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높은 저축률을 자랑한다.IMF 이후에도 저축률은 GDP(국내총생산)의 34%에 달하고 있다. 한편 인구의 노령화 현상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체 인구에서60세 이상 노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현재의 10%에서 2020년에는19%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인해 투자자를 대신해자금을 관리, 높은 수익을 올려주는 자산관리 사업이 더욱 유망할것이다.인구의 노령화 현상은 한국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세계의 많은 자산관리 회사들은 미래에 연금으로 지급한다는 조건 아래 고객의 자금을 위탁받아 관리해주고 있다. 미국은 24조달러로 가장 큰자산관리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적인 자산관리 회사들이 최근 관심을 돌리고 있는 유력한 시장이다. 일본의 관리자산 규모는 10조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일본의 자산 관리자들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이며 세계 수준의 역량 및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소홀했다. 때문에 골드만 삭스와 얼라이언스 등과 같은 외국 자산관리 회사들이 현재 일본의 투자신탁회사로부터 투자 위탁 주문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가고 있다.경쟁력있는 규모와 세계적인 조직망 구축을 목표로한 M&A(인수 합병)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메릴린치가 영국의 자산관리 회사인 머큐리를 합병한 것이나 취히리생명이 미국의 켐퍼를 합병한 것등이 그 사례이다. 자산관리 시장이 개인 투자자의 자산을 관리하는 소매 부문과 기업의 연금과 같이 큰 기관의 자금을 관리하는 기관 부문으로 양분되는 점도 세계적인 추세다.BCG의 조사에 따르면 2005년경이 되면 수많은 자산관리 회사 중8∼10개사가 기관 부문의 자산관리 시장을 거의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들은 주로 주식 투자에 주력할 것이며 시장 지표와일치하는 수익이 나도록 투자하는 지표채(Index Fund) 관리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경쟁의 초점은 핵심적인 상품과 지리적 격차를 메우는 것, 진정으로 세계적인 규모를 획득하는 것 등에 있다. 각국의 국내 회사(현지 기업)들은 개인 자산관리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다. 피델리티와 같은 세계적인 회사는 전화나 PC 등을이용한 직접 자산관리 시장에서 우위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1대1대면 판매는 자산관리 시장에서 여전히 중요한 부문으로 남을 것이며 국내사들은 기존 판매망을 통해 이 부문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한 거래 중개로 급성장하고 있는 미국의 찰스 슈와브조차도 눈에 보이는 거래소가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는 가장 중요한 경로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한국의 자금흐름 특성은 부채 및 은행 중심이라는 점이다. 즉 저축은 주로 예금으로 은행에 흘러 들어가고 이 돈은 대체로 대기업에대출됐다. 자금 조달이 직접 자본 시장에서 이뤄진 경우에도 채권시장이 주식시장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한국의 주식 투자자들은 주로 증권회사를 통해 단기 차익을 노리며 단기 거래하는약 1백3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투자신탁회사들은 이에 비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데 고객수가 약 3백50만∼4백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들 고객 중 상당수가 위험 기피적이며 고정 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투자신탁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투자신탁회사가 은행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 준다는 믿음 때문이다.한국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한편 정부가 제시한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주식시장에서 좀더 많은 자금 조달이 이뤄질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5대 재벌 이외의 회사들도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보장함에 따라 고수익,고위험 채권 투자의 영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신탁회사가어떤 규모든, 어떤 상황에서건 채무자의 부채를 보증해주는 식의관행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주식은 특성상 채권이나 예금보다 위험은 크지만 훨씬 높은 수익을 제공한다. 그러나 많은 한국의투자자들은 위험기피적인 성향을 보여왔으며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도 이런 성향은 변하지 않았다.◆ 개인부문 자산관리서 기회 찾아야한국에서 자산 관리 시장의 성장 여부는 두가지 요소에 달려 있다.첫째는 금융기관과 기업이 비대출 자금 조달, 즉 기업의 부채로 쌓이지 않는 자금 조달 방법을 얼마나 빨리 발전시킬 수 있는가 하는속도의 문제다. 둘째는 더 많은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위험 관련 금융자산을 보유하도록 외국인 투자자보다는 내국인 투자자들을유도할 수 있는 능력의 문제이다.한국의 자산관리 시장이 성장한다면 최소한 얼마동안은 투자신탁회사들이 이런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서있다. 이를위해서는 다음 세가지 영역에서의 실행이 필요하다. 첫째, 지탱할수 있는 상품으로의 이전을 완성하는 것이다. 수익 보장은 언제나투자자들을 유인하는 매력 포인트가 된다. 실제로 수익 보장은 최근들어 영국에서도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투자신탁회사들은 수익 보장으로 인해 높은 부채 비율과 위험성에노출되게 됐다. 이런 관행은 투자자들에게 좀더 다양한 수익을 제공함으로써 또한 적절하게 조직화된 파생상품을 통해 수익 보장을지원함으로써 변할 수 있다.둘째, 투자신탁회사들도 자본을 재확충해야 한다. 하지만 은행의경우에서처럼 투자신탁회사들도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것은 어려울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정부가 투자신탁회사의 손실을 메우는데 필요한 자금을 상당량 부담하거나 아니면 손실이 큰 사업체를 퇴출시키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투자신탁회사들은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 고객 관계 관리 및 운영상 효율성의 부문에서 세계적 수준의 역량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세계적인 자산관리 회사들은 이미 한국시장을 새로운 사업 기회로여기고 있다. 한국은 이들 외국회사들에 그들의 세계적인 조직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글로벌 투자관리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추가적인 자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의 투자신탁회사들역시 외국회사들과 제휴함으로써 적지않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외국회사와의 제휴 관계를 통해 한국의 투자신탁회사는 세계적인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또 한국 시장에 맞는 투자 관리기법과 상품 혁신에 필요한 확고한 기반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투자신탁회사들은 그 노력 여하에 따라 단기 차익을 노리는 주식투자자들의 투자 관행을 고위험 상품으로 바꾸기에 유리한 위치에있다. 투자신탁회사들은 영업점망과 수많은 고객 및 고객 일인당높은 평균 예치액 등의 유리한 여건에 놓여 있다. 그러나 투자신탁회사들이 자산관리 시장을 독점하지는 못할 것이다.증권회사들은 투자신탁관리 회사 설립이 허용된 이후 이미 투자신탁 판매에서 큰 성과를 거뒀으며<표3 designtimesp=17951> 투자신탁과 증권회사 사이의경계는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은행과 소매 유통업체들까지 그들의영업 유통망과 광범위한 고객 집단을 무기로 언제 새로운 경쟁자로부상할지 모른다. 생명보험회사 역시 자산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투자 실적을 중요한 성공 요소로 강조하고 있다. 투자신탁회사는 더 이상 한국의 유일한 자산 관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