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산업이 막 생겨나기 시작할 무렵인 1960년대에는 외국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상품이나 서비스를 그대로 모방하는 방법외에는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별로 없었다.때문에 기술 사용료(로열티)를 주고 외국 기술을 빌리거나 해외에서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모방에 열중할 수밖에없었다. 때로는 허락을 받지 않고 남의 상품을 그대로 베껴 지적재산권 침해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모방 전략은 기존의 상품을 분해한 후 다시 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상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나를 연구하는역공학(Re-engineering)을 기본으로 한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이 역공학을 바탕으로 성장을 추구한 결과 그야말로 역공학의귀재가 됐다. 게다가 값싼 노동력 덕분에 거의 똑같은 제품을 오리지날 제품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어 경쟁력 강화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경영학계에서는 모방 전략이혁신에 바탕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경쟁력 우위를확보하는데는 유용한 전략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모방전략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점차 바뀌고 있으며 최근에는 특정산업의 경우 모방 전략이 확실히 효과를 발휘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기업 입장에서는 모방 전략을 통해 여러 가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진 이점은 비용 절감이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R&D(연구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감행해야만 한다.하지만 이미 있는 제품을 모방하는 경우에는 그다지 많은 돈이들지 않는다. 물론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먼저 개발한 기업에기술 사용료(로열티)를 지불해야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총비용은 상품을 직접 개발한 기업이 투자한 비용에 비교가 안될 정도로 낮다.모방 전략을 잘 활용하고 있는 산업 중의 하나로 패스트푸드 산업을 들수 있다. 간단하게 요기를 하거나 잠깐 사람을 만나는 장소로 이용되는 패스트푸드 매장은 한마디로 목이 좋아야 성공할수 있다.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 학교 등 유동 인구가 많은지역에 문을 여는 것이 유리하다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하지만점포 위치를 정하는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만도 않다. 사거리에문을 여는 경우에도 네 개의 코너 중 어떤 위치가 가장 적절한지, 문의 위치는 어디에 두는 것이 좋은지 등등 세세한 항목을고려해야 한다.맥도날드는 패스트푸드업계에서 부지 선정에 있어서는 비즈니스감각과 노하우를 가장 잘 활용해 성공한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이 때문에 경쟁업체들이 맥도날드 바로 옆에 점포를 개설하는 모방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길을 가다 보면 맥도날드와 다른패스트푸드점이 나란히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쟁매장이 함께 있으면 고객이 분산된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맥도날드가 그 지역을 선택한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그대로 맥도날드를 따라 하는 것이다. 떳떳한 방법이 아닐지는몰라도 맥도날드 옆에 매장을 연 패스트푸드점은 대개 짭짤한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물론 모방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기술의라이프 사이클이다. 어떤 산업에서는 기술의 변화가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보다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선두 기업을 모방해서는결코 성공을 거둘 수 없다. 대표적인 예가 컴퓨터 산업인데 컴퓨터 산업에서는 모방 제품이 나올 때 쯤이면 이미 업계의 선두 기업은 대량 생산을 본격화하고 곧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기술을 선보이게 된다. 모방의 귀재라고 알려진 일본 기업들이미국의 컴퓨터 애플리케이션이나 소프트웨어 산업을 따라잡을 수없는 이유 중의 하나도 이 때문이다.마이크로소프트나 오라클 같은 기업이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것이 산업 표준으로 채택되는한 일본 기업을 포함한세계의 어떤 기업도 모방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sunny_yi@atkearn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