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에 쌍방향 특성 살려 전통기업 공략

뉴욕타임즈지는 최근 폐막된 올해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스타는「보이지 않는 사람(Invisible Man)」이었다고 보도했다. 전세계정치,경제 지도자들의 화제에 올랐던 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란인터넷 서점 아마존(Amazon.com)과 경제위기로 회의에 참석못한 개발도상국가 대표들을 일컫는 말이었다.21세기 세계 경제의 방향을 논의했던 이 자리에서 아마존이 회자된것은 이제 사이버기업이 「벤처기업」의 수준을 넘어 지구촌 경제를 좌우하는 「공룡」으로 떠올랐음을 상징하고 있다.아마존은 인터넷상에만 존재하는 「가상기업」이다. 그러나 창립3년만에 미국 전역에 5백여개의 체인점을 갖추고 있는 「반스&노블」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서점으로 떠오른 「꿈의 기업」이다.아마존 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음반 의류 등 전 산업분야에서 인터넷 기업은 전통적인 1위기업들을 위협하거나 이미 정상에 올랐다.인터넷 검색업체인 야후의 주식총액은 미 3대 방송사중 하나인CBS의 총액보다도 클 정도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이 모든 것이불과 3~4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들이다.전세계 지도자들이 이같은 보이지 않는 혁명의 동인(動因)이 무엇이며 미래세계를 어떻게 바꿔갈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집중한 것도무리는 아니다.이러한 혁명을 가능케 한 것은 인터넷이며 그 핵심은 전자상거래다. 전세계 소비자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물건을 사고 파는 전자상거래는 현실공간의 유통업에도 근원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유통업체들은 상점에 물건을 진열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전통적인방식으로는 조만간 한계에 부딪힐 것이란 사실을 깨닫고 있다. 상점주인들보다 더 빠르게 제품에 대한 정보를 알아채는 네티즌 역시더 이상 값비싼 상품과 품질낮은 제품에 대해선 돈을 지불하려고들지 않는다. 도매상이나 브로커들은 몰락하고 전세계 인터넷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가격정보를 모아주는 「정리(Junglee)」같은 새로운 업태가 탄생하고 있다. 인터넷이 유통업의 개념 자체를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유통시장에 불어닥친 인터넷의 가장 큰영향은 우선 「무한대의 가격경쟁」이다. 그동안 유통업계의 가격경쟁은 월마트의 창업자인샘 월튼이 제시했던 「EDLP」의 개념에 기초를 두고 있었다.EDLP는 「Every Day Low Price」의 약자로 매일 가장 싼 가격에 양질의 상품을 팔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아칸소주의 조그만 구멍가게에서 시작한 월마트는 파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으로불과 20여년만에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로 부상했다.그럼 월마트의가격인하는 어떻게 가능했는가. 백화점처럼 매장마다 판매원을 배치하는 대신 셀프서비스 방식을 택했고(인건비 절감), 도매상 등에서 물건을 받아오는 대신 제조업체와 직거래함으로써 유통단계를줄였다.(중간마진 생략) 또 인공위성을 통한 점포간 정보교환으로과잉구매를 없앴고(재고비용 축소), 체인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대량구매에 따른 원가절감까지 가능했다.(구매단가 인하)월마트는 이같은 방식으로 얻어진 마진폭만큼 상품가격을 낮춰 소비자의 신망을 얻을 수 있었다. 미국 유통업계에서는 이후 월마트전략을 응용해 각종 공산품을 싸게 파는 할인점, 회원에게 상품을도매가격으로 파는 창고형 도매점, 완구 가전 등 한 품목의 상품만을 파격적으로 싸게 파는 카테고리킬러 등 신업태가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다.◆ 국내외 지리적 경계도 와해그러나 인터넷이란 가상공간은 중간 유통단계 생략과 필요 인력 축소라는 방법을 통해 EDLP 전략을 너무나 간단히 실현시켜 준다. 꽃배달업체인 1-800-플라워즈는 일년에 90만건 가량의 서비스를 전자상거래로 처리하고 있다. 이는 이 회사 전체 매출의 10%에 해당하지만 이익 측면에서 본다면 20%를 차지할 정도로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인건비나 매장운영에 드는 비용이 적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온라인으로 주문할 경우 전화주문시보다 35%나 싸게 꽃배달을 해주고 있다.센던트사(Cendant Corporation)는 전세계에 6천6백50만명 이상 회원을 보유하고 연간 53억달러 규모의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97년7월 넷마켓(netMarket)이라는 자체 사이트를 개설, 전자상거래를 시작했다. 넷마켓의 방문객은 1달러만 내면3개월간 임시회원이 될 수 있고 2년의 보증기간을 가진 1백만점의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회원모집을 통해 상품을 싸게 파는 인터넷 창고형 도매점(MWC)인 셈이다. 센던트사는 97년 한해동안 인터넷을 통해 12억달러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매달 10만명의 신규회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인터넷 자동차 판매업체인 오토바이텔(Auto-By-Tel)은 미국 전역에산재한 자동차딜러들과 연계함으로써 거대한 온라인 쇼핑망을 구축했다. 딜러들이 보내주는 제품정보와 가격 판매조건 등을 인터넷을통해 제공하고 주문을 받아 판매해 자동차유통망에 일대 혁신을 일으킨 것이다. 97년 11월말 현재 이 회사는 60억달러 규모의 연간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 은행대출 등을 통해 자동차를 구입하려는고객을 위해 그들이 거주하는 도시의 이자율을 알려주는 등 부가정보의 제공에도 열심이다.단순한 가격 인하외에 경매를 통해 물건을 원가이하로 판매하는 인터넷 기업도 등장했다. 인터넷쇼핑네트워크(Internet ShoppingNetwork)사는 퍼스트 옥션(First Auction)이란 사이트를 통해 재고상품 등을 파격적으로 싸게 판다. 전세계 네티즌들이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희망가격을 제시하면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에게 상품을 택배해 준다. 인터넷이 가진 쌍방향성(Interactive)이란 기능이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 아이템인 것이다.전자상거래는 이러한 가격인하 외에도 다양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미 만들어진 상품을 일방적으로 파는 대신 고객이 원하는 대로 상품을 만들어 파는 주문형 상점이 일례다. 퍼스널컴퓨터(PC)를 주문대로 조립, 판매하는 델컴퓨터사나 원하는 노래만을 담아 CD를 만들어주는 N2K사 등은 다품종 대량생산(MassCustomization)이란 혁신적 산업형태를 예고하고 있다.더 이상 외국인지 국내인지를 따지는 지리적 경계도 무너지고 있다. 기업들의 과대선전도 불가능해지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증가로페덱스같은 택배업체들이 때아닌 호황을 누릴 정도로 전체 산업의지형도마저 바뀌고 있다. 한마디로 전통적인 비즈니스의 법칙이 완전히 무너지고 새로운 규칙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전자상거래의 이점 때문에 현재 전세계에는 수만여개의 인터넷 쇼핑몰이 만들어져 활동중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의 성장속도다. 96~97년만해도 기업간 전자상거래 규모는 6개월마다 2배씩 늘어났는데 지난해엔 3~4개월만에 2배가 될 정도로 가속도가 붙었다.◆ 국내 4백여개 사이트 활동국내에서도 96년말 데이콤이 인터넷 쇼핑몰인 인터파크를 개장한이래 매년 전자상거래에 뛰어드는 기업과 개인이 늘어나고 있다.현재 4백여개의 사이트가 활동중이며 이들의 전자상거래 규모도 매년 배증하고 있다.물론 전자상거래 기업이 늘어나고는 있다지만 대다수는 아직 적자상태를 면치못하고 있다. 여기엔 야후나 익사이트 아마존 등 초대형 가상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가상기업들의 이익 실현은 말그대로 아직까지는 「가상」인 셈이다. 네티즌들에게 인터넷쇼핑을 꺼리게 만드는 개인신상정보의 노출을 방지하고 안전한 대금결제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기술적인 과제도 남아 있다.문제는 앞으로의 전망이다. 전자상거래는 현실 세계의 유통시장을급속히 대체하고 있으며 그 속도도 무척 빠르다. 그래서 인터넷이란 도구가 세상을 바꾸고, 다음 세기의 세계 경제를 주도할 것이란점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이 거대한 시대적 흐름에 언제 동참하고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만이 모든 기업들의 과제일 뿐이다.전자상거래를 통한 초대형 유통기업의 탄생은 이제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대부분의 가상기업들이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전세계에서 인터넷 주가가 폭등한 것도 이러한 희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례 / 아마존광고 마케팅 '집중투자'인터넷이 전세계에 본격 퍼져나가기 시작하던 3년전. 미국 시애틀의 허름한 창고에 7명의 젊은이가 모였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책을 사고파는 사업을 구상했다. 옷이나 농산물과는 달리 책은 어디서 어떠한 방법으로 사든 품질이 변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고객이 원하는 책을 싼 가격으로 빠르게 배달해 준다면 사업은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들은 인터넷에 아마존(www.amazon.com)이란 홈페이지를 만들고 네티즌의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머리좋은젊은이들의 「아이디어」로만 보이던 이 사업이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었다. 아마존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급성장 가도를 달리기시작했다.97년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의 서적상은 미국대륙 전역에 5백여 곳의 체인서점을 갖췄던 「반스&노블」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창업된지 불과 3년밖에 안된 아마존에 「왕자」 자리를 물려주어야했다. 지금 아마존이 취급하는 서적수는 무려 3백여만권으로반스&노블의 두배에 이른다. 98년 매출액은6억달러에 달했다. 그결과 98년 아마존의 주가는 한해동안 2천%가 올랐다.역사상 유래를 찾기 힘든 아마존의 성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남들 보다 먼저 인터넷이란 새로운 상거래 도구의 강점과 특성을 파악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마존 이후에 수없이생겨난 후발업체들의 추격과 현실 세계 서적상들의 견제를 뿌리치고 세계 제일의 서점으로 등극한데는 「인터넷」이라는 말만으론설명이 부족하다.아마존이 기존 서점보다 경쟁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자상거래 기업의 특성상 대폭적인 원가절감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기존 서점처럼 매장을 임대하는데 드는 비용이나 서점을 운영하는 인건비가 소요되지 않았다. 덕분에 싼 값으로 책을 판매할수 있었다. 게다가 진열장이 협소하다거나 창고가 비좁다는 식의물리적인 공간 제약이 없기 때문에 다른 서점보다 많은 종류의 책을 구비할 수 있었다. 최소한 아마존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책이 없어 못산다는 얘기는 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여기에 고객이 원한다면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구해주기 위해서 노력했다. 출판사에서는 더 이상 찍지 않는 절판된 책일지라도 다른 유통망을 뒤져서라도 사다줄 수 있도록 「고객만족」에 신경쓴 것이다.이와 함께 신생업체로서 브랜드지명도를 확립하기 위해 광고와 마케팅에도 엄청난 투자를 했다. 이른바 대중적인 광고는 물론 인터넷상의 다른 인기사이트에도 배너광고를 집행해 네티즌이 클릭만하면 곧장 자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아마존의 강점은 재구매 비율이 높다는데서도 나타난다. 경영학에서 단골고객의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는 기본적인 사항. 자사를 알리는 광고나 프로모션 비용을 추가하지 않고도 지속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 경영진은 「고객이 자사 서점을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장사의 시작일 뿐」이라며 「방문객을 고객으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쇼핑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는점을 깊이 인식했다.일반 서점처럼 책을 일일이 살펴보는 즐거움을 줄 수 없는만큼 아마존이 중점을 둔 것은 검색도구를 편리하게 만들고 대금결제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었다. 수백만권의 도서목록중 고객이 원하는 책을 빨리 찾아낼 수 있도록 검색엔진을 강화하고 간단한 책 소개와서평 등의 정보를 곁들여 이해를 도왔다.또 주문량의 95%를 당일내에 배달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사가 보유하는 서적수를 늘리기 시작했다. 재고비용을 줄이기 위해대형 서적도매상에 위탁 배달시키던 과거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정책을 바꾼 것이다. 대신 출판사로부터 직접 구매량을늘려 중간마진을 없애는 방법을 택했다. 이 결과 아마존은 총주문량중 재구매율이 58%에 달할 정도로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현재 아마존의 각종 경영지표는 놀라울 정도다. 기존 서점의 경우매출에서 임대료나 감가상각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3%선이지만 아마존은 4%에 불과하다. 재고회전율은 연간 20~40회로 다른 서점의10배, 직원 1인당 매출액도 아마존은 30만달러로 타서점의 3배를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