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통신과 데이터통신이 통합된다. 루슨트테크놀러지의 벨연구소가 제시하는 통신의 미래상이다. 루슨트테크놀러지는 지난12일 하얏트호텔에서 「네트워크의 혁명과 진화」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열어 음성 데이터 영상 등이 하나로 통합돼 공중통신망이나 사설통신망으로 자유롭게 오가는 통신의 혁명과 진화를 보여줬다.음성통신망인 전화선을 이용해 PC통신이나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선 상당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치리릭 삐익」하며요란한 접속음을 내는 모뎀으로 통신망에 접속하는데 보통 1`2분걸린다. 그러나 데이터전용통신망이 갖춰진 기업체나 인터넷카페같은 곳에선 모뎀의 접속음 없이 순식간에 접속이 이뤄진다. 그렇다고 데이터통신망이 만능은 아니다. 전화선으로는 PC통신이나인터넷접속이 불편하긴 해도 음성통화만큼은 자유롭게 할수 있다. 반면 데이터통신망으로는 전화처럼 편리하게 음성을 주고 받을수 없다.그런데 데이터통신망과 음성통신망이 하나로 통합된다면 말이 달라진다. 전화선을 통해 목소리를 자유롭게 주고받을수 있을뿐 아니라 PC통신이나 인터넷접속도 쉽고 빠르게 할수 있다. 데이터와음성의 통합에 따른 이점은 가입자의 편의성에만 있는게 아니다.통신서비스사업자들에게도 상당한 비용절감효과를 안겨준다. 음성신호와 데이터신호 등의 접속정보를 통합해 운용관리하면 데이터통신용 네트워크장비나 음성통신용 장비를 각각 따로 구축하지않아도 된다. 그만큼 통신시스템을 구축하는 비용을 절감할수 있다. 또한 데이터와 음성을 단일한 통신망으로 전송할수 있어 통신시스템의 유지나 관리를 용이하게 할수 있고 비용도 줄일수 있다.통신서비스업체들의 영역도 파괴된다. 데이터통신서비스업체인인터넷접속서비스업체들은 고품위의 음성서비스나 팩스서비스를제공할수 있다. 반면 음성통신사업자들은 일반전화망을 통해서도데이터기반의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할수 있다.◆ 통신기술 발달 장애요인 제거이처럼 데이터통신과 음성통신의 통합이 주는 이점이 많음에도불구하고 그동안 데이터와 음성의 영역이 독자적으로 발전해 왔다. 음성통신기술과 데이터통신기술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데이터통신은 패킷방식으로 전송한다. 패킷방식이란 전송할 정보를 하나로 묶음으로 주고받는 기술이다. 용량이 큰 데이터를 주고받을때 패킷으로 묶어 압축해 보내면 통신회선을 절약할뿐 아니라 통신속도도 크게 높일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정보를 패킷으로 묶어 보내면 정보의 송수신이 물흐르듯 원활하게 이뤄지지않는다. 정보전달이 중간에 끊어지거나 지연되기도 한다. 데이터통신에는 정보의 지연이나 끊어짐이 관계없지만 음성통신에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수 있다. 대화는 끊어짐이나 지연없이 자연스럽게 물흐르듯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성통신에는 패킷교환방식을 이용하지 않고 회선교환방식을 이용한다.그러나 최근 통신기술의 발달로 패킷교환방식으로도 끊어짐이나지연현상을 없앨수 있게 됐다. 데이터의 압축효율이 높아졌고 통신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음성통신에 패킷방식으로 이용하는데 장애물이 없어진 것이다.데이터통신망에 기반한 음성통신의 장애물이 해결되자 통합된 데이터와 음성통신분야가 황금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01년이면 6천5백억달러에 이를 전망도 있다. 가장 큰 원동력은 데이터통신량의 급증이다. 음성통신량은 한해에 10%정도씩 완만하게 증가할 전망이지만 데이터통신량은 지역에 따라 연간 25%에서6백%씩 늘 것으로 보인다. 5년이내에 데이터통신량이 음성통신량을 추월할 것이란 보고서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음성통신과 데이터통신의 지위가 서로 뒤바뀌게 된다.현재는 음성통신망에 데이터통신을 부가적으로 이용하는 모양이지만 앞으로는 데이터통신에 음성통신망을 부수적으로 이용하게될것이다. 정보통신조사기관인 킬렌앤드어소시에이츠가 통신량을분으로 환산해 전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인터넷을 통한 음성통신량은 2억분에 불과하지만 3.5배인 내년에는 7억분으로 증가한다. 2000년이면 9.5배인 19억분으로, 2005년이면 83배인 1백67억분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러한 급격한 통신환경의 변화는 전화사업자들에게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이다. 굳게 지켜온 음성통신시장을 신생 데이터통신업체들에 빼앗길수 있지만 데이터통신이란 광대한 시장이 열렸기때문이다. 음성통신은 아무리 길게 통화해도 보통 2~3분에 불과하다. 반면 데이터통신은 최소한 20~30분간 통신망을 이용한다.그만큼 수익성이 좋다는 뜻이다. 새로운 통신장비에 대한 수요도급격하게 늘게된다.따라서 통신장비업계의 주요 이슈는 음성통신과 데이터통신의 통합이다. 루슨트나 노던텔레콤 알카텔 등과 같은 전통적인 음성통신장비업체들은 데이터통신장비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루슨트테크놀러지는 데이터통신장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유리시스템,애자일 네트워크, 리빙스톤, 프라미넷, 옥텔, SDX비즈니스시스템, 랜넷 등과 같은 수많은 데이터통신장비전문기업을 사들였다.지난 12개월간 80개의 신제품을 개발했고 이중 30개나 시장에 내놓았다. 관련 특허도 3.5일에 하나 꼴로 출원했다. 캐나다의 통신장비업체인 노던텔레콤은 70억달러를 들여 데이터통신장비업체인 베이네트워크를 인수했다. 시스코와 어센드 같은 데이터통신장비 전문업체들도 데이터네트워크를 통해 음성통화를 할수 있는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데이터와 음성의 통합은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데이터와음성이 통합된 대표적인 모습이 인터넷전화다. 인터넷전화는 국내에도 별정통신사업으로 인가돼 많은 사업자들이 데이터와 음성을 통합된 형태로 서비스하고 있다. 그럼에도 루슨트의 벨연구소가 제시한 데이터와 음성의 통합에 주목하는 까닭은 급속하게 발전하는 통신추세에 있다. 인터넷전화는 아직까지 틈새형 서비스다. 본류는 일반전화망을 통한 음성통신이다. 루슨트는 일반전화망에 필요한 교환기를 공급하는 통신장비업체다. 미국 5백대기업의 70%가 루슨트의 장비를 사용할 정도로 음성통신장비의 메이저플레이어다. 이런 루슨트가 데이터와 음성의 통합을 주장하고 나섰다.이는 인터넷전화가 더이상 틈새형 서비스에 머물지 않게 됨을 보여준다. 앞으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일반전화도 모두 인터넷기반의 통신망을 통한 인터넷 전화를 이용하게 될것이란 뜻이다.인터넷과 같은 데이터통신을 이용하기 위해 전용선을 임차한 기업들은 별도의 음성통신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어진다. 인터넷을 통해 음성통화를 안정적으로 이용할수 있기 때문이다.음성과 데이터 영상이 통합된 통신망의 의미는 단지 기업의 비용절감에 그치지 않는다. 주문형비디오, 일상적인 화상회의, 온라인출판 등을 가능하게 하는 꿈과 같은 정보고속도로를 구축하는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