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빛은행의 초대은행장으로 취임한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은행을 경영하게 된 것은 분명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33년간 은행원 생활을 해오면서 쌓아온 실력도 다소 작용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막상 자리에 앉고보니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부담감을 느낍니다. 각계의기대에 부응해 잘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게 사실입니다.▶ 한빛은행은 선발시중은행간 합병(상업+한일)이라는 측면에서 선도은행으로서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어떤 경영비전을 갖고계십니까.그렇습니다. 한빛은행의 출범 자체는 국내외에 미치는 파장을 감안할 때 역사적인 상징성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자산규모로 세계 1백위권에 진입한만큼 국내금융기관의 대외신인도 제고에 앞장설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올해중에 경영을 본궤도에 올려 2000년부터는 흑자경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익창출전략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우선 밑지는 영업은 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이를 위해 수수료를 대폭 현실화하고 고객의 신용도에 따른 차별화전략을 구사할 생각입니다. 또 위인설관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자회사를 과감히 정리하고부실여신의 사전예방을 위해 리스크관리본부를 적극 가동할 것입니다.▶ 최근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선도은행의입장에서 금융경색완화와 금리인하에 앞장설 의향은 없으신지요.당연히 따라야겠지요.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 확대는 한미은행재직시절부터 관심을 기울여온 탓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습니다.다만 여신금리가 한자릿수로 인하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봅니다. 합병은행도 조기 경영정상화를 위해 어느 정도의 이자수입이 있어야 하는만큼 수신금리가 6.5% 수준으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여신금리를 두자릿수로 유지할 생각입니다.▶ 그래도 세간에서는 예대마진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많습니다.(비단 한빛은행 뿐만 아니라)그것은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미국의 경우 우리보다 훨씬 낮은 금리구조속에서도 3.5% 포인트의 예대마진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우리는 어땠습니까. IMF 사태이전에는 1.5% 포인트에 불과할 때도있었습니다.▶ 은행장 취임이후 첫 작품은 어떤 분야에서 나올 예정입니까.전산부문을 획기적으로 개혁할 것입니다. 전산은 그 특성상 규모가작은 은행은 과감한 투자가 어려운 분야입니다. 그러나 한빛은행은다릅니다. 고객정보를 위주로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에 지식경영을접목하는 것이 전산분야 개혁의 요체입니다. 이렇게 되면 영업 마케팅 일상업무처리 등에 있어서 비용절감을 크게 기대할 수 있습니다.▶ 추가 구조조정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앞으로 굳이 인력을 감축하는 쪽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지는 않을생각입니다. 사람을 정리해야할 필요성이 생기더라도 가급적 임금삭감을 유도해 최대한 현행 고용수준을 유지해 나갈 것입니다. 다만 총수익경비율이 선진국수준에 근접할 수 있도록 1인당 생산성을향상시키는 일은 게을리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3급이상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실시한다고 들었습니다만반응이 어떻습니까.아직까지는 노조를 비롯해 직원들의 거부감이 있는게 사실입니다.그러나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간 차등대우는 반드시 이뤄져야한다는게 제 소신입니다. 또 연봉제를 도입한다고 해서고용과 관련된 직원들의 권익을 훼손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여신관리분야에서의 개선책은 어떤게 준비되고 있습니까.우선 임원급 부장급 과장급 등으로 나눠 해외에서 전문인력을 스카웃해올 생각입니다. 물론 의사결정 과정도 투명하게 이뤄져야겠지요. 비금융논리에 의한 청탁성·압력성 대출은 단호히 배격할 것입니다.▶ 합병전 과거 양대 은행조직의 융화는 어떻게 이뤄나가실 생각입니까.양조직간 갈등의 소지를 없애야겠지요.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연 지연도 당연히 무시할 것입니다. 그러나 역시 인사는 어려운 것입니다. 최근단행한 인사도 상당히 고민스러웠습니다.▶ 외자유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올상반기중에 해외투자가를 물색한다는 계획아래 조만간 투자자문회사와 계약도 체결할 예정입니다. 투자유치규모는 4억달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과정에서 해외 유수금융기관들과 전략적 제휴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궁극적으로 IMF사태의 산물인 정부 출자지분을 털어내야 진정한홀로서기를 이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제쯤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은행수지가 빠른 시일내에 흑자로 전환되고 경영도 안정궤도에 접어들면 그에 따라 정부지분도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지금으로서는 2001년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평소 업무스타일을 자평하신다면 어떻습니까.제가 터프하다고 얘기하는 부하직원들이 많습니다. 제가 비교적 추진력이 강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요즘같은 격변기에는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할 때가 많아당분간 이미지를 바꾸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웃음)▶ 한빛은행을 경영하시면서 특별히 주안을 두시는 점이 있습니까.큰 은행에는 큰 경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차피 은행장이 세세한 부분을 챙기기 어려운 만큼 상당 부분의 권한을 하부에게 위임하고 저는 주로 조정에 치중할 생각입니다. 당연히 결재도 줄어들겠지요.▶ 지난 은행원 시절은 어땠습니까.정말 열심히 일했지요. 저는 한미은행에 들어갈 때부터 은행장을목표로 삼았습니다. 본점과 지점을 수차례 오가면서 「이 은행은바로 내 것이다」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 세월이 쌓이다보니 마침내 한빛은행의 은행장까지 올랐습니다. 전혀 후회가 있을 수 없습니다.▶ 경영인의 바람직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솔선수범입니다. 또 하나는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배짱입니다. 이두가지를 갖추지 않고서는 아랫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빛은행의 장래에 대해 점쳐주십시오.한마디로 무척 밝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오랜 전통을 가진대형시중은행이 합친 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인력들의 자질이 세계 어느 금융기관과 견줘 손색이 없습니다. 합리적인 경영전략과선진 금융노하우만 접목시키면 21세기에 세계속의 은행으로 발돋움할 것을 확신합니다.★ 인터뷰 후기김행장은 소문대로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가진듯했다.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면 내세울 수 없는 덕목인 성실과 근면함도 몸에 배어있었다. 스스로 어눌하다고 하면서도 강조해야할 포인트에 이르러서는 어김없이 목소리를 높였다.처음 정부로부터 한빛은행장을 제의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느냐는질문에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이정도 큰 은행이라면 한번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고 태연스럽게 말했다.그런 모습에서 결코 녹녹지 않은 고집과 소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미은행장 시절 주주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를 상대로 당차게증자담판을 벌였을 때나 당시 직원들을 설득해 주식을 사도록 유도한 것에서도 이같은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또 고참부장의 딱지를벗지못하고 한미은행 입행동기들이 줄줄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모습을 지켜봤을 그의 모습도 떠올랐다.아마도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 거슬러올라가면 첫직장이었던 상업은행을 과감히 등지는 모습도 상상해볼 수있다. 인사상의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이유로 「8년 직장」을 걷어치운 사람이다. 어쨌든 먼길을 돌고 갖은 우여곡절을 거쳐 김행장은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은행장이 되었다. 이제는 그에게새로 맡겨진 짐이 그를 평가할 차례다.정리·조일훈 기자 사진·황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