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4월초 여의도에 위치한 동원증권 본사 9층 사장실. 전국40여개 지점장들에 대한 사령장 수여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40대중반이 대부분인 지점장들 중에서 만32세의 신출내기가 눈에 띄었다.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88년7월에 입사한 구재상 과장이었다. 그는 「최연소 지점장」이라는 회사 안팎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화장실에서 대기하다가 호명되는 순간 들어갔다. 입사당시지점장으로 근무하던 상사들과 함께 동일한 지점장 반열에 올랐다.그것도 가장 노른자위인 압구정지점장으로 발령난 것이다. 그는 처음 서너달동안 지점장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웠다고들려준다.그러나 이후 월별영업실적에서 1위를 달리면서 이같은 심리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선배 지점장들도 『이녀석은 우리와 달리남다른 재주를 가졌구나』라고 인정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96회계연도(96년4월초~97년3월말)에 주식영업실적 1위를 차지했다. 동원증권은 물론이고 1천여개에 달하는 증권사 지점중에서 선두였다.그는 『고객에게 추천한 종목들의 수익률이 꾸준히 높게 나타났기때문』이라며 영업비결을 밝혔다.◆ 종합자산 운용가로 과감히 변신승승장구하던 그는 지난해 7월 과감하게 변신을 시도한다. 신입사원시절 주식부에서 3년간 과장으로 모시던 박현주 현 미래애셋투자자문사장과 함께 사표를 제출했다. 주식브로커영업만으로는 더이상증권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미국 등 선진증시에서확인됐듯이 고객의 주문을 받아 특정 주식을 사고 팔아주는 주식영업은 더 이상 발전할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앞으로는 고객자산을 주식 채권 선물 등에 투자해서 종합적으로 관리해 주는 종합자산관리업이 유망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미국증시에서 보편적인 뮤추얼펀드가 국내에서도 유망산업으로 부상할것이라고 확신했다.그렇다고 당장 미래애셋투자자문에 합류하지 않았다. 증권업계에서좀더 경험을 쌓으라는 박사장의 배려로 한남투자신탁증권에 들어갔다. 한남투신에서는 이사대우 강남지점장으로 근무했다. 여기서도기존 직원들의 보이지 않는 시기와 견제를 받았지만 누구나 인정할만한 영업실적으로 이를 극복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일찍 뮤추얼펀드가 도입되면서 서둘러 미래애셋투자자문에 합류했다.현재 직책은 자산운용담당이사다. 주식운용역 선물운용역 조사역등 모두 5명의 부하직원과 함께 회사계좌 고객자문계좌 등 모두2천4백억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박사장이 주식 채권 선물 등에 대한 투자비율 등을 결정하면 구이사는 이같은 방침에 따라 개별자산의 운용을 총괄한다. 특정주식과 특정회사채를 사고 파는 것은 전적으로 그의 재량이다.현재 그가 운용하는 고객자문계좌들의 연수익률은 30%정도. 상당수는 이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그는 『믿기어렵겠지만 1천%의 수익률을 올린 자문계좌도 있다』고 들려준다.구이사가 밝히는 고수익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 회사는 시장흐름을 읽어내는데 남들보다 앞서 있다. 상승국면인지 하락국면인지를 파악하는데 탁월하다』고 자부한다. 시장흐름을 읽어내는능력을 주식 채권 선물투자에 활용해서 고수익을 올린다.』구이사의 설명대로 시장흐름을 판단하는 능력은 선물투자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면서선물투기거래(speculative investment)로 고수익을 올린다. 즉 주가가 상승할 경우 우량종목과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동시에 선물매입(long position)주문을 낸다. 주식매매차익과 선물매매차익을 동시에 얻는 투자전략이다. 물론 판단이 틀릴 경우 입게될 손실을 고려해서 선물투자비중은 줄인다. 주식이 하락할 경우에는 채권에 투자하면서 또한 선물매도포지션(short position)을 취한다. 안정된 채권수익률과 함께 현물하락에 따른 선물매도차익을얻겠다는 의도다.최근에는 3백포인트를 저점으로 보고 삼성전자 삼성전관 포항제철등 블루칩을 대거 사들였는데 엔고 금리하락 원유하락 등 「신3저」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재미를 보고 있다고 들려준다.◆ 고객중심 상품설계로 기존업계와 경쟁구이사는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자산운용가로 나설 태세다. 오는 11월부터 도입되는 뮤추얼펀드를 통해 고객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전문가로 변신하고자 한다.기존 투신업체와 신설 자산운용회사보다 높은 수익률을 달성해서종합자산운용회사로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피력한다. 이미 삼성증권(10억) 한국종합기술금융(5억) 등이 자본을 투자하면서 1백억원의 자기자본을 마련했다.구이사는 이번에 도입되는 뮤추얼펀드는 가입후 1년동안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이지만 국내투신업계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고 전망한다. 무엇보다 이자소득세를 내고나면 7%에 불과한 은행정기예금이자율에 투자자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운용실력이 탁월한 뮤추얼펀드에 투자할 경우 적어도 3배이상의 고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데 굳이 은행에 맡길 이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실제로 그는 최소한 은행정기예금보다 3배이상의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수익률 못지않게 그는 고객자산운용의 투명성과 안전성여부도 뮤추얼펀드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라고 전망한다. 뮤추얼펀드가 정착하려면 투자자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줘야 하며 이를 위한 전제가 바로 투명성과 안전성이라고 강조한다. 구이사는 앞으로 삼성증권을통해 뮤추얼펀드의 주주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또 고객돈은 주택은행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삼성증권과 주택은행이란 우량금융기관과 거래함으로써 투명성과 안전성을 높이겠다는복안이다.고객중심의 상품설계도 기존 투신업계와 경쟁하는 무기다. 그는 고객의 형편에 맞는 다양한 상품으로 기존 투신업체와 경쟁하겠다는의사를 밝힌다. 안전성을 추구하는 고객에게는 채권편입비율이 높은 펀드를, 다소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고수익을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주식편입비율이 높고 선물을 활용하는 성장형 펀드를 권할 계획이다.현재 구이사가 받는 연봉은 2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사장보다 많은 급여를 받는 셈이다. 그는 『앞으로 자신의 능력여하에따라 억대 연봉자는 대거 배출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연봉에 연연하기 보다는 뮤추얼펀드가 국내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개인투자자들의 새로운 자산증식수단으로 자리잡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