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리 원' 기술이 무기 ... 어드밴티스트ㆍ니콘ㆍ호리바 등

일본은 11년째 헤이세이불황에 빠져 있다. 전후 최악의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경제는 침몰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제조업의 경쟁력 때문이다. 일본 제조업의 물건을 만들어내는 「모노즈쿠리」 기술은 세계 최고다. 한평생 한우물만을파는 일본식 장인정신의 산물이다. 이같은 장인정신이 특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부문은 중소중견글로벌기업. 이들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베스트 인 더 마켓(Best in the Market)」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사실상 온리 원(Only One)기술로 독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곳도 수두룩하다. 「승리자가 모든 걸 차지한다(Winner getsall)」는 시장 논리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무라타경영 특징, 일관생산체제 구축무라타제작소는 전세계 세라믹부품시장을 사실상 평정했다. 무라타의 주력품목인 칩 적층세라믹콘덴서의 단가는 개당 1엔 미만.컬러TV 한대에만 수백개가 들어간다. 이것만으로도 연간 약1천억엔을 벌어들인다. 전세계시장의 점유율은 50%선에 이른다.이외에도 세라믹필터와 세라믹발진자 시장의 80%를 각각 점유하고 있다. 전자노이즈 제거필터와 마이크로필터의 경우 점유율이각각 35%, 40%에 이르고 있다.무라타경영의 특징은 재료에서부터 제품에 이르는 일관생산체제의 구축. 부품의 주재료로는 2차세계대전중 개발된 강유전체(誘電體)인 티탄산바륨을 사용한다. 여기에다 「비약(鼻藥)」으로 불리는 미량성분을 추가한 다음 소결(燒結), 콘덴서 필터등을 만들어낸다. 화합물의 양을 비롯, 온도 시간의 조절 등 타회사가 감히 넘볼 수 없는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 한우물파기로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는 것이다.어드밴티스트는 D램테스터 세계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부품은 철저한 검사가 필요하다. 수많은 칩가운데 하나만이라도 불량품이 있는 경우 시스템 전체가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지못하게 된다. 이같은 반도체 시험장치 분야에서 선두를 질주하고있는 업체가 바로 어드밴티스트다. D램용 자동검사장치인P5581의 경우 세계시장의 61%를 차지하고 있다. D램용 테스터의차세대기로 개발된 P6681의 경우 점유율을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후지쓰의 자회사로 주가가 1만엔을 넘고 있는 초우량기업이다.어드밴티스트의 강점으로는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로는 적극적인 연구개발전략을 들 수 있다. 매출의 10%를 연구 개발에투입하고 있다. 매출이 줄더라도 연구개발비의 비율은 그대로 유지한다. 신제품이 매출에 기여하는 비율이 30%선에 이른다.『첨단기술을 첨단으로 유지하는 것이 사명이다. 기술은 한발짝한발짝 진보해 나가야 한다.』 오우라사장은 연구개발없이는 경영도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둘째는 제품개발의 효율화다. 어느단계까지는 공통 규격을 적용한 다음 마지막에 가서 수요자가 원하는 규격을 가미한다. 셋째는 고객의 목소리를 제품에 반영하는 것이다. 반도체 메이커를대상으로 한 영업에는 제품개발 엔지니어가 동행하고 있다.카메라렌즈업체인 니콘은 초대규모집적회로 생산에 필요한 미세가공을 위한 축소투영형축차노광장치인 스테퍼로 세계시장의40%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니콘은 60년대부터 첨단광학기술과 정밀가공기술을 활용, IC매스크웨이퍼등을 개발했다. 80년대 초대규모 집적회로 제조장치인스테퍼 「NSR시리즈」 제1호기를 선보였다. 반도체 집적도의 증가에 맞춰 회로선폭을 0.25미크론(1백만분의 1m) 이하로까지극세화했다. 스테퍼는 축소투영으로 1미크론의 1천분의1(나노미터) 정밀도를 실현했다. 반도체 대량생산 시대를 열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98년10월 현재 NSR시리즈의 누계판매대수는 5천5백대로 이 분야에서 세계최대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호리바 경영 최대 강점 ‘글로벌화’호리바제작소는 자동차배기가스분석장치로 세계시장의 80%를 석권하고 있다. 주력인 MEXA-7000은 일산화탄소 및 탄화수소의 농도를 검출, 엔진효율을 측정하는 제품이다. 세계 각국의 서로 다른 배기가스 규제에도 완전히 대응할 수 있다. 자동차 메이커들의 클린엔진 고효율엔진 개발에 필수적인 장치이기도 하다.호리바는 반도체 세정폐액으로 인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약액농도 측정장치와 웨이퍼 세정농도 측정장치 분야에서도 독보적인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약액농도 측정장치의 경우 세계시장의 35% 상당을 확보하고 있다.호리바 경영의 최대 강점은 글로벌화다. 매출 내역을 지역별로보면 일본 55%, 유럽 21%, 미국 18%, 아시아 6% 순이다. 지난 72년 독일에 호리바유럽을 설립한 것을 비롯,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 자회사를 잇따라 설립해 왔다. 호리바사장은 『본사를 전세계 네트워크 가운데 하나로 보지 않을 경우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며 글로벌경영을 강조한다.벤처기업 메거칩스도 시스템 대규모집적회로분야의 독보적 기업으로 꼽힌다. 메거칩스는 3차원 화상을 고속으로 깨끗하게 움직이게 하는 대규모 집적회로를 세계 최초로 개발, 신형게임기인「닌텐도64」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장외시장 공개때 공모가격의 60%를 웃도는 4천6백50엔을 기록했다. 경상이익또한 4기연속으로 50% 이상 늘었다. 99년3월 결산기에는 경상이익이 16억엔에 이를 전망이다. 주문생산체제에다 번돈 이상으로투자하지 않고 고정자산을 갖지 않는 경량경영으로 고속 성장하고 있다.틈새시장을 집중 공략, 세계시장을 석권한 중견기업도 수두룩하다. 노리츠고기(鋼機)는 「미니라보」로 불리는 소형사진 현상장치로 세계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제품에 문제가있었습니까』, 『서비스에 불만이 있었습니까』…. 83세의 창업주인 니시모토사장은 상담이 들어올 경우 와가산시에 있는 본사로부터 고객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고객의 생생한 목소리를듣기 위해서다. 상품개발 서비스 개선에는 고객의 지적이 가장효과가 있다는게 그의 신념이다.니시모토사장은 4년전 한신대지진이 일어난 날 저녁 기술자 6명을 데리고 사진관을 돌았다. 헬리콥터로 현지에 들어갔다. 기계를 수리해줬다. 점포청소 및 수리도 도왔다. 『사진관이 돈을 버는게 제일 중요하다.』 이처럼 철저한 고객중시경영이 기술혁신의 원동력이 됐다. 76년에 세계 최초로 상품화한 미니라보에 투자를 집중했다. 디지털화나 신사진시스템(APS) 등에 가장 빨리대응해 왔다. 후지 사진 필름을 비롯, 독일 아그파등 거대 기업들의 추격을 따돌렸다. 98년도에는 국내 점유율을 10% 포인트가까이 늘렸다. 99년3월 결산기에 4기연속으로 배당을 확대한다.닛본고도지(高度紙)공업은 콘덴서나 전지 등에 사용되는 절연지로 세계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닛본고도지는 고치현의전통 공예품으로 튼튼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토사와지와 양지(洋紙)를 배합한 절연지를 개발, 일렉트로닉스분야의 「작은 거인」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경영의 최대 목표는 연구개발을 통한 시장의 확대. 전자부품분야 특허만 60건 이상을 갖고 있다. 고객에게 새로운 사용방법을 직접 가르쳐 준다. 지난 5년동안 매출을70% 확대, 1백10억엔으로 늘렸다. 도요타자동차가 97년말에 판매하기 시작한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의 모터에도 이 회사의절연지가 들어가 있다. 「전기자동차시대가 온다」고 판단, 90년에 개발을 완료한게 제대로 맞아떨어진 것이다.「온리 원」 기술을 무기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중소중견글로벌 기업들. 세계 최고를 겨냥, 모노즈쿠리에 열중하고 있는글로벌 후보기업들. 이들 기업이 있는한 일본 제조업의 성장 신화는 쉽사리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