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한경DB)
반도체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 구조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업황 개선이 반영됐던 지난 1분기 대기업 생산이 작년보다 8% 가까이 늘어날 때 중소기업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기업규모별 제조업 가운데 대기업 생산지수는 111.1(2020년=100)로 작년 동기 대비 7.9% 늘었다. 2021년 4분기 10.2% 오른 이래 분기 기준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기업 생산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은 2022년 3분기(-0.9%)부터 2022년 4분기(-7.8%), 작년 1분기(-9.3%)·2분기(-6.1%)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3분기에 증가로 전환했다. 작년 4분기(7.3%)부터는 2개월 연속 7%대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지난 1분기 94.3(2020년=100)으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보다 2.0% 감소했다. 2020년을 100으로 하는 기준조차 밑도는 수준이다.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2022년 4분기(-3.5%)부터 4개 분기 연속 감소세였다가 지난해 4분기 깜짝 증가(0.1%↑)로 돌아선 뒤 지난 1분기 다시 감소했다.

이처럼 대·중소기업 간 생산지수의 방향이 다른 주원인은 반도체업이다. 우리 경제 버팀목 격인 반도체 대기업들이 반도체 업황에 따라 전체 대기업 생산을 좌우하고 있어서다. 자동차·조선업 등과 비교해 반도체업은 생산과 고용의 파급효과가 적은 특징도 있다.

이런 흐름은 반도체 제외 제조업 생산지수를 살펴봐도 나타난다.

지난 1분기 제조업 생산지수는 작년 같은 분기와 비교해 6.1% 증가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1.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제외 제조업 생산지수는 2022년 4분기(-2.9%)부터 6개 분기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수출지표에서의 반도체 의존도도 극명하다.

지난달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13.8% 증가한 562억6천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액은 약 100억달러를 차지했다. 반도체 수출의 비중은 17.7%에 달했다.

반도체 업황에 좌우되는 반도체 의존형 경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간 산업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와 별도로 중소기업 위주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육성을 통한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팹리스 기업은 약 200개로 추정됐는데 약 3%의 중견기업(7개사)과 97%의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