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덴토ㆍ무라타제작소 등 톱 자랑 ... 현금 중시ㆍ오너 경영도 한 몫

교토하면 언뜻 유적이 가득한 문화의 도시로 떠올린다. 경제나산업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교토지역의 기업들은 일본내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있다.세계최강 제조업 가운데서도 알짜배기들은 바로 교토기업들이다.전후 최악이라는 불황에도 교토기업들은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정밀소형모터분야의 세계정상인 일본전산. 세계셰어 1위제품으로 연결매출의 절반을 올리고 있는 주문형 IC업체 롬. 세계 적층콘덴서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무라타제작소. 세계톱제품이 전체매출의 40%에 이르고 있는 정밀화학업체 산요화성. 프랑스광학기계업체 인수로 분석계측기기 세계정상에 오른 호리바제작소. 전해콘덴서 세계시장을 석권한 니치콘. 미국의 부인용하의시장 톱브랜드에 오른 와콜. 일본의 대표적인 반도체 전자부품통신기기업체인 교세라. 세계적인 게임기업체인 닌텐도. 일본 최대소주업체 다카라주조 ….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최근에는 전통을 자랑하는 교토기업의 무리에 오사카의 기술집약형 기업까지 가세하고 있다. 매출대비 40%의 경상이익을 올리고있는 공장용 센서업체 키엔스. 기아 브레이크등 자전거고급부품의 세계시장을 절반이상 확보하고 있는 시마노. 일부 언론에서이를 교토(京都)와 오사카(大阪)의 머릿글을딴 「게이한(京阪)밸리」로 부르기 시작했다. 교토와오사카의 기업들이 세계최강의 공업단지를 형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의 ‘실리콘밸리’ 명성교토기업은 왜 강한가. 세계최고의 경쟁력의 비결은 무엇일까.요즘들어 교토기업을 연구하는 일본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교토기업의 성공사례를 통해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얻어내겠다는 것이다.『우리식 경영으로 글로벌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의 여부를해외투자가들의 판단에 맡기고 싶었다.』 98년8월7일 장외시장에공개된 LSI(초대규모집적회로)개발업체 메가칩스의 신도 아키히로 사장은 전체주식의 절반을 해외에서 공모한 이유를 이같이설명했다. 첫거래 가격은 4천6백50엔. 공모가격을 66%나 웃돌았다. 회사에 대한 기대치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률(PER)은 60배이상이었다. 그해 공개된 기업 가운데 최고치였다.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사업이나 경영의 응집력. 메가칩스는 비즈니스를 멀티미디어분야에 집중, 기초기술에서부터 LSI의 설계개발에 경영자원을 집중키로 했다. 또한 생산 판매를 외부에 전면 위탁하는 무공장경영을 하기로 했다. 교토기업의 장점을 경영에 고스란히 도입했던 것이다. 무공장 경영은 공장용 센서업체인키엔스로부터 배웠다. 키엔스는 무공장경영으로 종업원의 6할을영업쪽으로 돌렸다. 사업집중 방식은 롬과 무라타제작소로부터배웠다. 틈새시장을 노리고 생산품목을 최소한으로 억제했다. 메가칩스는 이같은 전략으로 사상최고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신도사장은 미쓰비시전기 등 대기업들과 반도체사업을 제휴하면서 조직의 비효율성을 절감했다. 『대기업으로는 고객이 진실로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가특정분야에 집중투자, 한우물파기를 하게 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교토기업의 정신은 「반확대주의」다. 매출지상주의를 고집해온일본식 종합경영과는 판이하다. 교토기업들이 일본식경영에 물들지 않을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교토기업들은 다른 지역에비해 창업이 늦었다. 따라서 시장 또한 규모가 변변치 않았다.교토기업들은 특정분야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결국 불황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요인이 된 셈이다.자전거부품 톱메이커인 시마노는 90년대 전반부터 낚시부문에 참여, 이를 2대 수익사업으로 키웠다. 자전거 구동부와 낚시의 릴구조가 흡사하다는 것이 참여 이유였다. 시마노는 자전거부품 기술을 활용, 낚시사업에서도 눈깜짝할 사이에 세계적인 기업으로발돋움했다.◆ 틈새시장 노리고 생산품목 억제교토기업의 대부격인 교세라(통신기기업체)의 경리부에는 「교세라회계학」이라는 검은색 소책자가 있다. 30년전 이나모리 명예회장(당시 사장)이 경리부장과 함께 만든 경리재무의 교과서다. 『경영원칙을 담은 교세라회계학은 성장의 원동력』이라는게경리담당 이시다이사의 설명이다. 자금이 쓸데없는 설비나 재고에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하는게 그 골격이다. 설비투자를 감가상각비와 이익의 범위내로 억제했다. 프리캐시플로(FCF;최종이익과 감가상각비의 합계에서 설비투자를 뺀 금액)를 흑자로 만들었다. 결산방식에 따라 변하는 회계상의 이익보다 경영실태를 평가했다. 특히 투자의 효율성을 중요시했다. 교세라는 90년도이후의 연결 FCF의 합계가 대폭 흑자를 기록했다.교세라 뿐만이 아니다. 무라타제작소 롬 일본전산 닌텐도등도 대폭 흑자를 냈다. 무라타제작소는 거액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것에 비해 제품의 진부화가 심한 메모리분야 등 첨단분야로부터 손을 뗐다. 대신 전문분야에 집중적으로 매달렸다. 롬도 고수익사업인 주문형 IC부문에 연결투자액의 5~6할을 계속 투입했다.「가치없는 재고나 설비는 세금을 물고서라도 상각한다」 「내부유보를 늘려 무차입경영을 한다」 「시간당 채산성을 높인다」「자산운용은 원본보증으로 제한한다」…. 이같은 교세라회계학은 교토기업의 교과서로 지금까지 통하고 있다.교토기업들의 금과옥조 가운데 하나가 「현금자산을 늘리라」는것이다. 닌텐도는 98년3월기에 연결베이스로 6천3백59억엔의 현금자산을 확보했다. 『버블기에도 재테크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게 롬관계자의 설명이다.해외투자가들은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 주주에 돌려주면 주주자본이익률(ROE)이 크게 높아진다』며 산요화성측에 조언했다. 그러나 산요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공장이 사고로멈추더라도 최소한 몇개월은 버틸 수 있을 정도의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교토기업들은 전후의 창업이래 토지담보가 없어 자주 자금난에시달려야 했다. 믿을 것이라고는 현금자산 뿐이었다. 「자기방위의 철학」이었던 셈이다.교토기업 성장의 비결 가운데 또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오너경영이다. 일본전산의 나가모리사장은 4일에 한번씩 본사에들른다. 나머지 시간은 거래기업들을 돌아다닌다. 조그만 발명과소자본으로 시작한 기업을 성장시키려면 누구보다도 부지런해야한다는게 그의 신조다. 롬의 사토사장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부장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즉석에서 지시를 한다. 사장 만나기가하늘의 별따기라는게 거래선들의 불만이다. 닌텐도의 야마우치사장은 토요일과 일요일도 전화로 일을 시킨다. 교세라의 이나모리창업자도 일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인물이다.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경영지원을 위해 동분서주하고있다.교토기업들은 한우물파기 현금중시 오너경영으로 불황속에서도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주식시장침체에도 불구하고 고주가를유지하고 있다. 주주자본이익률이 다른기업들에 비해 훨씬 높다.대부분 소수 정예의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도 흡사하다. 교토기업들은 일본제조업이 세계최강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