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파이젠바움씨(62)는 며칠전 병원에 갔다가 뜻하지 않은일을 경험했다. 25년전 자신이 개발했던 기술이 전혀 생각지도 않은데서 쓰이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자신의 호흡을 분석하기 위해고안해냈던 기술이 첨단 장치로 둔갑해 있었던 것. 담당 의사는 새로 나온 「폐활량계」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기술을 사용한 것이며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를 끈기있게 설명해 주었다.파이젠바움 교수는 다름아닌 인공지능 기술의 최고 대가이자 스탠퍼드 대학에서 수많은 제자를 길러낸 주인공이다. 그가 연구해 온인공지능 기술이란 간단하게 설명하면 기계가 인간처럼 생각하게만드는 것. 지금까지 실용화된 수많은 인공지능 기술이 그가 지난65년에 설립한 스탠퍼드대학 지식시스템연구소(KSL)에서 개발됐다.파이젠바움 교수의 업적은 인간의 지능이란 것은 논리적 사고로부터가 아니라 특정한 문제(화학적이거나 기계적인 문제나 마찬가지다)나 세상사에 대한 기존의 지식으로부터 나온다고 정의한데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이 원리를 컴퓨터에 그대로 적용했다. 기계가인간처럼 생각하기 위해서는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알아야 하며 이를 전부 입력받아야 한다는데서 출발했다.그러나 세상에는 수백만개의 「규칙」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런일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파이젠바움 교수의 제자인 더글러스레넛씨는 지난 15년동안 상식적인 사실들을 입력하는 일을 꾸준히해왔다. 현재 직장인 「사이코프(Cycorp)」에서 이 일을 다 마치려면 앞으로 25년은 더 걸릴 예정이다. 레넛은 그 일을 「대규모전문가 시스템」구축 작업이라고 소개한다. 특정한 일에 대처하는능력을 가진 여러 시스템들을 연결하는 작업이다. 만약 이 작업이계획대로 성공하면 2025년께면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사고하는 「복제 인간(Intelligent artifact)」을 볼수 있을 것이다.◆ 동료교수들 시기속에 산학협동 지원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미래의 일이다. 연구자들은 인간과 닮은완벽한 지능 인간보다는 인공지능을 여러 상황에 응용하는 작업에더 관심을 쏟고 있다.『나는 이론적인 문제들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내가 개발한 기술들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를 보는게 중요하죠.』따라서 파이젠바움 교수는 제자들이 인근 실리콘밸리에 차린 회사들에 대해 기술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일종의 산학(産學)협동이다. 그는 직접 회사에 투자하기도 한다. 때론 이들 업체들에 가서 연구활동에 쏟아붓는 시간이 많을 때도 있다.이런 실용적 경향이 때론 학내에서 그의 업적을 「폄하」하는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그가 겪은 독특한경험 때문이다. 지난 67년 분자구조를 밝히는 최초의 인공지능시스템을 개발했을 당시 그는 한 전국규모의 컨퍼런스에서 이 시스템을처음 발표했다. 그러나 예상외로 반응은 냉담했다. 동료 교수들의비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파이젠바움 교수는 결국 인공지능기술이화학물을 분석하는데나 쓸만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파이젠바움 교수의 인공지능 개념은 형태만 달리했을뿐 훨씬 이전인 50년대부터 존재했었다. 41세에 아깝게 요절한 영국의 수학자앨런 터링교수가 그 시조격이다. 그는 「기계도 생각할 수 있을까」란 제목의 논문에서 컴퓨터가 인간과 같이 생각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화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라는 아이디어를 처음 내놨다.그러나 이런 독창적 아이디어는 그후 별 진전을 못봤다.인공지능 연구자들이 대부분 논리퍼즐을 풀거나 체스게임을 만드는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인간과 비슷한 사고체계를 갖는시스템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파이젠바움 교수가 인공지능기술의실용화를 결심한 것이 바로 이때다. 그는 『현실세계로 인공지능을들고 나가자』라고 외쳤다. 결국 연구체계는 두 부류로 나뉘었다.전반적으로 인간을 닮은 컴퓨터를 완성하자는 조류와 인공지능 기술을 실용화시켜 비즈니스화하자는 것이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현재 전자를 따른 연구자중 성공한 사람은 없다. 반면 파우젠바움교수는 사고단위를 소규모화함으로써 비즈니스와 연구에서 둘다 성공했다. 경쟁자들과는 달리 그는 컴퓨터안에 완벽한 인간의 논리를심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 그는 화학자나 엔지니어,폐질환 등 특정분야에 뛰어난 지능을 가진 전문가 시스템을 만드는데 주력했다.즉 모든 문제에 대처하기보다는 특정한 문제를 전문적으로 풀 수있는 인공지능에 몰두했다.그 결과는 예상대로 성공이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전문가 시스템은 특정분야에서 인간과 대등한 대처능력을 발휘했다. 더 낫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퇴직할 염려도 없고 「농땡이」를 치거나 자러가지 않는다. 때론 몇개 시스템을 연결하면 한사람이 처리할 수 없는 여러가지 일도 종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된다.파이젠바움 교수가 인공지능 분야에 들어서게 된 것은 그의 부친과카네기 멜론대학의 허버드 사이먼 교수의 영향이 컸다. 어린 시절그는 부친이 사용하던 전자계산기에 큰 호기심을 느꼈고 대학에서컴퓨터 사이언스를 연구하게 된다. 50년대 중반에 파이젠바움은 카네기 멜론대에서 허버드 사이먼을 만난다. 사이먼은 당시 동료였던앨런 뉴웰과 함께 「조잡하지만 어쨌거나 생각하는」기계를 만들었다며 발표하기도 했다.사이먼은 당시 19세였고 열정에 가득차 있던 파이젠바움을 도왔다.사이먼으로부터 IBM컴퓨터 메뉴얼(사용교본)을 건네받은 청년은책을 안고 밤을 새웠다.◆ 반은 인간, 반은 기계인류 탄생할 수도파이젠바움은 사이먼의 도움으로 멜론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파이젠바움은 스탠퍼드로 옮겨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연구에 몰두했다. 다른 분야 연구자들의 도움을 받아구조화학(Organic Chemistry),분자생물학,의학 등을 연구하기시작했다. 그러나 실용화 전략으로 노선을 바꾸게 된다. 70년대엔그의 제자들과 함께 벤처기업을 만들기도 했다. 그의 제자들은 현장 실리콘밸리에서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다만 그들은 스승보다 한층 더 실용적이다. 이들 벤처기업인들은 연구분야를 「인공지능」분야라고 부르지 않는다. 비즈니스상의 문제를 풀어주는「솔루션」이란 점을 강조한다.파이젠바움 밑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독립한 몬테즈웨벤(34)은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는 프로그래머다.그는 NASA에서 우주왕복선의 유지보수를 위한 전문가시스템을 개발했다. NASA는 이 시스템으로 수백만달러를 절감할 수 있었다. 그후즈웨벤은 이를 상용화에 성공했고 기술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피플소프트사에 매각, 수백만달러를 거머쥐었다.그의 동창들도 인공지능 기술을 응용한 비즈니스 솔루션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또 이런 솔루션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트라이올로지 소프트웨어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을 응용한 소프트웨어는 대형 컴퓨터업체인 휴렛팩커드(HP)에서 불량출하율을 눈에띄게 끌어내려 주었다. 이 회사 사장인 조셉 리만트씨도 역시 파이젠바움의 제자다. 그는 이 솔루션(파이젠바움은 전문가시스템이라부른다)을 세계 최대 항공사인 보잉이나 컴퓨터관련업체인 IBM 루슨트테크놀러지 제록스 등에 판매하고 있다.인터넷에서도 이런 전문가 시스템은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넷스케이프를 사용하다 「What’s related」란 버튼을 누르면 비슷한내용을 담고 있는 웹페이지로 바로 넘어갈 수 있게 돼있다. 사실겉으로 보기엔 아주 간단하다. 그러나 그 배경에서는 수많은 단어와 웹페이지로 신호를 보내 비슷한 단어와 내용을 검색한 후 대답을 주는 과정이 숨겨져 있다. 이 시스템 역시 파이젠바움 밑에서공부하다 91년 스탠퍼드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라마나탄구하(33)라는 사람이 개발한 것이다. 전문가 시스템은 결국 통합과 조정과정을 거쳐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로 발전할 것이다.〈고상한 기계의 시대(The age of Spritual Machines)〉란 책을쓴 레이먼드 쿠츠웨일씨의 말은 다소 과장됐다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올 미래상을 짐작케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멀지 않은 미래에 반은 인간,반은 기계인 인류가 탄생하게 될것이다.』포천지 최근호 정리·박수진 국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