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들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규모에 대한 논란이 많다. 지난13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전경련회관에서 열렸던 「부실채권규모 추정과 축소방안」에 관한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맡았던 남주하 박사(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는 은행 부실채권이 총여신의약 40%에 가까운 2백조원에 이르고, 금융권 전체로는 3백조원에이르러 현재 정부가 추산하고 있는 부실채권규모의 2배 가까이에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이에 앞서 지난 8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던 「국정개혁 대토론회」에서 지동현 박사(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는 종래(6월말 이전)의 여신건전성 분류에따라 정부가 추정한 규모는 1백11조원에 불과하지만 수정기준과 국제기준을 적용하면 각각 1백26조원과 1백60조원으로 늘어난다고 밝혔다.물론 이 두가지 추정은 적용기준이 전혀 다르다. 남박사의 경우6백여개 상장기업과 5천여개 비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에서 얻은이익으로 금융비용이라도 충당할 수 있느냐의 여부를 따져 기업 부실정도를 판단하고, 이를 근거로 금융기관 부실채권을 추정한 것이다. 조사결과 전체 조사대상기업중 부실기업 비중이 38.9%로 나타났다. 때문에 지난 3월말 현재 은행총여신 5백16조원 가운데38.9%인 2백조원이 부실채권이라는 것. 같은 논리로 금융권전체로는 3월말 현재 총여신이 7백73조원이기 때문에 약 3백조원을 부실채권으로 보았다.반면 지박사는 현재 금융기관 여신실적을 토대로 그 건전성을 따져추정한 것이다. 현행 은행감독업무 시행세칙에 따르면 은행이 빌려준 돈(일반여신)이 건전한 채권인가 아닌가에 따라 5단계로 분류해놓고 있다.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이 그것이다.정상은 금융거래내용이나 신용상태및 경영내용이 양호한 거래처에빌려준 돈으로 건전한 채권이다. 그러나 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은 모두 원리금상환을 연체하거나 회수에 문제가 생길우려가 있어 대책을 세워야 하는 불건전 여신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실채권이란 정상여신을 제외한 이 4가지를 모두 합친 것을 말한다.불건전 여신중 어느 그룹에 속하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연체기간이다. 요주의는 1개월이상3개월 미만의 연체대출금을 가지고 있으나 회수가 확실한 거래처의여신이다. 이 기준은 지난 6월말까지만 해도 3개월이상 6개월미만연체한 경우로 규정했었으나 지난 7월1일부터 현행기준으로 수정됐다. 고정여신은 부실정도가 요주의보다 심한 것으로 3개월 이상의연체대출금을 가지고 있는 거래처의 여신중 회수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말한다.고정여신 역시 지난 6월말까지는 6개월이상 연체한 경우로 규정했으나 적용기준이 지금과같이 대폭 강화됐다. 회수의문은 고정으로분류된 거래처의 여신중 회수가 불확실한 것, 그리고 추정손실은고정으로 분류된 거래처의 총여신중 회수불능이 확실해 손비처리가불가피한 여신을 말한다. 불건전여신중 요주의를 뺀 고정 회수의문추정손실을 한데묶어 흔히 「무수익자산」 또는 「고정이하」 여신이라고 부른다. 지난 7월부터 건전성 분류기준이 강화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 때문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금융감독기능을 대폭 강화했다는 의미를 갖는다.그러면 국제기준은 어떤 것인가. 한마디로 대출금의 연체여부 뿐아니라 차입자의 원리금 상환능력까지를 고려하여 건전성을 판단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현금흐름(Cashflow)의 내용이다. 예컨대 아무리 많은 부동산 등 자산을 가지고있다하더라도 영업실적과 현금흐름이 좋지 않다면 건전기업으로 보지 않는다.또 현금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보유하고 있던 땅을 팔아 생긴 것이라면 건전성 판단에서는 영업으로 얻은 이익이아니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이런 것까지를 감안해 기업의 상환능력을 따지는 것이 국제기준이다. 우리나라도 내년부터금융기관 자산의 건전성 평가에 이같은 국제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이 IMF와의 합의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