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5대그룹의 구조조정 원칙에 대한 기준을 새로 제시했다. 빅딜을 추진하면서 대상기업들의 자산이 부채보다 많아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즉 순자산가치가 플러스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서의 허용이란 대출금 출자전환등 지원조치를 할수 있다는 뜻이다.기업은 자본주가 투자한 돈(자본금)과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빌린돈(부채)으로 공장과 기계설비 등 고정자산을 구입하고 일부는운전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현금이나 예금 등 유동자산으로 보유하게 된다. 이때 기업의 자산총계는 크게 보아 공장 기계설비 등고정자산과 현금 외상매출금 상품 등 유동자산을 합한 것이다. 그야 말로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을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재산은 주주들이 출자한 자본금과 은행 또는 채권시장에서 빌린 부채로사들인 것이다. 결국 자산총계와 자본금 및 부채총계는 똑같아야된다. 그같은 내용을 기록한 것이 매년 작성하는 대차대조표다.정부가 자산이 부채보다 많아야 기업합병 등을 지원해 주겠다고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수 있다. 예컨대 어떤 회사가 정리된다고 가정할 때 부채가 자산보다 많으면 회사의 모든 재산을 팔아 빚을 갚는다 하더라도 남는게하나도 없게 된다. 오히려 빚만 남는다. 이런 상태를 보통 완전자본잠식 상태라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회사는 빚쟁이에게 넘어간것이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그런 상태의 회사를 합친다거나 경영권을 누가 행사할 것이냐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게 정부시각이다. 그래서 합병 등 소위 빅딜 대상기업은 증자나 외자유치 등을 통해 자산을 늘려 부채보다 많아지도록 한 연후에 구조조정을 해야 주인(경영주체)이 누구냐를 얘기할 자격이있고 정부도 지원조치를 해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이는 두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재무구조가 부실한 회사를 합친다 하더라도 여전히 부실기업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동안 경영을 맡으면서 회사를 부실로 만든 주주들도 책임을져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부채를 합병회사에 모두넘기지말고 상당부분을 스스로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설회사에 부채를 그대로 떠넘기고 대출금 출자전환 등을 통해 회사를 살리려는 것은 구조조정이 아니라는 말이다. 논리적으로는 나무랄데없는 원칙이다. 그러나 실행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그리 간단치가않다.자산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에 따라 부채를 초과하기도 하고못미칠 수도 있다. 특히 영업권이나 특허등의 무형자산을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부채를 떠안는 방법도 문제다. 어차피 그룹의 구조조정 대상이 아닌 다른 기업이 인수받아야 할텐데 그 기업의 재무구조가 나빠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인수해주는 회사의 주주들이 반발할 것은 당연하다. 좋은 계열회사를 팔거나 오너들이 사재를 털어 출자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는 것도 이 대목이다. 자구노력의 선행을 강조하기 때문이다.먼저 외자유치를 통해 기업을 건실화시킨뒤 구조조정에 착수해야한다는 것도 문제다. 외국인들의 관심은 부실회사를 인수하기보다대출금 출자전환 등을 통해 어느정도 기업에 대한 회생의지를 확인하고 투자에 참여하려 한다. 그런데 외국인투자가 선행돼야 출자전환등 지원조치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진행중인 외자유치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치리란게 재계의 항변이다.기업구조조정은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행돼야 하지만 결코 우격다짐으로 될 일은 아니다. 시한을 두고 몰아붙이기보다 원칙을 제시하고 철저하게 적용, 스스로 빨리 추진하지 않으면 손해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