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시시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이란 SF시리즈는 루퍼트머독 소유의 뉴스코퍼레이션이 할리우드에서 운영하는 20세기폭스가 만들었다. 지난 93년 이 시리즈가 처음 만들어질 때만 해도 판권을 갖고 있던 뉴스그룹의 폭스방송사는 판촉에 대한 열의도 별로없었다. 사실 누가 이것을 만들었든 뚜렷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을 가능성이 더 컸다. 그러나 제작자가 이 시리즈의 가치를 믿었고 자체 배급망을 통해 판로확보에 성공했기 때문에 흥행에성공할 수 있었다. 비디오는 일본을 비롯한 전세계로 팔려나갔다. 이후 폭스는 프로그램의 판권을 외국의 TV 방송국에다 팔기 시작했다. 영국에서는 BSkyB가 판권을 보유했는데 이곳에서도역시 엄청난 수입을 올렸다. 영국에서 열기가 고조되자 미국에서의 호기심도 자극됐고 이는 그 시리즈물이 미국에서도 역시성공을 거두는 원동력이 됐다.폭스인터랙티브는 두개의 X파일 게임을 만들었다. 뉴스그룹의 출판부문 하퍼콜린즈는 이를 책으로 펴냈고 폭스뮤직은 CD를 내놨다.폭스라이선싱&머천다이징도 판매에 열을 올렸다.뉴스그룹의 피터 체어닌 회장은 이것이 바로 오락부문의 거대 기업이 활동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20세기폭스는 을 편당1백만달러 정도를 들여 만들고 이것으로 3백만달러 정도를 벌어들인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뉴스그룹 「제국」의 각 부문은을 자신들과 관련된 사업에 이용해 이익을 올리고 이는 다시 원저작물의 판매를 촉진시킨다.◆ 다양한 형태로 캐릭터화한 상품 판매이 방식이 모든 거대 오락기업들이 받아들이려고 하는 모델이다.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 그룹들이 개별적인 영화나 책 혹은TV프로그램을 판매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파는 것은 브랜드다. 즉 수천가지의 다른 형태로 판매될 수 있는 캐릭터나 아이디어를 말하는 것이다.어느 한 브랜드는 보통 이벤트성 영화로 시작된다. 디즈니의 <라이언킹 designtimesp=17932>이나 소니의 <고질라 designtimesp=17933>가 그랬다. 하지만 브랜드는 꼭 영화가아니라도 여러 형태로 태어날 수 있다. 최근 영화화된 바이어컴의<러그래츠 designtimesp=17934>는 어린이 케이블채널 니클로디언에서 시작된 것이고 타임워너의 <배트맨 designtimesp=17935>은 오래된 만화에서 액션영화로 성공리에 만들어진 것이다. 배트맨은 이후 다른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들어졌다.경영이론가들이 수직적 통합을 별로 좋지 않게 바라보기 때문에 일부 관찰자들은 업계에서 벌어지는 통합이 경영전략의 일환이라기보다는 무지막지한 폭력이라는데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수직적 통합도 그럴 듯한 명분이 있다.하나는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다. 기술이 변화하면서로 다른 사업간의 역학관계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한 상품전달방식이 다른 것에 비해 큰 이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이것과관련있는 사업의 힘도 더 커질 것이다. 이와 달리 오락을 전파하는데 아주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수단이 많이 있다면 힘의 크기는 콘텐츠를 누가 소유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타임워너의 딕파슨즈 회장은 「업계에서의 힘의 균형이 계속 변화할 때는 판 자체를 전부 소유해 버리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이 모델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퀴를 생각하는 것이다. 컨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퀴의 중심이 된다. 여기에서 뻗어나간바퀴살은 생산된 브랜드를 여러 다른 방법으로 활용하는 각각의 방법들이다. 영화스튜디오 텔레비전네트웍 음악 출판 판촉행위 테마파크 인터넷사이트 등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본다면 생산과 그것을 전파하는 것 사이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진다. 브랜드를 판매하는 다양한 방법 역시 브랜드 자체의 그것의 가치를강화하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각의 <러그래츠 designtimesp=17942> 비디오는 또다른 장난감으로 팔리며 다시 이 장난감들은 소비자들이 곧나올 영화에 관심을 갖도록 만든다. 계속 굴러가는 원(圓)운동이시작된 것이다.이 모델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두 종류의 문제점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각 부문들을 적소에 배치하는 문제와 이들이 서로 같이 작용하도록 해야 하는 문제다. 지난 10여년동안 오락산업계의거대 그룹들은 그룹 전체의 일에 도움이 될만하다고 생각한 사업들을 계속 손에 넣었다. 이들은 특정한 기능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경우 그 기능을 가진 사업부문을 대부분 인수했다. 이 계획에 적당하지 않은 것들은 그룹으로부터 분리됐다. 일례로 바이아컴은 서적사업 중 교육출판 부문을 올초 피어슨에 매각했다.◆ 사업은 서로 가치를 더하도록 관리지난 95년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포함한 MCA를 인수했고 폴리그램의인수도 막바지 단계에 있는 시그램의 에드거 브론프만 사장은 영화와 음악 테마파크에도 흥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의 TV 부문은취약했다. 그래서 1년전 그는 텔레비전 부문을 매각했다.그러나 모든 부문을 뭉뚱그려 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업 부문들이 서로서로 가치를 더할 수 있도록 관리돼야만 한다. 흔히 이것을 「시너지」라고 부르는데 이것이 오락산업에서는 말과같이 쉽지 않다.그러나 디즈니는 실제로 이 단어의 본래 의미에 걸맞는 게임을 오랫동안 해 왔다. 월트 디즈니는 스스로가 「이미지 창조자」라는모임을 설립했다. 이들은 핵심 콘텐츠를 개발하는 사람들로 회사의나머지 사람들이 써먹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것이 주임무였다. 디즈니는 바퀴살의 숫자를 아주 많이 늘려왔다. 영화가만들어지고 나서 테마파크와 소비자 제품부서가 생겼다. 그 이후출판 잡지 음악 케이블채널 기념품매장 유람선 스포츠단 호텔 등이만들어졌다. 디즈니가 최근에 만든 것은 현재까지 나온 것 중 가장큰 것으로 캐피털시티즈/ABC라는 것인데 이것은 ABC방송 네트웍과ESPN 케이블 스포츠네트웍을 소유하고 있다. 이것의 시너지는 지금까지는 그리 크지 않다. ABC가 재정이나 시청률면에서 별로 재미를못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ESPN은 디즈니의 독특한 방식으로이익을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지금은 레스토랑 경영과 잡지발행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디즈니는 ESPN이라는 브랜드의 잠재력을 알아 봤고 지금은 그것을 완벽하게 얻어내고 있는 것이다.타임워너도 터너브로드캐스팅을 합병해 재미를 봤다. 터너의 텔레비전과 스포츠 분야는 타임과 워너 양쪽에 어느 정도 시너지를 제공했다. 워너가 터너에 케이블 네트웍들보다 빨리 영화를 공급받을수 있도록 해 준 계약이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또 터너의CNN과 타임의 스포츠일러스트가 합작한 CNNSI가 케이블 스포츠뉴스네트웍을 만든 것도 같은 경우다.물론 여기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미국이 베트남에서 신경가스를사용했다는 주장을 하면서 CNN을 인용해 실었던 타임은 나중에 그것이 오보로 밝혀지자 수모를 당했다. 이 경우는 상호 보완이 아니라 상호 손해만 입힌 결과가 됐다.어쨌든 오래된 질서는 변하고 있다. 모델을 적절하게 이용한 기업들은 좋은 실적을 올리며 앞으로의 전망도 좋아 보인다. 지난 9월미디어 컨설팅사 폴 캐건이 펴낸 한 보고서는 기술의 변화로 호황을 맞은 미국의 오락산업은 다음 10년동안 연평균 8%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또 아시아를 비롯한 나머지 세계에서도 이사업들은 계속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A brand new strategy」 Nov. 21, 98정리·염동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