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6억원 초고액 사장 탄생」「연봉 1백억원 받았어요」「연봉 2억원대의 펀드매니저」….최근 신문 지상을 장식하고 있는 억대 연봉자와 관련된 기사 제목들이다. IMF로 대부분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에도 「잘 나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다. 이에 대해 혹자는 「연봉이 수십억원이라느니 하는 기사를 읽은 수많은 미취업자, 실직자 그리고 대다수의 샐러리맨의 마음 한 구석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또는 「도대체 뭘 했길래 샐러리맨이 그만큼이나 받느냐」라거나 「기업이 그만한 급여를 지급할 능력은 있느냐」라는 의문을 드러내기도 한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으로 일한만큼 보상해주는 능력주의, 성과주의가 자리잡고 있는 증거」라고 반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거액 연봉은 어떤 근거로 지급되고 있으며 이런 거액 연봉자의 탄생이 국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우선 거액 연봉을 논할 때 짚고 넘어가야할 점은 기업이 엄청난 금액의 연봉을 제시할 때는 그 사람이 회사에 몸값 이상의 이익을 가져다 줬기 때문이거나 또는 미래에 가져다 줄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는 전제다. 즉 거액 연봉자는 조직에 몸값만큼의 기여를 하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보상받는 것일 뿐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험 설계사나 자동차 세일즈맨들 중에는 오래전부터 연간 수억원의 돈을 버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이들은 회사의 물건을 판매한만큼 금전적으로 급여를 보상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기업의 최고 경영자나 임원들은 어떤가. 기업의 성공에 기여하는 이들의 역할이 영업직 직원보다 크면 컸지 결코 작지는 않을 것이다. 때문에 이들도 회사의 이익에 기여한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간단한 원칙이 성립한다.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1천만달러(1백50억원:1달러=1천2백원으로 계산) 이상의 연봉을 받는 최고 경영자들이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97년에 미국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받은 트래블러스 그룹의 샌포드 웨일 회장은 97년 한해에만 약 2억3천1백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미국 기업이 최고 경영자들을 이만큼 대우하는 것은 기업 성패의 상당 부분이 최고 경영자의 손에 달려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선진 기업들은 기업의 성공이 우수한 인재에 달려 있다고 믿고 이들을 확보하기 위해 이들의 능력과 노력에 보상할 수 있는 급여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여기에서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기업이 그만큼의 어마어마한 급여를 지급할 여력이 있는가 하는 문제다. 이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모든 급여를 한꺼번에, 또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으면 된다. 실제로 선진 기업은 임직원의 성과에 따라 적당한 급여를 보장해주는 정교한 임금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런 임금 체계는 기업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4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현금으로 지급되는 기본급과 단기 성과급, 장기 성과급, 복리 후생 등이다. 예를들어 연봉으로 현금 얼마를 지급하고 1년간의 성과에 따라 어느 정도의 성과급을, 또 3∼4년 혹은 그 이상의 성과에 따라 장기 성과급을 부여하는 식이다. 이외에 의료보험료를 지원해준다든지 자동차를 지급한다든지 하는 복리후생 조건이 붙게 된다.◆ 장기 인센티브로 스톡옵션 도입이 중 기본급은 보통 현금으로 지급되고 단기 성과급이나 장기 성과급은 기업에 따라 현금이나 주식 또는 다른 자산으로 다양하게 지급된다. 국내에서 최근 최고 경영자나 임원들에게 성과급의 일종으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스톡 옵션은 선진 기업에서 장기 인센티브의 하나로 이용되는 보상 프로그램의 일종이다.예를 들어 연봉 36억원(3백만달러)을 받는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던 강찬수 서울증권 사장의 경우도 아직 급여 수준이 확정된 것이 아니며 이 정도의 급여를 약속받는다 하더라도 90%이상은 스톡 옵션 등 주가와 연동되는 형태로 받게 된다. 즉 서울증권의 기업 가치가 올라가지 않는다면 강사장은 기대했던만큼의 급여를 못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국 회사 입장에서는 장단기간의 성과에 따라 보상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현금이 나갈 위험이 없어 큰 부담이 없고 일하는 사람으로서도 기업의 가치가 오른만큼 장기적으로 금전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어 합리적이다.인사 조직 전문 컨설팅회사인 타워스 페린의 박광서 한국 지사장은 『억대 연봉자가 탄생한다는 것은 기업에 대한 공헌도에 따라 성과를 지급해주는 능력주의가 국내에도 도입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특히 경영자에게 책임을 지는만큼 급여를 보상해주는 것은 책임 경영과 투명 경영을 정착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한다. 박지사장은 또 『단지 문제는 조직에 대한 직원의 기여도와 성과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스톡 옵션 등을 도입할 경우 조직원간에 위화감만 조성할 뿐 경영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성과주의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많이 받을 만큼 능력이 있다고 주위에서 인정할 수 있는 정확하고 합리적인 평가 시스템 도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톡 옵션이란스톡 옵션(Stock Option:주식 매입 선택권)이란 임직원이 일정한 가격으로 일정량의 자사 주식을 구입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임직원은 회사가 스톡 옵션을 제공할 때 결정한 행사가격으로 주식을 취득한 뒤 원하는 시기에 주가를 시가대로 팔아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스톡 옵션은 기업의 가치가 높이 올라갈수록 임직원에게 더 많은 금전적인 보상이 돌아가기 때문에 근로 의욕을 북돋우는데 유리한 보상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톡 옵션에서 옵션이란 주식이나 채권 등 특정한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미래의 일정 시점에 사고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거래를 말한다. 즉, 가격 변동에 따라 권리를 행사 또는 포기하는게 옵션이다.스톡 옵션의 예를 들어보자. 최고 경영자에게 주식 1만주를 현재의 시세인 1만원으로 살 수 있는 스톡 옵션을 준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이 경영자가 회사를 잘 경영해 1년 뒤에 회사의 주가가 2만원이 된다면 이 경영자는 1주당 1만원씩 1억원의 보너스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반대로 주가가 5천원으로 떨어지면 스톡 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된다. 돈은 못 벌었지만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스톡 옵션의 기본적인 개념일 뿐이고 스톡 옵션은 기업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스톡 옵션은 주로 다음과 같은 원칙을 가지고 적용된다. △옵션은 일년에 한번 부여한다. △스톡 옵션 행사 가격(주식 매입 가격)은 스톡 옵션을 부여한 날의 시장 가격과 동일하다. △스톡 옵션 행사 기간은 보통 10년이다. △일반적으로 스톡 옵션은 옵션 부여 후 3∼4년후부터 행사할 수 있다.★ 염진섭 야후 코리아 사장"1백억원 급여는 디지털 경제의 산물"「1백억원의 사나이」. 급여의 일종으로 받았던 스톡 옵션 권리를 행사, 인터넷 정보 검색 서비스 업체인 미국 야후(Yahoo) 본사로부터 최근 1백억원이 넘는 현금을 받은 염진섭(45) 야후 코리아 사장을 말한다. 월급장이 사장으로서는 거의 한국 최고 수준의 급여를 받은 셈.그러나 그는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게된 과정에는 주목하지 않고 돈의 액수에만 관심을 가져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발신인이 실업자라고만 표기된 익명의 인물로부터 아무 내용도 없이 「1백억, 1백억, 1백억…」하는 글자만 나열된 이메일(e-mail)을 받고 섬뜩한 느낌을 받은 적도 있다고 덧붙인다. 최고 경영자나 일반 직원이나 급여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국내 풍토에서는 1백억원이라는 급여 수준이 낯설기 때문에 일어난 일인 것 같다는게 그의 해석.그렇다면 염사장은 과연 어떻게 거액의 급여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일까. 우선 염사장은 야후 코리아의 월급장이 사장이다. 97년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야후 코리아는 미국의 야후 본사가 60%, 한국의 소프트뱅크가 25%,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15%, 일본의 야후가 5%씩 출자한 9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됐다. 염사장은 이 과정에서 인터넷을 잘 아는 인물로 발탁돼 야후 코리아 출범을 위한 태스크포스팀 일원으로 활약하다 야후 코리아 사장으로 임명됐다.염사장의 급여는 야후 본사의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있다. 염사장이 받는 급여는 크게 연봉으로 받는 기본급과 연말에 실적을 평가받은 후 지급받는 보너스, 스톡 옵션, ESPP(Employee Stock Purchasing Plan) 등으로 나눠진다. ESPP란 월급의 15% 범위내에서 일년에 두번 야후의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1월1일 주가나 6월1일 주가중 유리한 것을 선택, 주식을 구입할 수 있는 권리이다. 월급의 15% 금액 이내에서만 주식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연봉이 높은 임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됐다.야후가 채택하고 있는 급여 체계의 가장 큰 특징은 연봉을 제외하고는 모두 주식으로 지급된다는 점. 연말에 임직원들의 실적을 평가해 지급하는 보너스도 현금이 아니라 스톡 옵션으로 나온다. 야후의 주가가 올라가는만큼 직원들이 후에 성과를 보상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야후의 스톡 옵션은 권리를 부여받은지 1년후부터 행사할 수 있다. 또다른 특징은 스톡 옵션이 전직원에게 부여돼 모든 직원들이 야후의 주가가 오른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야후의 주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직급이 낮은 직원이라도 야후에 먼저 입사한 사람이면 상급자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염사장도 야후 코리아 사장으로 초기에 상당량의 스톡 옵션 권리를 부여받아 1백억원의 거액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염사장은 『경제의 패러다임이 기존의 산업 사회에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사회로 옮아가는 과도기에 디지털 경제의 최첨단에 서있는 야후와 인연을 맺은 것이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한 때 사업을 하다 크게 망해 고생했던 적이 있었다』며 『사회 생활 24년만에 나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받은 돈을 의미있게 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