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얼마전 모방송국의 프로그램에서 대학생들이 나와실력을 겨루는 퀴즈에 다소 생소한 질문이 나왔다. 지난 7월4일창간된 「인터넷 패러디신문」의 이름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본지는 한국농담을 능가하며 B급 오락영화 수준을 지향하는 초절정 하이코메디 시니컬 패러디 황색 싸이비 루머 저널이며…본지의 유일한 경쟁지는 썬데이 서울. 기타 어떤 매체와의 비교도 단호히 거부한다」는 창간사까지 소개됐다. 답은 곧 바로 나왔다.『딴지일보!』.이야기 둘. 요즘 오피스타운과 네티즌들사이에서 도는 이야기다.사무실에서 혼자 컴퓨터화면을 보면서 키득거리는 사람이 있다면십중팔구 딴지일보를 보고 있는 중이라는 그럴듯한 말이다.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휩쓸고 있는 인터넷 패러디신문 딴지일보(http://ddanji.netsgo.com)의 위상을 말해주는 사례들이다. 「또 무슨 신문이 창간됐나」하고 갸우뚱한다면그것은 「인터넷맹」이거나 「쉰세대」라는 꼬리표가 붙기 십상이다. 창간 후 불과 4개월만에 딴지일보의 홈페이지를 열어본 네티즌의 수가 2백60만건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루평균 3∼5만명이 접속을 한다. 이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자딴지일보의 홈페이지에 광고를 하려는 기업들의 제의가 몰릴 정도다. 20명을 뽑는 수습기자공채에는 무보수임에도 연구원 한의사 박사 학생 주부 카피라이터 등 각종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1천여명이나 몰렸다.이처럼 딴지일보가 폭발적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태의냄새가 조금이라도 나는 글이나 어설프거나 단조로운 화면이 나타나면 바로 다른 사이트로 클릭해버리는 네티즌들의 일반적인속성을 고려하면 더욱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철저하게 비주류를 지향한데다 고정관념이 없이 핵심을 향해 거침없이 찌르고 들어가는 비판과 풍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칭 「딴지 총수」인 제작자 김어준(30)씨의 설명이다.비주류를 지향한다는 말이 다소 의외였다. 김씨 자신이 이미 접속건수가 2백60만건이 넘는 「사이버신문의 제작자」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을 질주하는 네티즌들 사이의 한 가운데에 서있는 것이다. 그래도 김씨는 굳이 자신도 비주류임을 강조한다. 그 예를 「유일한 경쟁지 썬데이 서울」로 들었다. 『비록 책상 속에 숨겨두고 봤지만 중학교 때 무척 재미있게 봤던 책이다. 저급잡지라지만 수준을 떠나 나름대로 일정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그 잡지를 이 사회의 경건주의 엄숙주의가 죽였다』는 것이다. 경건주의 엄숙주의는 가부장제 아래 두께를 더해온것으로 「파워」를 가진 주류의 의사일 뿐 대중의 의사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성중심적이고 쇼비니스트적인 주류와맞설 필요가 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자신도 「경건주의엄숙주의로 싸여있는 이 사회에서 일정 역할을 담당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5개월째 수입이 전무하지만 계속 딴지일보를 발행하고 있다』고.김씨가 비주류로서 주류와 맞서는 방법으로 고안해낸 것이 패러디다. 「유력하다는 모일간지를 그대로 흉내낸 홈페이지」를 판으로 펼쳐놓고 마음껏 싸울 수 있는 무기로 「패러디」라는 창을든 것이다. 김씨는 패러디에 대해 『비판을 하고 싶은데 정색을하고 비판을 하면 네티즌들에게 먹혀들지 않을 것 같아 택한 방법으로 사건자체를 바꿔놓고 바라보는 패러디』라고 설명한다.◆ 절묘한 사진합성으로 사실감 더해사실 딴지일보가 가진 인기의 비결은 창간호부터 9호까지의 내용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바로 「패러디」다. 사건을 교묘히 비꼬면서 언어의 절묘한 뒤틀림과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잘 만들어진 합성사진을 무기 삼아 무차별적으로 비판과 풍자의 화살을 날린다. 대상은 정치인 기업인 관료 등 대부분 힘이 있다고생각되는 사람들이다. 정치인의 경우 당사자에 따라서 불쾌하게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이름을 비튼다. 「김데중」 「이헤창」 「좃순」 등이 거론된다.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기존의 언론에 『슬랩스틱수준의 코미디』라고 따끔하게 일침을 놓는다. 모신문에대해서는 이래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까발려 놓는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마음껏 웃게 만들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사이트라는 평을 듣는다. 인명 신문명 등 갖가지 고유명사의 패러디는 물론 비속어와 언어를 파괴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축약된어휘들이 종횡무진한다.그러나 언어의 뒤틀림만으로는 무언가 허탈함이 남을 수 있다.이를 뒤받쳐주는 것은 각종 사진을 갖고 절묘하게 합성한 그래픽. 정치인이 외국잡지에 임신한 나체의 몸으로 나왔던 외국 여배우처럼 또는 스모선수로 묘사되고 재벌회장이 반라의 몸으로채찍을 들고 마조히스트처럼 나오기도 한다. 화상을 보면 너무적나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창간사에서 밝힌 「우끼고 자빠진 각종 사회비리에 처절한 똥침을 날리는 것을 임무로 삼는다」는 창간취지를 착실히 수행하는 「똥침」으로 패러디를 택하고그 구체적인 무기로 뒤틀린 언어와 절묘한 그래픽을 사용한 것이다.이러한 작업은 대부분 김씨 혼자 진행한다. 간혹 독자투고나 새로 뽑은 기자들의 원고도 싣지만 기사선정과 작성, 제목달기, 사진처리 등 모두 혼자서 하는 일이다. 밤 10시부터 일을 시작해다음날 새벽 5시까지 일을 하는 밤샘작업이 대부분이다.김씨가 이런 일을 혼자 추진할 수 있는 뒷심은 무엇일까. 『많은나라를 여행하면서 갖게된 풍부한 경험과 사건 사물을 뒤집어 볼수 있는 여유』라고 설명한다.사실 김씨가 이제껏 살아온 궤적은 젊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정도로 파란만장하다. 95년 대학(홍익대 전기전자과)을 졸업하고포철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김씨는 모그룹의 「김대리는 지금 배낭여행중입니다」라는 광고를 보고 입사8개월만에 그만둔다. 집에는 「출장 간다」고 말하고 짐을 꾸려이집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미 대학교때 40여개국을 배낭여행으로 돌아다닌 김씨의 역마살이 다시 근질거린 것이다. 이집트 이스라엘 등을 여행하고 귀국한 김씨는 곧 여행관련 IP사업을벌였다. 이벤트사업과 케이블TV Q채널에서 다큐멘터리를 기획·제작하는 일에도 뛰어들었다. 끼가 발동한 덕에 이벤트사업에서는 참가한 전시회에서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받는가 하면 Q채널에서는 배낭여행중 만났던 입양아들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지난해에는 홈페이지 제작·개발 등의 일을 하는 한편 CP사업을하기도 했다. 다행히 CP사업이 인기를 모으면서 사무실을 다시차리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그러나 IMF로 주문이 끊기다시피해 지난 6월 사업을 정리했다. 『3개월 반만에 몇천만원을 날렸다』는게 김씨의 기억이다.『기존 매체는 일방향이고 거대자본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고대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서는 여러 사람앞에서 연설을 하는개인이 곧 매체였습니다. 인터넷의 등장과 확산으로 자본이 없이도 개인이 매체가 되는 「디지털 아테네시대」가 가능합니다.』사회비리와 부조리에 대해 송곳 같은 비판의 직격탄을 날리면서도 독자들에게는 「웃어야 힘이 난다」고 주문하는 김씨가 『수입이 없지만 계속 딴지일보를 만들어가야만 한다고 생각』하는속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