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5일 서울 강남의 성업공사 공매장. 작년에 퇴출된 5개 은행의 업무용 자산을 매각하는 이날 행사에는 무려 1천여명이 운집,대성황을 이뤘다. 투자자들의 행렬은 행사장인 3층에서 계단으로1층 로비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총 1백12건이 매물로 나온 이날공매에서는 62건(3백12억원)이 팔려 나가 사상 최고의 낙찰률을기록했다. 서울 및 수도권 법원에서 진행되는 평균 낙찰률(20%선)보다도 훨씬 높았다. 퇴출은행의 점포가 주종이었지만 매각물건중에는 공장 물건도 5건이나 되었다. 이날 낙찰된 공장 물건중에 눈길을 끌었던 것은 한보계열의 상아제약 공장. 서울 강서구 등촌동 소재 2필지의 공장이 35억1천만원에 태진미디어라는업체에 낙찰됐다.그렇다면 이처럼 부동산 공매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업공사의 김재용 자산분석팀장은 『최근 경기가 바닥을쳤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부동산에 대한 일반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팀장의 지적은 옳다. 부동산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공매 뿐만 아니라 경매를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98년8월1일부터 98년12월30일까지 수원지방법원이 실시한 경매 낙찰률은 49.19%였다. 그러나99년1월1일부터 99년2월25일까지의 낙찰률은 55.08%로 늘어났다.사실 경기가 회복세를 타고 있다는 징후는 여러 경로를 통해 포착할 수 있다. 산업생산 증가율을 봐도 알 수 있고 도소매판매증가율이나 설비투자 증가율을 두드려봐도 된다. 기업인들을 상대로 경기실사지수(BSI)라는 것을 해보면 대략적인 체감경기도얻을 수 있다.◆ 경기, 살아나고 있다그러나 <한경BUSINESS designtimesp=18188>는 이번에 금융기관의 부동산 공매에 눈길을 돌렸다. 그중에서도 공장 물건에 초점을 맞췄다. 만약 경기가살아나고 있다면 공장을 사들이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추론에서였고 그들을 만나본다면 체감경기도 실감나게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더욱이 IMF사태 이후 제조업은 「바보」나 하는 것으로 비쳐져온게 사실이었다.(5대그룹 등 대기업을 제외하고)과연 경기는 살아나고 있었다. 공매물건중 공장에 대한 매각 실적이 작년말을 고비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동산 공매의 양대축인 성업공사와 중소기업은행의 경우를 살펴 보자.우선 성업공사의 경우 올해 1월과 2월에 31건과 45건의 공장 물건을 팔아치웠다. 월별 매각 건수가 한자리수에 그쳤던98년초(2월 4건, 3월 2건, 4월 4건, 5월 7건)와 비교할 때 엄청난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또 매달 10여건에 머물렀던 기업은행의 공장매각 실적도 98년 12월부터 20건을 넘어서고 있다. 주택이나 업무용 빌딩의 매각도 늘어나는 추세에 있지만 공장에 비할바는 못됐다.이처럼 공장 물건이 활발하게 거래되는 배경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경기회복에 따른 기대감으로 기업마인드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금리가 충분히 떨어진 상태이고 공매 가격도 감정가의 50% 안팎에서 살 수 있기 때문에 웬만큼 꾸려 나가면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시불이 아닌할부로 살 수도 있다. 「현금흐름」을 유난히 중시하는 요즘 풍조와도 맞아떨어진다.◆ 구입대금의 90% 대출 가능작년 11월, 성업공사로부터 경기도 포천군 포천읍 소재 섬유공장을 사들인 (주)원갑의 이상갑 부사장의 얘기는 이렇다. 『감정가18억5천7백만원짜리 공장을 7억9천34만원에 인수했습니다. 대금은 3년간 분할상환하는 조건이었지요. 그만한 조건이면 최소한손해는 보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3백76평 대지와 1천2백평 공장용지 가격도 더 이상 하락하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기계 상태도 비교적 양호해 생산을 재개하는데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공장 물건의 매력은 또 있다. 은행에서 살 경우 계약금 10%를 제외한 잔대금의 90%까지 실세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계약금을제외한 잔대금의 50%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주택이나 상가와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대출기간은 △ 공장은 최장8년 이내 △ 주택 및 상가는 5년 이내로 각각 정해져있다. 금리는 차주의 신용도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대략 연 12~15% 사이다.작년말 기업은행으로부터 성남공단소재 공장물건을 사들인(주)미래전지의 한 관계자는 『곧장 매출을 일으킬 수있기 때문에 대출이자 부담이 크지 않다. 돈을 벌려면 역시 제조업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김대성 성업공사 자산처분부장 "권리관계 단순해 공장 잘 팔려" ▶ 요즘 공매가 상당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정신이 없을 정도다. 공매장을 찾는 고객들을 보면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확신이 든다.▶ 어떤 품목에 관심이 많은가.땅이나 아파트일 것으로 짐작하겠지만, 뜻밖에도 공장이다. 공장은 좋은 물건일지라도 거래단위가 크고 법적 권리관계도 복잡하기 때문에 법원 경매에서 잘 해소가 안된다. 대신 권리관계가 단순한 공매를 통해 잘 팔린다.▶ 공장을 사는 사람들은 어떤 이들인가.대부분 현업으로 제조업에 종사하는 분들이다. 공장을 늘리거나업종 전환을 위해 찾는 경우가 많다. 또 여유 자금으로 공장을신규로 운영하고 싶어하는 분들도 있다.▶ 사후 관리는 어떻게 하는가.특별한 것은 없다. 다만 공장을 인수하고 나면 몇 달뒤에 전화를걸어 공장가동 상태와 사업동향 등을 물어보고 있다.▶ 반응이 어떤가.최근 부흥양행 동우산업 등 몇몇 인수업체들에 물어봤더니 공장가동률이 거의 1백%에 가깝다고 하더라. 공장매입을 후회하는 업체는 별로 없었다.▶ 현재 성업공사가 확보하고 있는 공장물건은 어느 정도인가.대략 3백여건이다. 요즘 워낙 잘 나가는 추세여서 상반기중에 절반 이상을 매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수의 계약을 통해서도 잘 팔리는가.그렇지 않다. 공매 물건이 인기가 없었던 때는 수의 계약을 통한매각이 더 많았으나 요즘은 공매 실적이 훨씬 많다.▶ 매각을 촉진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나.부동산 투자에 관심있는 고객 4천5백여명을 확보, 기호에 맞은부동산 매물 자료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5백여개의 공인 중개업소를 보조기관으로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