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저점에 도달했다는 말이 나오면서 부동산시장을 바라보는눈이 심상찮다. 가뜩이나 부동산관련 각종 규제가 풀린데다IMF이후 아파트의 가격하락폭이 커 내집마련이나 재테크로 아파트장만을 염두에 둔 사람들이 대거 아파트시장에 몰려 과열되지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은 긴 동면에서 깨어나는 듯한 모습이다.미분양아파트가 줄어들고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는 양극화현상을보이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과열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의 조철민대리는 『최근 실수요자중심의 아파트수요가 살아나면서 누적됐던 미분양 아파트가 많이 소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서울·수도권지역에서 건설되는 인기업체들의 미분양 아파트를 선호한다』는 것이 조대리의 덧붙인 말이다. 한국주택협회 회원사들의 분양실적에서도 공급량대비 미분양물량의비율을 보면 지난 1월의 15%에서 꾸준히 증가, 한때 80%까지 이르렀다가 9월이후로 다시 반이상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기지역·대형업체 위주로 양극화인기지역과 대형건설업체 위주로 청약자가 몰리는 양극화현상이뚜렷했던 신규분양시장의 경우에도 청약열기가 뜨겁다. 지난11월 분양에 나선 서울 휘경지구의 K아파트의 경우 8백가구분양에 3천명이 넘게 신청하는 열기를 보여 부동산 관계자들로부터놀라움을 사기도 했다. 그 이전에도 김포지역에서 분양에 나선H·D·S아파트, 수원 권선지구의 D아파트 등도 완전분양 또는 그에 가까운 실적을 보이는 기염을 토했다. 신규분양시장의 이러한열기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표 참조) 경매의 경우도 서울·수도권지역의 아파트나 준농림지의 경우 평균경쟁률이 5대 1을 넘어서는 열기가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 11월에 건교부에서마련한 그린벨트의 해제안, 내년으로 예정된 주택저당채권 도입,정부의 내년도 한자릿수 저금리 유지방침 등의 요인들이 전반적인 주택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그러나 이러한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아니다」라는 반응이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연구위원은 『더 이상의 경기하강이 없다는 기대감으로 분위기가 호전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지 실제 시장상황이 호전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에서의 초과공급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사철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신규분양시장의 열기에 대해서는 「헤지(hedge)수단」에 불과한것이라고 김연구위원은 설명했다. 구매력이 현저히 줄어들고 미래소득이 불투명함에도 불구하고 분양시장에 인파가 몰리는 것은집값상승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도금대출이 있으니까 일단 분양을 받아놓고 상황을 봐서 계속 보유하거나 분양권전매를 통해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심리적 요인이 청약열기를자극했다는 것이다.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의 박종천이사도 『지금 국지적으로 활기를보이는 지역이나 부동산상품이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부동산경기가 살아난다고 말하는 것은 이르다』고 지적했다.올 상반기에 부동산업계에서 부동산 가격하락과 침체의 가장 큰원인으로 고금리를 지적했었다. 그 이면에는 저금리가 실현되면곧 부동산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한자릿수 금리유지방침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에대해 물었다.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답이다. 『설령 내년에 한자릿수 대출금리가 이뤄진다 해도 부동산투자 등을 목적으로 자금이 들어와 시장을 자극할 것이라는 기대는 무리』라는 것이 박이사의 지적이다.국토개발연구원의 손경환연구위원도 『더 이상의 주택가격하락은없이 금년보다는 좋아질 것이라는 분위기이지 부동산시장이 살아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손연구위원은 또 『그린벨트해제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보며, 금리는 부동산가격하락에는 영향을 주었지만 시장호전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미칠 수 있는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대출금리가 한자릿수로 유지된다면 실수요자중심의 수요가 살아나겠지만 부동산경기가 살아나려면 어느 정도 투기적 수요가 존재하고 그만큼시중에 돈이 많이 돌아야 가능한데 지금으로서는 그런 상황을 기대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최근 APT 가격할인 주목해야ERA 코리아의 강정임실장도 『(부동산경기가)살아난다고 보기는어렵다』며 『일단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실장은 또 외국인의 국내부동산매입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최근 다시 들어오기 시작하는 외국인 부동산매입세력이 찾는 물건이 업무용으로 「극히 한정」된데다 실제 매입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게 강실장이 든 이유다. 『오히려 내년에 주택저당채권이 나오면 이를 외국인들이 사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강실장의 전망이다.한편 이러한 부분적인 부동산시장의 활기띤 움직임보다는 「부동산시장의 바닥을 관통하는 새로운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부동산컨설팅의 정광영사장은 『지금 부동산경기가 살아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부동산시장에서 정중동으로 움직이는 변화의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충남 천안과 아산, 전주 등에 평당 1백만원대의 아파트가 등장하는가 하면 D건설업체에서 할인분양에 나서는 움직임에 주목해야한다는 것이다.『전에 업무용 빌딩에서 시작된 가격할인이 주택업체 그것도 대기업에서 시작됐으며 이는 아파트 가격구조의 재조정을 예고하는신호탄』이라는 것이 정사장이 강조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신규분양 아파트의 가격할인은 기존 주택가격의 하락을 계속 자극할것이며 결국 아파트 가격구조의 재조정이 불가피해진다는 것이다.그런 면에서 『앞으로 서울시내 아파트의 경우 건축비 1백70만원에 토지비 2백만원안팎 등을 고려하면 평당 4백만원 정도가 적정가격이 될 것』이라는 게 정사장의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