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한국의 경제 성장에 기여해온만큼 지난 1년간 변화의 중심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보험 부문도 적지않은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금융 위기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이미 보험산업에서의 규제 완화는 시작됐다. 규제 완화로인한 변화는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의 보험회사들은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보험산업을 둘러싼 변화를 연구,한국 시장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찾아 이런 변화에 적응할 준비를해야 한다.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볼 때 한국의 보험회사들이 추구해야할 전략은 다음의 5가지로 요약된다. △조직 운영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라. △부실 채권 문제를 해결하고 자산 관리체계를 구축하라. △보험 판매 경로를 혁신하라. △새로운상품을 개발하라. △통합하고 집중하라.조직 운영의 효율성 확보 위한 구조조정오늘날 보험회사들은 고비용 및 고정비용 등의 문제와 함께 시장위축 문제에 직면해 있다. 또한 까다로운 규제로 인해 보험회사들은 과거에 누려왔던 운영 효율성에서의 장점을 상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도적인 보험회사들은 핵심 프로세스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과 관리업무의다운사이징(Downsizing)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구조조정은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수준 향상, 보다 신속한 보험 증권 발행, 신속한보험액 산정, 민첩한 고객 불만 처리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른나라의 사례를 참조해 볼 때 20∼40% 가량의 비용이 고객 관련 핵심적인 활동에 집중함으로써 절감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미쓰이의 경우 고객 관련 활동에 집중하면서 지점의 15%를 줄이고 7백명을 감축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도했다.보험회사의 비용은 주로 영업과 판매 경로에서 발생한다. 다시 말해 영업과 판매 경로가 효율성 향상을 꾀할 수 있는 주요 부문이란얘기다. 한국에서 보험 영업은 주로 판매원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삼성생명이나 현대화재해상보험과 같은 경우 보험 판매원이 거의 2만2천여명에 달한다. 문제점은 판매원들의 이직률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전체 판매원의 50% 가량이 경력 1년 미만의 신참인 경우가 많고 경력이 적은 판매원들의 경우 아무래도 생산성이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보험 판매원 일인당 생산성은 개인에 따라 격차가 많이 난다.회사의 보험 영업능력을 점검해보면 실적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파악할 수 있다. 영업능력 검토는 회사의 영업력이 포괄하는 지역과 고객층, 주요목표 고객, 방문 행태, 주요 판매 시기와 관행등을 포함한다.◆ 부실 대출 해결과 자산 관리 체계 구축부실 대출은 보험회사의 수익성을 압박하는 주요 원인이다. 보험회사, 특히 생명보험회사의 경우 기존의 기업 대출금을 면밀히 검토한 후 최선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신용 가치 평가와 거래 관계 관리에 대한 독립적인 책임이 요구된다.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또한 산업별 기업별 리스크 등급이 필요한데 이 리스크 등급을 통해 보험회사는 수익을 내기 위해 대출금에 어느 정도의 이자를 산정해야 하는지 계산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개별 고객에 대한 모든 여신을 포괄하는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관리가 필요하고 수익이 적은 대출에 대해서는 거절하는 과단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선진국의 경우 한국의 보험회사와 같은 방식으로 자금을 빌려주지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선진국의 보험회사들은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자금을 채권과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손해보험회사들은 이런 자금 운용 방법을 경쟁력을 높이는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한다.생명보험의 경우 고객들이 생명보험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투자 실적을 중요시함에 따라 자금 운용이 핵심 업무중의 하나로 부상하고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유럽의 몇몇 생명보험회사들은 스스로를 보험 사업가가 아니라 오히려 자산 관리 사업가로 여기고 있는 추세다. 유럽의 생명보험회사들은 고객으로부터 더 많은 투자 자금을끌어들이기 위해 채권과 주식시장에서 세계 수준의 자산 관리 역량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들은 또한 큰 기관들의 연금 관리와 같은 새로운 사업 분야에도 눈을 돌려 활발하게 신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한국의 경우에도 자본시장이 더 발달하고 기업이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빌리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짐에 따라 유럽의 생명보험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멀지않아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것은 새로운 자산 관리 역량이 필요해짐을 의미한다. 즉 어떤 기업의주식과 채권에 투자할 것인가 선택하고 자산 포트폴리오를 어떻게구성할 것인가 결정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보험 판매 경로 혁신전세계적으로 보험산업에서는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형태의 구매및 판매 경로 등이 생겨나고 있다. 보험을 판매할 수 있는 경로는전화와 우편 컴퓨터 인터넷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게다가 적지않은 나라에서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보험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 사업에 새로 뛰어든 이런 경쟁자들은 새로운 판매 경로를 통해 보험 상품을 제공한다. 이러한 새로운 판매 경로는 기존경로보다 비용이 덜 들고 어떤 고객들에게는 더욱 편리한 방식으로받아들여지고 있다.<표1 designtimesp=17930>우선 전화 판매부터 살펴보자. 전화는 단순한 내용의 보험 상품을판매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영국의 경우 전체 자동차 보험의 50% 가량이 전화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아직도장기적인 투자 계약의 경우 얼굴을 마주 보고 얘기하지 않으면 거래를 꺼리는 풍조가 남아 있긴 하지만 단순한 형태의 생명보험이나연금 상품의 경우 전화를 통한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일본에서도 전화 판매가 시도되고 있는데 취히리생명과 오릭스생명의경우 신문 광고와 전화를 통해 니폰생명보다 30% 저렴한 가격으로생명보험을 제공함으로써 급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유럽의 경우 은행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은행보험(Bancassurance)」이 큰 인기를 끌면서 보험 사업이 은행의 새로운 수익 원천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생명보험은 은행에 높은수익을 가져다 주는 신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유럽의 경우 크레딧 아그리콜이나 로이드 TSB, BBV 등 선두 보험회사들이 은행들인경우가 많다. BCG가 미국의 은행 연구소 (Bank AdministrationInstitute)를 위해 연구한 결과에서도 보험이 은행에 고수익을 가져다 주는 사업 기회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그렇다면 보험이 특히 은행에 수익이 높은 사업 기회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은행은 기존 지점망을 통해 보험 상품을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영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것은 은행의 기존 고객군을 기반으로 보험 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점이다. 은행이 보험사업을 시작할 때 고려해야할 점은 단지 직원교육과 문화의 문제일 것이다. 판매 지향적인 문화를 각 지점에 심어주고 직원들에게 보험 관련 교육을 시킨다면 보험은 큰 투자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은행의 신규 사업 분야가 될수 있다.그러면 기존 보험회사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보험회사들이 새로운 판매 경로를 개발하는 것은 예상외로 어렵다. 보험회사들은 이미 확고한 대리점 네트워크와 보험 판매원 조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영업력을 여기에서 다른 경로로 옮기는 것이 쉽지가 않다. 보험회사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실적이 좋은 대리점을 중심으로 과감히 힘을 집중시키는 동시에 독자적으로 새로운 판매 경로를 개발, 시장 변화에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보험 상품 개발규제가 완화된다는 것은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여지가 많아진다는것을 의미한다. 규제가 많은 환경에서는 상품의 성격이나 가격이나모두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규제 완화란 「소비자 시대의 부상」을 의미하는 또다른 말일 뿐이다. 보험회사들은 주요 관심사를 규제자로부터 고객에게로 돌릴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오늘날 보험업계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 중의 하나이다.유럽의 경우 자동차 보험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새로운 보험회사와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영국의 다이렉트 라인은 사고위험이 적은 운전자에게 영업력을 집중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뒀다.반면 다른 회사는 사고 위험이 높은 자동차를 주고객으로 하고 있는데 청구액이 업계 평균을 능가하는 반면 수익성도 업계 평균을상회한다.한국의 경우 자동차보험외에 재산이나 특정 재물 등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시장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재산 관련 보험이 개인 부문 보험시장의 약 20%를차지하고 있다. 고객의 습관이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그러나 범죄율이 높아가면서 다양한 보험 상품에 대한 요구 역시높아갈 것은 분명하다. 또한 기업 부문에서는 좀더 복잡한 보험 상품에 대한 역량이 요구된다. 사업상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대상으로하는 원 스톱 엄브렐라(One-Stop Umbrella) 보험이 이에 대한한 예가 될 것이다. 개인 부문에서는 특정한 리스크 특성을 가진고객을 선택하는 분명한 전략을 가지고 리스크를 구별할 수 있어야한다.◆ 통합과 집중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보험회사간에도 M&A(인수 합병)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보험회사간 M&A가 활발해질 것으로기대된다. 물론 M&A 자체가 이익을 창출해주지는 못한다.M&A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비용을 절감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규모가 두배가 되면 대략 15∼20%의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있다. 비용 절감은 주로 지점망과 전산 시스템 통합에서 이뤄진다.그러나 이러한 비용 절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분명하면서도 훈련된 합병 후 통합과정이 필요하다. 가장 큰 회사가 항상 가장 높은수익을 산출하지는 않는다. BCG의 지금까지 경험에 비춰볼 때 수익성이나 역량이 낮은 두 회사의 통합이 경쟁력있는 한 보험회사를탄생시키는 경우는 드물었다.성공적인 M&A를 통해 기업은 특정 사업 부문에서 경쟁력있는 지위를 구축할 수 있다. 보험산업의 경우 큰 규모가 가져다 주는 장점중의 하나는 각 지역별 리스크와 리스크 규모를 더 잘 파악함으로써 서로 다른 리스크별 가격 책정이 가능케 된다는 점이다. 최근미국에서 이뤄진 UNUM과 프로비던트의 합병 사례를 보면 이들 기업은 합병을 통해 장애 소득 보험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사업을 펼치고 있는 주의 숫자가 적은보험회사가 상대적으로 손실 비율이 더 낮지만 단지 적은 위험에노출되는 것으로 손실을 줄이려 노력하는 것보다는 큰 위험에 대해전문가가 되는 편이 낫다. 전문가일수록 양질의 위험산업을 선별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앞으로 2∼3년내에 한국의 소규모 보험회사들은 생존을 위한 합병을 선택해야만 할 것이다. 몇몇 보험회사들은 자본을 유입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 파트너를 찾고자 할 것이다. 메트라이프가 대한생명에 투자한 사례는 합작 투자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추구하고 있는 보험회사의 노력을 보여준다. 물론 합병 자체로는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시장에서의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는 것은「누구」와 「어떻게」 합병하느냐가 되기 때문이다.결론적으로 보험 부문은 금융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원동력인가아니면 수술이 필요한 환자인가. 현시점에서 한국의 보험산업은 수술이 필요한 환자다. 보험회사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보험회사들은 서로 비슷한 상품을비슷한 방식으로 판매하며 사업을 수행해왔다.그러나 미래의 승자는 모방하지 않고 차별화하는 기업이다. 이런기업은 진정한 의미에서 금융산업을 선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상품에서의 차별화와 함께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과 경로에서의혁신이 필요하다. 기존 보험회사들은 성장을 촉진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보험 사업을 하지 않는 금융기관들은 규제가 허락하는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가지고 이 부문에 뛰어들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