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시장조사로 고객 선호도 파악...24억 제작비만큼 '인기몰이'

첩보액션영화 <쉬리 designtimesp=18196>돌풍이 거세다. 지난달 13일 설날 개봉된 쉬리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관객몰이에 성공, 한국영화사의 새지평을 열고 있다.최단시간에 한국영화 최다관중동원작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개봉 21일만인 지난 6일 서편제가 갖고 있던 기록(1백3만명, 서울관객 기준)을 깨뜨린 것이다. 이런 추세대로 나간다면 타이타닉이 갖고 있던 기록(2백20만명, 서울관객기준, 6개월상영)을 경신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기록만이 아니다. 충무로 영화가는 물론 사회전체가 지금 「쉬리 신드롬」에 걸려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연일 사이버공간을 통해 「쉬리 논쟁」이 벌어지고 있고 어디를 가든 「쉬리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쉬리는 할리우드영화에 짓눌려 있던 우리 영화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품으로서 <쉬리 designtimesp=18201>의 히트 비결은 무엇인가.● 마케팅의 승리 - 히트상품이 되는 지름길은 철저한 시장조사이다. 영화도 상품인 이상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알지 않고서는 결코 흥행에 성공할 수 없다.그러나 지금까지 충무로는 이걸 등한시했다. 좋은 작품을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는 작품성에 보다 무게가 실려 있는 인상이 짙었다.쉬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기획단계에서 수차례에 걸쳐 소비자들로부터 검증을 받았다. 첩보액션물에 대해 소비자가 어느 정도 선호하는지를 사전에 조사한 것이다. 강제규감독은 『기획과정에서 쉬리에 대한 시장 조사를 한 결과 같은 시기에 기획되고 있던 다른 영화에 비해 선호도가 7배나 높게 나타났다』며 국내에서 첩보액션물이 처음 제작된다는 부담을 털고 작품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이 시장조사가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투자와 흥행은 정비례 - 좋은 제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쉬리는 이 원칙에 비교적 충실했다.쉬리 제작에 들어간 총비용은 31억원. 마케팅 비용을 제외한 순수 제작비는 국내 영화사상 최대 규모인 24억원이 들어갔다.제작비는 삼성영상사업단(20억원)과 한국기술금융(4억원)이 댔다. 쉬리 제작진은 이 돈에 용기를 얻어 한국영화사에 한획을 긋는 작품을 만들어냈다.MP5, MSG-1, 데저트 이글 등 미국 특전부대와 대테러부대에서 사용되는 총기를 1억여원을 주고 들여와 실감나는 총격전을 연출하고 7천여만원을 들여 만든 수족관 20여개를 미련없이 박살낼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큰 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이런 탓에 쉬리에서는 총알이 발사된 뒤 엉뚱한 곳에서 먼지가 풀썩 일어나는 기존 한국영화의 어설픔은 반복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역시 한국영화는 별볼일 없다』는 자조섞인 반응이 이어졌을 것이 분명하다. 서울예술대학 강한섭교수는 『쉬리 흥행 성공 비결은 과감한 투자를 통한 차별화도 한 요인』이라며 이를 계기로 한국영화산업에 대한 투자가 계속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험정신의 개가 - 히트상품이 나온 뒤 아류를 만들면 점유율은 잠식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절대 1등은 되지 못한다. 소비자들은 항상 히트상품을 뛰어넘는 새로운 상품을 원하기 때문이다.최근 몇년간 한국영화의 흐름이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멜로물에서 다시 액션멜로물로 유사한 영화제작 흐름이 이어졌다. 소비자들이 식상해하는 것은 당연.동국대 연극영상학부 유지나교수는 『쉬리는 이런 소비자들의 식상함을 일시에 털게 만들어 준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전혀 새로운 장르인 첩보액션물을 선보였고 그 점이 바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는 것이다. 유교수는 할리우드전유물이었던 첩보액션물을 우리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쉬리 designtimesp=18222>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인터뷰 / 강제규 감독흥행성에 역점....'히트' 적중강제규감독(38)은 당초 기획단계에서 쉬리가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고 밝혔다. 강감독은 앞으로 쉬리를 보는 관객이 얼마가 되든 쉬리가 첩보액션물의 새 장르를 개척한 영화로 평가되면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은행나무 침대 designtimesp=18229>에 이어 또다시 대박을 터뜨린 그를 만나 몇가지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흥행성, 작품성중 역점을 둔 부분은.흥행성에 역점을 두었다. 다른 영화와는 달리 첩보액션영화는 보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으면 결코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다. 은행나무 침대를 만들 때도 다수 대중이 즐겁게 볼수 있는 흥행성에 역점을 두었고, 이 원칙은 쉬리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영화는 오락적 재미에 작품성이 잘 조화되었을 때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할리우드 액션물의 복사라는 비판도 있는데.그건 영화팬들이 그동안 너무 할리우드 첩보액션영화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리 시각」에서 제작을 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고 스토리구조 또한 그렇게 만들었다. 국내에서 그동안 첩보액션영화가 많이 제작돼 영화팬들이 보았다면 「할리우드적」이라는 시각은 갖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잠실운동장에서 유중원과 박무영의 긴 대사가 긴장감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있는데.제작 1년동안 가장 고심했던 것이 바로 그부분이다. 「왜 막아야 하고, 왜 싸워야 하는지」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는데 이를 「쇼트 컷」으로 처리할까, 아니면 「롱 컷」으로 처리할까 고심에 고심을 했다. 「싸우고 막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롱 컷이 낫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처리했는데, 결국 그것이 첩보영화로서 긴장감을 떨어뜨렸고 지금도 후회하고 있는 부분이다.▶ 앞으로 계획은.쉬리를 통해 어느 정도 돈을 벌지 모르지만 전액 영화제작에 재투자할 생각이다. 내수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도 적극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나무 침대를 만들어 홍콩시장에 직배해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는데, 쉬리 또한 이 방법으로 홍콩 등 동남아지역에 내보낼 생각이다. 쉬리가 한국 영화의 새지평을 열고 영화산업 도약을 위한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