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비중 늘려야 ... 리스크 관리 시스템 도입 필요

「채권(40∼60%) 금전신탁 및 정기예금(10∼30%) 수익증권(20∼40%) 주식(0%)」.올해 국민연금공단이 신규로 운용할 금융자산 배분 내역이다. 금리 주가 등 시장상황을 보면서 채권 수익증권 금전신탁 등에 분산투자하겠다는 얘기다. 특이한 것은 주식 신규투자 금액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올해 금리하락과 신용등급 상향조정 등으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말현재 1조7백89억원의 주식투자 금액이면 충분하다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98년 5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공공부문 예탁규모는 적정수준 유지 △복지부문투자를 점진적으로 확대 △금융부문은 구조조정에 따른 투자위험을 고려해서 안정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것 등을 결정했다.이것은 당시 종합주가지수가 3백포인트 이하로 무너지는 등 최악의 상황을 의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구조조정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면서 주식시장이 상당부문 회복됐다. 심지어 몇몇 증권사는 대규모 주식형펀드를 설정하면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있다.이점이 바로 전문가들이 비판하는 대목이다. 자산배분이라는 개념이 없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금융자산배분을 결정한 것을 비판한다. 지난해 국민연금을 진단한 IBRD(세계은행)도 자산배분원칙이 없다고 지적했다. IBRD는 자산배분전략의 운용수익률에 대한 기여도가 91.50%이며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을 상회하는개별종목을 발굴하는 능력은 불과 4.40%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이같은 맥락에서 국민연금이 주식 채권 단기상품 등에 대해 적절한 투자비율을 결정하라고 권한다. 실제로 50억달러(60조원)의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IBRD는 주식(74%) 채권(20%) 부동산(6%)의자산배분원칙을 정하고 있다. 물론 시장상황에 따라 투자비율을조정한다. 예를들면 39%로 설정된 해외주식의 투자비율을 시황에맞게 14%에서 53%까지 탄력적으로 운용한다.◆ 자산배분이 수익률 좌우반면 국민연금공단의 자산배분정책은 사실상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채권과 주식 수익증권 등에 대한 뚜렷한 배분원칙이 없는 실정이다. 절반이 넘는 금융자산이 국공채에 투자돼 있다. 98년말 현재 국민연금공단의 금융자산은 9조2천3백11억원이다. 이중 채권이 52.3%를 차지하고 있다. 주식은 11.7%이다. 더욱이 한국통신을 제외한 일반기업주식은 5천1백96억원에 불과하다.전문가들은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심하고 최소한 원금은 보전해야 하는 연금운용의 기본 성격을 이해하면서도 채권위주의 자산운용은 국민연금의 재정불안정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국공채 이자율은 연금원본가치를 보전하는데 그치기 때문에 평균수명 증가에 따른 연금지급금액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현재의 운용수익률로는 2031년이면 누적적립금이 고갈되는 현행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수익을 많이 올릴수록 미래세대의 연금가입자와 정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은퇴후 연금수령자에게는 더욱 많은 혜택을 더 줄 수 있다는 얘기다.이런 맥락에서 주식비율을 현재보다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측이 과거의 운용실패 때문에 주식투자를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연금을 관리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밖에 안된다고 지적한다. 운용실패의 책임을지지 않으려는 책임회피주의라고 주장한다. 세계적인 연금컨설팅업체인 와슨와트(Watson Wyatt)의 96년말 자료에 따르면 주식투자 선호도가떨어지는 일본의 연금들도 주식을 33%(국내주식 23%, 해외주식10%)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퇴자에 대한 연금을 안정적으로 지불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한승양 채권운용역은 그러나 지금보다 채권비중을 더 늘려야 한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원금보전의 필요성과 국내주식시장의 위험 그리고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주어지는 채권투자에 대한 비과세혜택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주식을 늘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전문가들은 그동안의 주식투자실패가 채권투자비중을 높이는 것으로 연결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주식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운용지원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국민연금관리공단은 주식투자전략과 운용수익률 평가기준 등 자산운용기관으로서 기본적인 원칙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해외 대형연금들이 주식투자위험을 줄이기 위해 인덱스펀드등 첨단금융공학을 동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5월 공채된 정연길 펀드매니저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정펀드매니저는『지금은 1백50개로 줄어들었지만 97년말에는 2백72개의 주식을보유하는 등 특별한 투자원칙이 없었다』고 시인한다. 특히 자산운용기관이라면 응당 갖춰야할 위험관리체계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다고 인정한다.이같은 운용지원시스템의 미비는 자산운용인력들의 전문성 부족에 기인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쉽게 말해 전문지식이 없어운용지원 시스템을 갖출 필요성을 몰랐다는 얘기다. 사실 기금운용실 직원들의 전문성 부족은 일찍부터 지적돼 왔다. 김상모 기금운용실장은 조흥은행과 동국공동의료보험조합 등에서 근무하다지난 87년 특채로 들어왔다. 이후 징수과와 경북문경지부 서울영등포지구 등을 거쳤다. 기금운용실에는 90년 11월부터 92년1월까지 근무했고 지난해 7월 실장으로 부임했다. 채권과 주식운용부서인 장주난 투자3팀장도 전매청 보건사회부 부동산중개협회 등을 거쳐 87년 특채됐다. 이후 자격관리과와 전남지부 서울강남지부 등을 거쳐 지난해 7월 투자3팀장으로 발령났다. 상당수 기금운용실 직원들이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쳤다. 심지어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지난해 상반기 전문성 강화차원에서 채용한 펀드매니저들도 과거 운용실적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거운용실적을 검증받지 않은 이들이 주식과 채권매매에 영향력을행사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운용잘못을 지적할 내부 전문인력이 없기 때문이다.10조 가까운 돈을 주무르면서 이들은 운용결과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 명확한 자산운용 평가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승양 채권운용역은『국민주택채권1종의 수익률이 채권운용평가잣대』라고 설명했다. 회사채 보다 낮은 국채수익률만 초과하면 된다는 얘기다. 정연길 주식펀드매니저는 『연금성격에맞는 주식운용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들려준다.이같은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쟁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연금들이 금융자산중 상당부분을 외부자산운용기관에 위탁하여 수익률이 높은 기관과 재계약을 맺어 운용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참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내부에서 직접 운용하더라도 효율적인 평가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3년단위로 재계약을 맺고 있는 펀드매니저들에 대한 명확한 평가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충고한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이들에 대한 평가잣대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