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들어 사회 각 분야에서 추진되고 있는 개혁작업중에서 경제계가 가장 바라는 개혁은 금융개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경제계는 90년이후 금융시스템의 낙후로 인한고금리로 인해 경영압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수출경쟁력이치명상을 입은 것은 물론이다.이런 탓에 재계는 그동안 틈만 나면 금융개혁, 더 나아가서는 금융시스템 개혁을 요구해왔다. 정권에 따라 금융개혁의 요구수준과 톤이 달랐을 뿐이지 고금리 해소를 위한 금융시스템 개혁은재계의 대정부 건의 단골메뉴였다.이같은 재계의 요구는 전경련부설 자유기업센터가 지난달 27일주최한 언론인 대상 경제강좌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김우중전경련 회장은 이날 「한국기업의 장래」라는 특강을 통해 다른무엇보다 선진국수준의 금융시스템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부실은행의 퇴출, 중대형 은행간의 합병 등 물리적 개혁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라 할수 있는 시스템개혁이 뒤따르지 않고서는우리 기업의 장래는 결코 밝지 않다는 것이 김회장의 시각이다.먼저 직접금융시장의 붕괴를 들었다. 김회장은 『우리나라 주식시가총액은 환란전에 1백70조원에 불과했으며 환란후에는 60조원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자본시장이 선진국에 비해 이렇게 취약한 상태에서 시장경제, 자본주의를 제대로 할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김회장은 우리 경제의 최대화두인 수출증가를 위해서는 금융시스템이 정상가동돼 대기업을 지원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지원은 없었다며 이런 최악의 조건에서 수출증대에 나서고 있는 기업들의노력은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하라고 다그치는 정부와 금융권에 대해 간접화법을 통해 섭섭함을 토로한 셈이다.◆ “슈퍼뱅크 갖고싶다” 의사 피력금융시스템 선진화를 위한 벤치마킹대상으로 일본을 예로 들었다. 일본의 경우 수백개의 은행중 3~4개를 리딩뱅크로 만들어 국제금융거래를 자유롭게 하고 나머지는 국내금융에만 주력케 하는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우리도 이 방안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이 대목에서 김회장은 재계의 구상을 슬쩍 내비쳤다. 다름아닌은행의 주인찾아주기였다. 금융구조 개혁에 이어 시스템을 개혁한다고 해도 독립성이 없으면 이 작업은 성공을 거둘 수 없다는점을 언급했다. 은행의 독립성확보는 주인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것으로 재계는 그동안 은행의 동일인 소유한도제한에 묶여발만 동동 굴러왔다. 이번 기회에 재계도 자신들에게 우호적인「슈퍼뱅크」를 갖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한 셈이다.사실 김회장의 이 구상은 실현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정부는 금융시스템 선진화의 한 방편으로 은행에 대한 주인찾아주기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고 재계 또한 정부 방침이 확정되면 이를받기 위해 「대기중」이기 때문이다.연초에 밝힌 슈퍼뱅크가 바로 그것이다. 김회장은 서울, 제일은행을 외국금융기관에 매각한다는 것이 정부방침으로 알려졌으나확인결과 어떤 방침도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며 정부가 길을 열어주면 재계는 이를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자금이 문제될수 있으나 50대 혹은 1백대 기업으로부터 기금을 모금하면 인수자금은 큰 문제가 안된다고 김회장은 강조했다. 재계가 부실은행을 인수할 뜻이 있고 이를 슈퍼뱅크로 키울 자신이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다.사실 금융구조와 시스템개혁은 전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뉴스가치로 따지면 구문에 속한다. 문제는 정책에 반영하고 실천하는것이다. IMF체제이후 정부가 금융선진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상황에서 김회장의 구상이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