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통신 부품업체인 마이크로통신이 웅비의 날개를 펴고 있다.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 지금껏 이렇다할만한 경영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던 마이크로통신은 최근 우호적인수·합병(M&A)을 계기로 마침내 자신의 잠재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이른바 기술력 중심의 벤처기업이 「경영쇄신」이라는 엔진을 달아제 궤도를 찾은 것이다. 마이크로통신은 이미 벤처업계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업계에도 상당히 알려진 기업이다.◆ 몰려드는 주문, 생산설비 감당 못해지난 5월 중계기용 통합 고주파 모듈을 세계 최초로 개발, 상용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나오자마자 휴대폰 및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국내중계기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지난해 6억원을 간신히 넘겼던 매출은 올해30억원 이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 회사의 류진학 기획과장은『미국 유럽 등지로부터도 수입주문이 쇄도하고 있어 단일품목으로1백억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사실 마이크로통신의 기술력은 진작부터 정평이 나 있었다. 갈륨비소(GaAs) 반도체를 이용한 MMIC (고주파 단일공정집적회로) 설계기술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있고, TV용 튜너나 업·다운 컨버터 등에 있어서도 국내 정상급의 기술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된특허도 14건이나 된다. 마이크로통신의 주력생산품인 고주파 모듈은 통신기기가 전파를 주고 받을 때 증폭하거나 변환하는 장치로TV 휴대폰등에서 인공위성에 이르기까지 전파를 사용하는 모든 기기에 사용되는 부품이다.특히 가로 세로 1mm의 칩에 1백30여개의 통신부품이 들어가는MMIC는 가격과 기능면에서 획기적이라고 할만큼 뛰어난 품질을 갖고 있다. 휴대폰망을 구축할 때 핵심적으로 설치되는 저잡음증폭기상향하향변환기 고출력증폭기 주파수발진기등 5개 핵심부품을 단일부품으로 통합한 MMIC는 국내 40여개의 시스템업체중 20여개사로부터 주문을 받아내고 있다.박경민 사장은 『낮은 가격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수요자가 원하는방식으로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면서 『마이크로통신은국내 무선통신시장에서 이같은 3박자를 모두 갖춘 기업』이라고 소개했다.그러면 마이크로통신의 M&A과정을 한번 들여다 보자. 마이크로통신은 지난 93년 공학도인 조삼열씨에 의해 설립된 기업이다. 무선통신부품 개발에만 매달린 조전사장은 갖가지 어려움을 무릅쓰면서마이크로통신의 기술력을 향상시켜온 인물이다. 걸프전 때 사용됐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개발한 미국의 「레이시온」사를 수십차례방문, 자신이 설계한 갈륨비소 반도체의 제작을 맡긴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그러나 연구개발(R&D)분야가 탄탄하고 뛰어난 기술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것이 기업의 성공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마이크로통신도 마찬가지였다.데이콤에 잠깐 「시외전화 자동접속장치(ACR)」를 납품했던 96년을제외하고는 매년 적자가 났다. R&D투자로 지출이 많기도 했지만 벤처업계의 고질적 특성인 경영의 비효율성 때문이었다.◆ 조직 인사관리 마케팅 대폭 강화이에 따라 올해 6월 마이크로 통신은 주인이 바뀌게 된다. 그 전까지 마이크로 통신을 이끌어왔던 조삼열사장은 경영권을 프라임산업에 넘기고 회사내 연구소장으로 물러나 앉았다. 전자 및 통신공학에 높은 전문성을 갖고 있는 조전사장은 오로지 연구활동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대신 서울 구의동에 테크노마트를 지으면서 정보통신산업에 눈을 뜬 프라임산업은 업계진출의 교두보로 마이크로통신을선택했다. 한마디로 우호적 인수·합병(M&A)이었다. 초대사장에는박경민 전 프라임산업 기획조정실장이 임명됐다.박사장은 기술과 연구개발 외에는 모든 것이 척박했던 이 회사에체계적인 경영을 접목시키기 시작했다. 조직과 인사관리 뿐만 아니라 마케팅도 대폭 강화했다. 7월에는 새삼스럽게도 중소기업청에의해 「벤처기업」에 선정됐고 8월에는 한국통신프리텔에 통합모듈의 납품을 개시했다.이에따라 매출이 비약적으로 늘기 시작해 10월에 3억원이던 것이12월에는 10억원으로 불어났고, 내년에는 무려 2백억원을 바라보고있다. 몰려드는 주문에 생산설비가 감당해낼지 벌써부터 걱정이다.이회사는 통합 모듈외에 내년초 신제품 출시를 속속 준비하고 있다. 최근 새롭게 개발돼 각광받고 있는 「갈륨비소 HBT」 반도체칩을 이용한 CATV 하이브리드 IC칩과 주파수 대역폭을 대폭 넓힌 이중주파수 변환튜너를 선보일 예정이다.★ 인터뷰 / 박경민 사장 "내년 연말엔 코스닥 상장 계획"박경민 사장은 금융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서울 법대를 졸업한 뒤 서울투자금융 일은증권에서 오랫동안 금융업무를 익히며벤처 및 신기술업체에 많은 관심을 쏟아왔다고 한다. 그러다가 프라임산업의 기획조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경영관리업무에 눈을 떴다.▶ 마이크로통신의 사령탑을 맡게된 소감은.인터넷 검색엔진 야후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팀 쿠글(TimKoogle)과 같은 경영인이 되고 싶다. 마이크로통신에는 그만한 잠재력도 있다.▶ 마이크로통신은 어떤 회사인가.과거 마이크로통신은 축구에 비유하면 「일부 발재간이 뛰어난 선수가 있긴 하지만 게임운영은 동네축구」의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체계적으로 사업화하는 「스트라이커」가 없는 상태였다.▶ 그렇다면 대표이사 취임후 무엇이 달라졌나.지금도 변화하는 중이다. 우선 생산 관리 기획 마케팅 등 다른 분야의 역량을 끌어올리는데 노력하고 있다. 별도로 기획팀을 만들어중장기 경영 비전을 마련중이다.▶ 경영행위에 있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무엇인가.팀워크다. 물적 인적 인프라는 충분히 구축할 수 있지만 운영인프라, 즉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생산적인 아이디어의 창출은 저절로되는 것이 아니다. 팀워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금융인 출신인데 통신업계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보나.서울투자금융 시절부터 벤처업계를 눈여겨 보아왔다. 나름대로 정보통신업계의 특성도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통신업계의 특성은 무엇인가.한마디로 3D업종이다.(웃음) 특히 무선통신의 경우 좋은 이론들은많지만 그중에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들은 흔하지 않다. 기본적으로통신은 주변환경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실험들을 다양한장소에서 반복해봐야 그 사업성을 타진해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수많은 시행착오를 각오해야 한다.▶ 단기적인 경영목표는.내년에 매출 2백억원, 순이익 40억원을 달성한 뒤 연말쯤에 코스닥시장에 상장시킬 계획이다.▶ 마이크로통신의 장기 비전을 설명해달라.철저하게 무선통신 전문기업으로 남고 싶다. 경량화 고주파 고성능을 지향하면서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