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리ㆍ스타크래프트ㆍ텔레토비에서 배운다

「대박이 터졌다」. 최근 한국영화의 메카인 충무로에서 나오는 말이다. 「타이타닉을 침몰시켰다」는 소리를 들으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쉬리 designtimesp=18196> 때문이다. 개봉 열흘만에 전국에서 관객 1백만명을 동원한 쉬리는 3일 현재 한국영화사상 최대흥행작이라는 서편제의 기록을 깨며 전국기준 2백20만명의 입장객을 기록했다.영화 쉬리의 이러한 성공에 대해 동국대 연극영상학부 유지나교수는 『한국영화로는 첩보영화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 할리우드류의 액션에 멜로드라마적인 요소를 가미해 관객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갖게 만든 점, 다른 어떤 영화보다 남북관계에 대해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했다는 점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과감한 투자도 성공요인으로 거론된다. 삼성경제연구소 김휴종수석연구원은 『31억원의 거액을 들여 해외시장을 염두에 둔 과감한 기획과 제작에 나선 것이 성공에 한몫을 했다』고 분석했다. 김연구원은 또 쉬리의 「대박」이 궁극적으로 한국의 영화산업에도 「순기능」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한국에서도 블록버스터가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것으로, 앞으로 영화에 대한 자본투자가 보다 활발하게 이뤄져 한국영화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할 줄 모르면 왕따」. 요즘 초중고생들은 물론 대학생과 컴퓨터게임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게임소프트웨어 「스타크래프트」를 모르면 아예 컴맹 수준으로 따돌림을 받는다는 것이다. PC게임방이용자의 대부분이 스타크래프트를 즐긴다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그만큼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는 마냥 높다. 이러한 인기비결에 대해 게임평론가 이진택씨는 『요즘 나오는 16비트 그래픽을 활용한 게임에 비해 게임상의 화질이 다소 떨어지지만 정교한 스토리전개와 배틀넷이라는 인터넷상의 멀티플레이게임환경, 게임방의 확산과 다양한 이벤트 등으로 인기가 급속히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스타크래프트는 2월말 현재 한국에서만 30만장이상(확장팩인 브루드워 포함)이 팔려나갔다. 컴퓨터업계에서는 스타크래프트가 PC관련업체들을 회생시켰다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호랑이나 곶감보다 무섭다」. 우는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만든다는 호랑이나 곶감은 옛말이다. 요즘은 TV화면에 「꼬꼬마 텔레토비」가 시작되면 울음을 그치고 TV 앞으로 다가간다. KBS 영상사업단 제작부의 박상용PD는 『지난해 9월에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에 지금까지 평균시청률(TV를 가진 가구의 프로그램 시청률)이 15% 정도로 이는 아이를 가진 가정의 대부분이 시청하는 셈』이라며 텔레토비의 인기를 설명했다. 텔레토비가 이처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21세기방송연구소 윤소향연구원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다』는 말로 설명했다. 성인수준의 생각이나 말이 튀어나오고 속도가 빠른 한국의 프로그램에 비하면 『단순하고 느린 진행, 2회에 걸친 반복, 인상적인 캐릭터 등이 시청자를 잡아끈다』는 것이다.최근 우리나라의 엔터테인먼트시장에서 가장 히트상품으로 거론되고 있는 영화 <쉬리 designtimesp=18205>, 게임S/W 「스타크래프트」, KBS-TV의 아동용 프로그램 「꼬꼬마 텔레토비」 등이 만들어낸 모습들이다. 단순히 오락거리로 치부되거나 문화산업이란 추상적인 틀의 하위개념 정도로만 이해되던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이들은 막대한 경제적 이익은 물론 사회문화적인 흡인력까지 발휘하면서 수요자와의 접점을 찾아 확산을 거듭하고 있다. 「신드롬」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닐 정도다.이처럼 엔터테인먼트산업이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의 김휴종수석연구원은 『놀이문화에 관심이 많은 인간본성으로 엔터테인먼트산업은 대중문화를 만들어내고 이끄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경제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동국대 유지나교수는 『엔터테인먼트산업은 관련산업분야로의 파급 효과가 큰 수평통합적인 산업』이라고 말했다. 영화 한편이 흥행에 성공하면 나중에 비디오 음반 게임S/W 캐릭터 테마파크 등 관련산업으로 파장을 미친다는 것이다.그러나 엔터테인먼트산업의 비중이나 영향력이 이처럼 막대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에서의 수준은 열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상지대 경제통상학부 임상오교수는 『미국 일본 등 엔터테인먼트산업 선진국의 경우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멀티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하는 추세지만 우리나라는 초보단계』라고 지적했다.따라서 이런 수준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창의력이 풍부한 마니아집단을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임교수의 제안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김연구원은 『윈도(창)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품에만 집착하지 말고 기획단계부터 세계시장과 다양한 파급 효과를 고려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제작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