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제당은 지난해 9백7억원의 경상이익에 6백75%의 경상이익 증가율(대우증권 추정)로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이 제일제당을이끄는 총사령탑은 손경식 회장(60). 손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회장의 장손인 제일제당 이재현 부회장의 외삼촌이다.손회장은 93년6월, 삼성그룹이 제일제당을 계열 분리할 때 안국화재(현 삼성화재해상보험) 부회장에서 제일제당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94년10월에는 제일제당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했다.손회장의 경영 스타일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게 없다. 언론사와인터뷰를 하지 않아 대외적으로 드러난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91년 이후 각 언론사의 기사를 검색해도 손회장의 인터뷰 기사는 찾을 수가 없다. 96년에 건설교통부와 한국경제신문이공동 주최한 물류전진대회에서 제일제당이 대상을 수상했을 때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한 것이 유일하다. 그렇다고 해서 손회장이 기자들 만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신문에 자신의 얘기가 거창하게 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다.내부 직원들에 따르면 손회장은 평소에 내실경영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런 경영철학을 가지고 제일제당 부회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했다는게 제일제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구조조정에 대한 손회장의 선견지명 덕분에 제일제당은 남들이 급격한구조조정과 인위적인 대량 감원을 감행했던 지난 한해동안 인원 감축이나 임금 삭감 없이 불황 속에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지난해에도 국내 부동산 매각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함께 설립한 영화사 드림웍스 SKG사의 출자분 일부 매각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더욱 건실하게 다졌다. 이 결과 김대중 대통령이 청와대로 초청한 구조조정 잘한 13개 기업 중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원가절감을 위해 연간 매출액 3억원이 넘지 않는 비경제적인 품목의생산을 중단하고 대신 품목 한개당 매출액 극대화에 주력했다.내실경영과 함께 손회장이 강조하는 것은 신제품 개발이다. 손회장이 취임한 이후 제일제당은 94년에 숙취해소음료 「컨디션」, 96년에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화장품 「식물나라」, 97년에 인스턴트밥 「햇반」, 98년에 바르는 생약 성분 조루 치료제 「SS크림」 등을 잇달아 히트시켰다.이와함께 사업구조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료품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사업 쪽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의약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 제일제당은 지난해 세파계 항생제인7-ACA를 6천만달러어치 수출한 것을 비롯, 의약품 부문에서만 1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손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고 61년에 한일은행에 입사, 64년까지 근무했다. 74년부터 93년까지 삼성화재보험 전무와사장, 부회장을 거치면서 금융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두뇌 회전이빠르고 앞을 내다보는 눈이 정확해 변화를 빠르게 감지, 대비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직원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으며 회사를 이끌우수한 기획 인력 육성에 특히 중요성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