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급락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9월 산업생산이 올들어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서고 줄곧 60%대에 머물던 가동률도 70%로 높아졌다. 어음부도율, 실업률 등도 개선되고 있고 미국의 금리인하,엔고 등 대외적 분위기도 좋아지고 있다.지난달까지만 해도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들어 경기가 바닥을 친 것이 아닌가 하는 견해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외국의 시각도 점차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그러나 부문별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냥 낙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엔화강세 지속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고 중남미 금융위기 역시 복병으로 남아 있다. 일부 지표가 개선된 것 역시 추석연휴기간의 차이, 장마에 따른 생산 이월 등 일시적 계절적 요인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여 경기회복의 신호가 나타났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른 듯 하다.무엇보다 내수경기가 별다른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소비부진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소비를 더 줄이겠다고 말하고 있다. 임금감소와 실업자 증가 등으로 민간 구매력이 크게 떨어져 있고 고용불안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가시지 않고 있다. 특별소비세 인하, 소비자금융 확대 등 정부의 각종 소비진작책에도 불구하고 한번 움츠러든 소비심리는 당분간회복되기가 어려워 보인다.기업들의 투자심리도 쉽사리 회복될 것같지 않다. 금년중 계속된매출감소로 많은 기업들은 벌어들인 수익으로 이자를 충당하기도벅찬 실정이다. 더구나 내년까지 부채비율을 대폭 낮추어야 하는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이 요구되는 투자는 연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구조조정에 따른 축소경영, 신용경색 등도 투자를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엔화의 강세반전과 국제금리 인하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의 통화안정에 기여하고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는 우리나라의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강력한 일본경제에 바탕을 둔 엔고가 아니라 미국경제의 불안에 따른달러화 약세 요인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세계경제의 둔화와 원화절상에 의해 엔고효과가 상당정도 상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엔화강세 불투명 등 회복 막는 복병 산재최근 우리경제에 대한 극단적 비관론이 줄고 조심스런 낙관론이많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이러한 낙관론은 일시적 요인 혹은 실현되지 않을 기대와 예상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성급한 낙관보다는 경제회생 노력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으로보인다.지금까지 정부의 경기부양책의 중점은 통화부문의 확대를 통한금리인하와 신용경색의 해소에 집중되고 있으나 지금처럼 민간부문에서 활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통화정책은 경기를 진작시키는데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경기를 부양하는데는 효과가 늦고 불확실하다. 특히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신용경색현상이 해소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큰만큼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질 때까지 재정지출의 확대를 통한 내수의 직접적인 창출에 거시정책의 우선을 둘 필요가 있다.정부가 SOC 투자 등 본격적인 경기진작에 나설 경우 대외부문에서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경기하락세는 연말을기점으로 다소 완화되어 내년중에는 소폭의 플러스 성장도 가능하리라 전망된다.물론 내년 상반기를 전후하여 경기가 바닥을 치더라도 소비와 투자 등 내수경기 부진은 계속될 것이다. 경기회복을 체감할 수 있는 시기는 통화와 재정지출 확대 등 경기부양의 효과가 가시화되는 내년 하반기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