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취업난이 악화되면서 헤드헌터(Headhunte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명 이그제큐티브 서치펌(Executive SearchFirm)으로도 불리는 헤드헌터는 특히 중역급 이상의 고급인력 위주로 기업체와 구직자를 연결시켜주는 업무를 수행, 화이트칼라 출신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를 연결시켜주는 사례도 적지 않다.헤드헌터에 대한 뜨거운 열기는 구직자들의 행렬에서 그대로 느낄수 있다. 실직자와 중견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이력서를 들고 헤드헌터를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고강식 탑·경영컨설팅 대표는 『IMF사태 이후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헤드헌터를 찾는 사람들이 전에 비해 무려 3~4배나 늘었다』며 『취업시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는한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헤드헌터에 손짓하는 것은 실직자들만이 아니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일자리가 흔들리는 직장인들도 일단 비빌 언덕을 확보해두자는 차원에서 헤드헌터의 문을 노크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에 근무하는 K씨(38)는 『직장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일단 지난 9월세 곳의 헤드헌터에 이력서를 제출해두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K씨는 『동료들 가운데서도 은행권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다가오면서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헤드헌터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업체 과열양상 우려목소리도하지만 현실적으로 헤드헌터를 통해 취업에 성공할 확률은 10% 이하로 그리 높지 않다. 헤드헌터에 일자리를 요청하는 사람은 넘쳐나는데 비해 이들을 채용할 국내외 업체들이 많지 않은 까닭이다.특히 그동안 가장 많은 수요를 창출했던 국내 진출 외국계 기업들이 지난해 말 이후 경기가 나빠지면서 투자를 미루는 등 관망세를보이고 있어 헤드헌터 관계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하지만 한가지 희망적인 것은 국내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기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입과 경력을 불문하고공채에 주력했던 대기업들이 올해 들어 헤드헌터에 채용을 의뢰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예전에는국내기업들의 이용사례가 전체의 10% 정도에 머물렀으나 최근 들어서는 약 30% 선까지 높아졌다고 한다. 이는 다른 측면에서 볼 때채용패턴의 변화와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진다.헤드헌터에 대한 구직자들의 관심은 관련 업체가 크게 늘어나는데도 일조를 하는 느낌이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10여개에 불과했던 헤드헌터가 1년 사이 무려 2배 이상 급증, 춘추전국시대를방불케 하고 있다. 또 일부 업체들은 한두가지 업종을 특화, 서비스에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협회가 정식으로 발족,국내에서도 완전히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다.물론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나온다. 업체들이 과열양상을 보이며 난립하다보면 갖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여기에다 헤드헌터와 비슷한 성격의 인력소개 업소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증가하면서 그 구분마저 모호해지고 있는 점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헤드헌터가 제대로만 자리 잡으면 국가적으로나 구직자 개인적으로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특히 대부분의 헤드헌터들이 외국의 유명한 관련 업체들과 연결돼있어 여러 모로 활용가치가 많다는 얘기다. 일례로 취업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몇몇 업체들이 중심이 돼 국내 인력을 해외로 취업시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적극 권장할만하다는 지적이 많다.★ 헤드헌터 A to Z헤드헌터(Headhunter)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을 사냥하는 야만인」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속어로 「인재를 스카웃하는 사람 또는회사」를 뜻하는 말로 쓰이면서 취업 관련 업계에서는 이런 의미로완전히 정착됐다. 같은 뜻의 말로 이그제큐티브 서치펌(ExecutiveSearch Firm)이란 것이 있는데 업계에서는 이 말을 즐겨 쓴다. 헤드헌터가 속어인데 비해 정식명칭인 까닭이다. 하지만 국내의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헤드헌터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인지도도 높다.헤드헌터의 유래는 지난 29년 미국의 대공황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각 기업들이 일제히 감량경영을 실시하면서 불필요한 인력을해고하고 외부에서 유능한 인력을 데려오면서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기업들은 이런 방식의 인력채용이 장점이 많은 것으로 확인되자 대공황이 끝난 후에도 이를 고집했고, 결국 널리 퍼졌다. 유럽에는 50년대부터 전파되기 시작했다.국내에는 지난 80년대 후반무렵 도입됐다. 미국에 본부를 둔 헤드헌터들이 하나둘 국내에 진출하면서 뿌리를 내렸다. 하지만 그동안의 활동은 그리 활발하지 않았다. 국내기업들이 외면하는 바람에주로 외국계 기업들만이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실직자와 기업내 고급인력들을 중심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국내기업들의 이용이 증가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헤드헌터의 주수입원은 사람을 뽑아가는 회사에서 내는 용역료가주를 이룬다. 여기에는 크게 선불급 조건과 후불급 조건이 있는데,말 그대로 일에 착수하면서 받느냐 아니면 일을 마무리한 다음 받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용역료는 어느 경우든 취업자 첫해 연봉의30% 정도를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연봉 1억원짜리 인력을 소개시켜줄 경우 용역료로 3천만원을 받는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