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일본에서 성공한 것은 반드시 한국에서도 성공한다」는근거 없는 신화가 있다. 노래방, 다마고치, 스티커 사진기의 예를보면 일견 수긍이 가는 이야기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패사례도 수없이 존재한다. 일본에서는 「규동」이라고 부르는 소고기 덮밥을 모 재벌 그룹에서 비싼 로열티를 주고 「간판과 노하우」를 사 왔지만 한국에서는 실패했다. 일본의 「규동」집에 손님이많은 것은 맛있어서가 아니라 싸기 때문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자장면」에 해당하는 음식이다.일본인이 소고기를 먹기 시작한 것은 불과 백년 전이다. 따라서 일본인은 소고기를 제대로 요리하지 못한다. 반면 한국인같이 소고기를 다채롭고 맛있게 요리하는 국민은 드물다. 한국의 양념 갈비가「야키니쿠」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상륙해 일본의 외식 시장을 뒤흔들었다. 「야키니쿠」는 초밥과 더불어 가족 외식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발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에서 소고기 요리를 수입했으니 파리를 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일본에서 되는 장사라고 해서 반드시 한국에서도 잘된다는 보장이없다. 「왜 되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동반되지 않는 한, 성공할 수 있는 아이템을 잡는것은 불가능하다.특히 대중문화상품의 경우는 일본과 한국의 사회상황에 대한 깊은이해를 필요로 한다. 대중문화는 「예술문화」처럼 보편성이 강한문화가 아니라 그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다마고치와 스티커 사진기를 분석해보자. 다마고치는 통상의 전자오락과 다르다. 전자오락은 자신이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만큼 할수 있다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다마고치는 시도 때도 없이배고프다고 울어댄다. 시간이 되면 놀아주고 대소변을 청소해 주어야 한다. 무척 성가신 전자오락이다.그럼에도 일본과 한국에서 대성공을 거둔 것은 「나를 필요로 하는누군가가 있다」는 즐거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입시교육이 치열해지면서 「성적」이 청소년들을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로 바뀌었다.공부를 못하는 청소년들은 설 땅을 잃었다. 「공부는 못하지만 장사에 소질 있다」 는 등의 말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무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지닌 청소년들은 다마고치를 통해자신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의사체험하는 것이다.◆ 스티커사진기는 정서 맞아 성공스티커 사진기는 「변신욕망」을 상품화한 것이다. 일본과 한국의청소년들이 스티커 사진을 즐기는 것은 그들의 생활이 부모의 관리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형형색색의 가발과 각종액세서리로 치장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면서 찰나적인 「관리」로부터의 탈출을 즐긴다.일본에서 발명된 문화상품이 한국에 쉽게 상륙하는 것은 일본과 한국의 사회상황이 많은 부분 닮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모든문화상품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정서가 다른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대성공을 거둔 <실락원 designtimesp=17938>이 한국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실락원 designtimesp=17941>의 주인공은 좌천당한 40대 중년 남성이었다. 평생을 바쳐온 회사로부터 배신당한 그는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 방황한다.그가 발견한 해답은 「불륜」이었다. 그에게는 돌아갈 가족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가족시네마 designtimesp=17942>가 상징하듯이 가족이 해체되고있는 사회다. 그러나 한국은 소설 <아버지 designtimesp=17943>가 보여주는 것처럼 가족이 삶을 지탱하는 기둥으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실락원 designtimesp=17944>적인해답은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는 것이다.일본대중문화 개방을 통해 한몫 챙기려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영화의 경우는 국내 수입업자간의 경쟁이 치열해 수입가가 10배 가까이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도 문화상품인 이상 사회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일본에서 히트한 작품이라도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것은 국민의 외면을 당할 것이고, 흥행에 실패할 것이다.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최고의 감독으로 손꼽는 미야자키 하야오는 흥행의 보증수표다. 그의 애니메이션에 자본을 대는 회사는수없이 많은데 그 중 인상적인 것은 일본 최대의 광고대리점인 「덴츠(電通)」와 「하쿠호도(博報堂)」다. 두 회사는 교대로 자본을댄다. 과당경쟁을 피하려는 일종의 「담합」이다. 일본문화상품을수입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담합」이 아닐까. 수입가가 낮을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