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의 많은 제약회사들중 마땅한 합병대상을 찾기 위한노력을 하는 회사들이 부쩍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9일 영국제약사 제네카는 스웨덴 제약회사 아스트라와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그보다 한 주일 전에는 프랑스의 중소 제약사 사노피와 신데라보가 합병계획을 밝혔다. 또 지난 12월 초에는 독일의 헤히스트와 프랑스의 르노플랭크(RP)가 서로 합병해 세계제 2대 제약회사가 될 아벤티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갑자기 이런 합병소식이 꼬리를 물고 터져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앞서 말한 세건의 합병계획에서 몇가지 공통되는 이유를 찾을수 있다. 첫째는 서로 합쳐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는 것이고,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연구개발에 보다 더 투자를 해야 할필요성 때문이다. 세건중 아스트라제네카와 아벤티스 계획 등두건은 합병회사의 매출규모가 1백20억∼1백50억달러 정도로비슷할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합병이 정상화되면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 아스트라제네카가 탄생하면 대략 6천개 정도의 일자리를 없앨 수 있다. 하지만 헤히스트와 RP의 경우는 강력한 노조 및 자국의사회당 정부와 협상을 벌여야만 하는 등의 이유 때문에 통합이후의 감원계획을 아직 적극적으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이들 두건의 합병이 이뤄지면 합병사들은 유럽 제약사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미국시장에 대해 더욱 쉽게 진출할 수 있을것이다. 미국인들이 약 구매에 쓰는 돈은 유럽인들보다 많은, 연간 1백억달러 정도다. 세계 약 구매량의 1/3을 미국인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견해에는 설득력이 있는 셈이다. 따라서 사노피와 신데라보의 합병에서 실수라고 볼 수있는 점은 합병사가 미국에서 보다 큰 교두보를 마련할 것이라는 계획을 빠뜨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그러나 합병이라도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아스트라와 제네카의 투자자들은 두 회사의 합병을 아주 반기고 있다. 합병발표하루 뒤 아스트라의 주가는 13%나 뛰었고 제네카도 7.5% 상승했다. 헤히스트와 RP의 경우는 통합을 공식발표한 뒤 주식가격이 오히려 떨어졌다. 사노피 신데라보에 대해서는 대부분의투자자들이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품성 좋으면 합병이 오히려 이득합병에 대해 제각기 다른 반응이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통합이 되더라도 계속 인기를 누리며 특정 분야에서 최고로 자리잡을 약을 내놓을 전망이 없을 경우 별로 큰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제네카와 아스트라는 RP와 헤히스트보다매출량도 적고 대상질환수도 적지만 각각 특정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환영을 받는 것이다.아스트라가 명성을 누리는 것은 궤양치료제 프릴로섹 때문이다.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약으로 오는 2001년 특허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60억달러의 수입을 올려줄 것으로 기대되는 효자상품이다. 이 약은 합병사에도 상당한 수입원이될 전망이고 적어도 2001년까지는 아무런 문제없이 잘 팔릴것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아스트라는 퍼브라졸이라는 르릴로섹의 차세대 상품을 이미 개발 중에 있다.업계에서는 수년전부터 아스트라가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예상해 왔다. 사실 아스트라는 올초 미국 머크와의 공동 판매사업을 서서히 중지시키면서 다른 회사와 본격적으로 합병할것이라는 가능성을 비쳐왔다. 실제로 아스트라는 제네카의 제품과 조화를 잘 이루는 마취제 및 천식과 심장혈관질환 분야에도 잘 팔리는 또 다른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반면 제네카가 주력하고 있는 것은 종양(腫瘍) 분야다. 제네카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종양치료제재의 하나인 타목시펜을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내에서 일련의 종양클리닉들을 운영하고 있다. 몇몇 만성적 질병관리에 사업의 초점을 맞추는 것은 유익한 전략이면서 합병대상인 아스트라의 제품들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다.하지만 아벤티스 협상은 이와는 달리 정략결혼의 냄새가 짙다. 헤히스트와 RP는 생명과학 회사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각각 마진이 낮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인 화학사업으로부터의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난 93년 자체 화학계열사인 ICI로부터 분리된 뒤 계속 이익을남기고 있는 제네카의 행보를 본딴 것이지만 이럴 경우에도문제가 많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이 이 회사의 제약부문에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투자자들로부터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자신보다 크고 이익이 더 나는 제약사와 통합돼 발언권을 잃을 위험성을감수하기 보다는 고만고만한 두 회사가 힘을 합쳐 회사의 운명을 공동관리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이번에 공개된 세건의 합병계획은 지난해 있었던 여러건의 합병계획이 무산된 이후 나온 것이다. 지난해 미국의 홈프로덕트와 스미스클란인비캄, SB와 글락소웰컴, AHP와 몬샌토간의합병계획들이 각각 실패로 돌아가자 업계에서는 통합보다는「상호협력적 독자경영」을 보다 더 매력적인 대안으로 생각하게 됐다. 이상의 통합협상들이 모두 실패한 것은 최고 경영진간의 역할분담이 제대로 되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다. 따라서 새 통합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탐 매킬로프 사장과 아벤티스의 경영을 맡을 헤히스트의 위르겐 도르만은 통합 이후 공공연한 파국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 이런 세부사항들을 조정하는데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유럽 제약사들간의 통합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 틀림없다. 유럽의 중소 제약사들이 아주 혁신적인 미국 회사들과 경쟁을 해야 할 입장이므로 성공적인 통합선례는 나머지 제약사들에도 통합을 촉진시키는 자극으로 작용할 것이다. 유럽 제약사들이 쓰는 연구개발비는 미국쪽 업체들보다 적은 게 현실이다.유럽시장이 약에 대해 보다 규제가 심하다는 사실도 이 지역제약업자들에게는 걱정거리다. 업자들은 유럽지역 제약사들이미국의 경쟁업체들보다 뒤지는 이유는 유럽연합 회원국들 내부에서 약가격이 서로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라고 걱정한다. 이렇게 되면 약의 가격이 높은 나라에서는 똑같은 약이 가격이낮은 국가로부터 밀수입되는 암거래 시장상황이 만들어진다는것이다.이 암거래 시장이 7백억달러에 이르는 EU전체 약매출액의10%에 불과하다 해도 제약사들에는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몇몇 유럽 거대제약사들이 지중해 연안 국가들에서 제품출시를단호히 거부하고 있는 것도 암거래 수입품들 때문에 가격을억지로 깎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나온 행동이다. 브뤼셀에 있는 유럽제약산업협회연합(EFPIA)은 암거래 시장의규모를 줄이기 위해 약에 대한 정부의 가격규제가 철폐돼야한다고 주장한다. EFPIA는 구랍 7일 있었던 유럽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이와 관련돼 뭔가 특별한 첫번째 조치가 나오리라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해결된 문제는 거의 없다. 따라서 이들간의 합병필요성도 계속 자연스럽게 제기될 것이다.「European unions」 Dec. 12th 98 정리·염동현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