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에 대한 장미빛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올해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전망했던 경제예측기관들이최근에는 앞다투어 성장률 전망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경제의 99년 성장률을 마이너스 1%로 전망했던 IMF도 최근 우리정부와 2% 이상의 성장률 전망에 합의했다.실제로 생산활동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중산업생산 증가율은 4.7%로 두달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고 계절조정된 산업생산지수는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전월대비 상승세로 돌아섰다.그러나 이같은 생산의 빠른 증가는 수요회복의 결과라기보다는재고조정 효과와 통계산정 방법의 문제점 때문이다. 우선 재고조정 효과를 보자. 기업이 물건을 판매할 경우에는 새로 생산해서조달할 수도 있고 재고로 보유하고 있는 물건을 판매할 수도 있는데 지난해에는 재고상품을 우선적으로 판매하고 생산은 최대한으로 억제했다. 이렇게 해서 줄어든 재고는 지난해 1/4∼3/4분기중 24조원(90년 불변가격 기준)에 달한다. GDP 대비 비중도12.6%로 같은 기간중 17조원을 기록한 설비투자액 보다도 훨씬더 큰 규모였다. 단순계산을 하면 재고감소만으로도 경제성장률은 8%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생산지표의 회복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지수산정 방식의 문제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중 전체산업생산지수는4.7%가 늘어났지만 반도체 부문을 제외할 경우 오히려 7.4%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반도체 한 부문만으로 전체 산업생산이10%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이다. 그동안 반도체가 물량측면에서크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에금액을 기준으로 할 경우에는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별변화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5년을 기준연도로 하는 현산업생산지수는 그동안의 반도체 물량 증가만을 반영함으로써 반도체의 영향이 실제보다 과대평가되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연쇄지수를 사용할 경우 지난12월중 전체 산업생산 증가율은 마이너스 2.9%로 여전히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정가중치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는 산업생산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률에서도 나타난다. 게다가 경제성장률은 90년을 기준연도로 삼고 있어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기준연도에서 멀어질수록 지수의 왜곡현상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결국 올해 성장률은 재고조정 효과와 호황이 예상되는 반도체 부문의 영향으로 4% 내외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요측면에서 볼 경우에는 소비 투자 수출 등이 지난해보다 소폭 개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높은 실업률의 지속은 구매력 증가를억제하여 소비의 회복을 제약할 것으로 보이고 경제 구조조정이지속되면서 기업의 설비투자도 하반기에 가서야 증가세로 돌아설전망이다.생산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거품이포함된 생산지표가 아니라 수요관련 지표들을 경기회복의 잣대로삼아야만 잘못된 정책결정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수요회복이계속 느리게 진행될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은 생산지표의 거품이제거되면서 오히려 올해보다 더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