다. 오렌지는 아예 이같은 뜻인 「와이어프리(wirefree)」라는 단어를 상표로 등록했다. 이동통신이 목소리를 전달해 주는 것뿐 아니라 많은 고속 데이터의 전달에도 사용될 것이라는 게 오렌지의 믿음이다. 유선과 무선서비스를 한데 합친다는 「유무선 통합」개념은 무선통신이 유선전화의 필요성을 아예 없애버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그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일고 있다. 유선이든무선이든 전화 하나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면 굳이 두 종류를 다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기존통신업체들도 무선분야에 대해 투자를 하고 있지만 자신들이지금 갖고있는 시장지배권과 많은 돈을 들인 유선망을 물거품으로만들지도 모르는 「무선통신의 앞날」에 대해 위협을 느끼고 있다.이런 위협을 떨치기 위해 기존업체들은 유선통신의 사용요금을 내리려 할 것이고 유무선통신을 통합할 때 얻는 이익을 강조할 것이다.BT는 원폰(Onephone)이라는 기능을 도입했다. 이것은 두가지 모드가 가능한 전화기로 집에서는 무선 디지털방식을 사용하고 밖에서는 GSM 방식을 쓸수 있게 한 것이다. 전기회사인 비아크AG와BT, 텔레너(Telenor)가 합작해 독일에 세운 비아크인테르콤(ViagInterkom)은 야심적이지만 기술적으로 위험성도 있는 유무선 통합네트웍을 구축하는데 42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비아크인테르콤은이것이 세계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이동전화 ‘필수’ 유선전화 ‘선택’이와 대조적으로 오렌지는 통화품질 개선에 치중한다. 오렌지의 한스 스누크 이사는 유선전화망을 대체하는데 필수적인 것은 긴 도달범위와 좋은 통화품질이라고 주장한다. 오렌지는 이를 위해 내년까지 6천개의 기지국에 13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오렌지의 기지국수는 보다폰보다 50% 더 많다. 2001년까지 오렌지는 기지국을 1만개로 늘릴 계획이다. 기지국이 많으면 실내에서건 이동중이건 통화를 더욱 쉽게 할 수 있다.2004년까지 영국시장 점유율을 지금의 16.5%에서 50%까지 올릴것이라는 오렌지의 예측은 사실 낮게 잡은 수치다. 실제로 메릴린치 투자은행은 오렌지의 점유율이 60%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어쩌면 이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한 시장에서 무선통신의 점유율이 일단 15%를 넘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빠른 속도로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이 이동전화를 사용하다보면 점차로 「이동전화는 필수, 유선전화는 선택」이 돼 버리는것이다. 이와 관련해 오렌지의 스누크는 앞으로 10년 안에 목소리든 데이터든 통신의 90%는 무선 네트웍이 되리라는 확신을 갖고있기까지 하다. 이렇게 되면 거의 모든 가정이 한 대 이상의 무선전화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이동전화의 성장을 예견하는 이유는 뭘까? 통신컨설팅사 양키그룹유럽이 사용자의 행동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무선사용자들은 무선통신은 도달범위가 넓고 통화품질이 좋은 데다, 유선전화보다 높은 사용료도 기존전화의 유지비에 비해 그렇게 많은 비용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오렌지는 국제통화를 BT보다 20% 싼 가격에 서비스하고 있다. 또통화빈도가 낮은 시간에 50페니로 하루에 20분동안 통화를 할 수있는 「매일통화(Daily Talk)」라는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다. BT와비교해 볼 때 오렌지의 서비스를 사용하면 연간 약 3백파운드(5백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데이터나 혹은 넓은 대역폭을 가진 동화상과 같은 것을 전송할 때무선과 유선 중 어떤 것이 유리한지 평가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최대한 빠른 속도로 전달하는 큰 회사들은다 유선통신망을 사용한다. 그러나 여기서도 새로운 무선통신기술은 유선통신망의 이점을 얼마간 잠식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4년동안에 데이터를 무선으로 전송하는 속도가 급속하게 개선돼 99년이면 ISDN과 같은 처리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UMTS기술에바탕을 둔 제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개시되는 2002년이면 무선통신의 정보전송 능력은 현재의 가장 빠른 다이얼식 유선모뎀들보다 40배나 커지게 될 것이다.전문가들은 새로운 무선통신 기술이 가격경쟁력만 있다면 정보전송에 있어서도 적어도 유선망과 같은 비중을 가진 양대 통신메커니즘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언제 어디서든 컴퓨터를 켤수 있는시대를 현실화시킬 기술은 뭐니뭐니 해도 무선통신이라는 것이다.앞으로는 랩톱 컴퓨터의 칩이나 인터넷 연결장치의 여러가지 부속장치들이 급속하게 무선통신에 맞게 변화될 것이다. 화상회의나 운전자를 위한 교통정보전달, 전기·수도·가스 등 계량업체의 원격눈금측정 등에도 모두 이런 것이 사용될 것이다. 메릴린치의 분석가들은 이처럼 무선통신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아주 넓어 결국에는 한 사람이 평균 한대 이상의 무선통신기기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본다. 앞으로 무선통신의 세계가 점점 넓어질 것은 틀림없다는 얘기다.Sep. 12,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