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사람들에게 98년은 최악의 한해였다. 대형 서적도매상들의연이은 부도는 업계 전체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고, 폭발적인 환율급등은 제작비를 천정부지로 치솟게 했다. 더욱이 극심한 경제난과 실업사태는 급기야 출판물의 전반적인 판매부진으로 이어져 총체적인 불황을 초래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일부 대형서점과출판사들은 예년 수준을 웃도는 실적을 올려 동종 업계 사람들의부러움을 샀고, 또 몇몇 작가들은 대중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오르며 의미있는 한해를 보냈다.지난해 국내 출판계의 가장 큰 특징은 IMF형 책이 많은 관심을 끈반면 문학서는 그다지 각광을 받지 못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어려운 경제 여건을 반영해 경제경영, 종교, 컴퓨터, 자연과학서적 등은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소설 등은 전반적으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경제경영 서적의 선전은 IMF사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의 흐름을 알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실용서위주로 독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특히 경제위기를 이길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OOO보고서류와 창업 관련서들이 인기를 끌었다.종교분야가 강세를 보인 것은 사회분위기가 침체됨에 따라 종교적위안을 얻으려는 독자가 증가했고 이에 발맞춰 읽기 쉽게 기획된종교 관련 서적이 대거 쏟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소설의 부진은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이 나오지 않은데다 인기작가의 작품활동 부진, 달러화 상승으로 인한 번역소설의 절대적인 감소에서 크게 영향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소설에서 각종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과 고전명작들의 선전은 눈에 띄는 대목으로 꼽힌다. 또 소설부문에서 적게는 4~5권, 많게는 10여권에 달하는 환상소설이 청소년층 독자들을 중심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눈여겨볼만한 대목으로 꼽힌다.◆ 1백만부 이상 팔린책 없어연예인들의 신변잡기를 다룬 책이 나름의 시장을 형성하면서 꾸준히 팔려나간 것 역시 이채롭다. 탤런트 박원숙을 비롯해 전원주,서정희, 최진실, 신은경 등이 책을 냈고 이 가운데 박원숙의 책<열흘 운년이 보름은 못 울어? designtimesp=18000>는 베스트셀러 상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했다. 비소설 부문에서는 일본문화 개방의 힘을 입어 일본문화를 한국인의 시각으로 다룬 책이 많은 관심을 끌었다. 주로 일본에서 일정기간 동안 생활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써내려간 책들로 <일본은 없다 designtimesp=18001> 이후 출판계에 불어닥친 일본열풍을 이어갔다.출판계에서는 당분간 일본문화나 일본식 창업을 다룬 책이 강세를보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과학분야는 생활 속의 과학적 원리를 탐구한 책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과학상식을 다양한 각도에서 해설한 책이 인기를 끌었는가하면 생활 속에서 흔히 볼수 있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책등이 자리를 잡았다. 이는 단편적인 호기심을 과학적 실험을 통해풀어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영향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무거운 주제를 다룬 과학 이론서는 서점의 책장에서 구석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당했다.대형 베스트셀러의 부재도 지난해 출판계의 큰 흐름 가운데 하나다. 출판계의 특성상 정확한 판매부수를 산출해내긴 어렵지만 1백만부 이상 팔린 책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교보문고의 한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소설을 중심으로 한두권쯤은 밀리언셀러 대열에 들었겠지만 지난해는 전무했다는 것이 출판계의 분석』이라며 『대형베스트셀러가 등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한편 지난해 10월까지 출간된 초판 발행 종수는 2만4천1백24종(만화 제외)으로 97년의 같은 기간에 비해 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발행부수는 1억4천3백35만부로 3%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출판사는 모두 1만3천3백13곳이며 각 출판사는 지난해 평균 2종 정도의 책을 펴낸 것으로 분석됐다. 98년에 책을 가장 많이 낸 출판사는 시공사로 모두 1백96종을 냈고 민음사, 서울대출판부, 나남출판사 등이 그 뒤를 이은 것으로 집계됐다.이밖에 지난 1년 동안 단행본을 가장 많이 펴낸 저자로는 강준만교수(전북대 신방과)가 뽑혔다. 글쓰기에 성역을 두지않는데다 직설적인 화법으로 유명한 강교수는 지난해 <카멜레온과 하이에나 designtimesp=18010>를포함해 모두 9종의 책을 써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