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자금, 연구소ㆍ기업 R&D적극 지원 ... 덴마크ㆍ캐나다ㆍ핀란드 적극적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기업의 이노베이션에 단순한 무슨 법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근래에는 학자들도 여기에 공감한다. 그렇지만 정부들은 아직도 이노베이션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라가 대다수다. 세계 각국의 정부들은 대체로 이노베이션은 파이프라인과 같은 과정에서나온다고 생각한다. 「입력」이라고 할 공공자금이 대학이나 국립연구소의 기초연구에 투입되면 새로운 기술과 이를 상업적으로응용한 제품이라는 「출력」이 바로 튀어나와야만 한다는 것이다.과학적 발견은 때때로 혁신적인 생산품을 개발하는 유용한 기술을 낳기도 한다. 사실 전기산업의 모든 것은 1831년 패러데이가전기유도 실험을 해낸 후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러나 대체로 이론은 실제 벌어진 상황보다는 늦게 만들어지는법이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비행기를 날리긴 했지만이를 뒷받침하는 유체역학의 이론은 30여년이 지나서야 독일에서루드비히 프란틀이 정립했다. 윌리엄 샤클리는 자신과 동료들이벨연구소에서 만들어낸 트랜지스터가 실제로 작동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전자」이론과 반도체에서의 홀이론을 창안해 내야했다. 트랜지스터가 발명된 48년 이후 그때까지는 별다른 주목을받지 못했던 고체물리학이 물리학 중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인기있는 분야로 탈바꿈했던 사례도 있다.근래에는 이노베이션 과정이 촘촘한 네트웍 속에서 입력과 출력이 계속해서 상호 영향을 미치는 과정으로 이해되고 있다. 파이프라인 모델은 학자들 사이에서는 폐기된지 오래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프레디 지번즈 교수팀은 성공적인 이노베이션 수행에필요한 요인를 밝혀내기 위해 이노베이션으로 국왕이 수여하는퀸즈어워드를 수상한 영국의 기업들을 조사했다. 조사에서 그들은 기초 연구가 과학적인 발견을 이루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이노베이션 담당자들에게 업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테크닉을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또 기초연구를 통해 과학적 사고로 훈련되고 연구와 관련된 기자재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을 배출할 수 있다.물론 이 과정에서 이노베이션에 크게 영향을 미칠 큰 발견이 이뤄지기도 한다.성공적인 이노베이션이 마치 단거리 경주에서의 승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맨체스터 대학 연구팀의 루크 조지는 이노베이션 과정이 지속적인 트랙경주라고 말한다. 퀸즈어워드 수상84개 기업에 대한 연구에서 그는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성향을 예측해 체질개선의 방향을 정했던 업체들이라는것을 밝혀냈다.하지만 아직도 각국 정부는 이노베이션을 국내 기업이 외국 경쟁자들간에 먹고 먹히는 한판 승부같은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이전에도 존재했었지만 테크노내셔널리즘은 지난 10여년 사이에더욱 심화됐다. 이런 경향은 처음에는 유럽에서, 그리고 최근에는 미국에서 두드러지는데 일본이 여러 산업을 하나하나 석권해나가는데 따른 불안감 때문에 나온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이런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몇가지 조치들이 도입됐다. 미국에서는 80년대 초 정부출연 연구소 이외에서도 유용한 기술을 얻기위한 제도를 마련했다. 대학이나 비영리 연구기관, 정부와의 계약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소규모 업체 등이 자체개발한 기술을 보호해 주고 이를 타인이 사용할 때도 창안자의 이름을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이런 제도는 지속적인 보완을 거쳐 미국에서 이노베이션이 성행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런 제도는 그 후 많은 나라들에서 답습됐다.국가간 경쟁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정부는 공공자금을 자국의대학이나 정부연구소, 학회, 기업들의 R&D에 쏟아부으면서 연구결과를 상업화하도록 강력히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정부는GDP의 1%에 가까운 6백50억달러를 과학연구활동을 지원하는데 썼다. 이중 1/3은 정부산하 연구소에, 또 1/3은 대학에, 그리고 나머지는 업계에 투입했다. 다른 선진국들도 이와 비슷한 비율을나타낸다.일부 분야에서는 R&D에 대한 공공자금 지원이 큰 효력을 가질 수있다. 제약회사들은 좋은 자체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의과대학 등 학계의 연구자들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으려는 경향이있다. 그렇지만 항공기 자동차 통신산업 등 생산품이 아주 복잡한 시스템으로 이뤄지는 분야들에서는 학계의 연구가 별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이들 산업에서의 이노베이션 과정은 작업환경개선, 시설확충, 비용절감, 제품수명연장, 안전성증대 등을통해 나타난다. 이런 결과는 대학교수들로부터가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들과의 지속적인 대화에서 오는 것이다. 또 그것은 한꺼번에 갑자기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보잉은 R&D에 매년 1백90억달러 정도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선보인 것은 10여년전단 한 차례 뿐이다.분명한 사실은 혁신적 기업은 정부로부터의 시혜만을 기다리지는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나 독일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덴마크 핀란드 캐나다에서도 똑같이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매출액대비 기업 R&D 지출비율은 앞의 세 나라가 아니라 고급기술 분야의 이노베이션이 별로 성행하지 않는 뒤의 세나라로 나타났다.영국 통산성(DTI)이 지난해 실시한 세계 3백대 국제적 기업들에대한 조사에서는 조사대상 기업의 전체 R&D 투자평균치가 매출액의 4.6%로 나타났다. 그러나 각 나라별로는 이 수치에 많은 차이가 있다(도표참조). 일본 기업들의 평균치는 4.8%였고 독일은 전체 평균을 약간 밑도는 4.3%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덴마크 기업들은 16.3%라는 엄청난 수치를 기록했고 캐나다와 핀란드가 각각10.8%와 10.4%로 뒤를 따랐다. 최하위 그룹에는 겨우 2%에 불과한 이탈리아와 2.5%의 영국이 있다.통산성 조사는 이노베이션도 국제적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들의 R&D 강도는 전해에 비해 전체적으로10% 상승했지만 사양산업을 버리고 하이테크 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변화시킨 스웨덴과 덴마크 캐나다 미국 등은 전년에 비해R&D 투자가 평균 17∼26%나 늘어났다. 이와 대조적으로 영국과이탈리아 기업들은 각각 5%, 3% 늘리는데 그쳤다.어느 국가의 기업들은 주위환경을 면밀히 살피면서 적극적인 이노베이션을 실천하는 데 비해 또다른 나라의 기업들은 침체된 상태로 있는 이유는 뭘까. 컬럼비아 대학의 리처드 넬슨과 스탠퍼드 대학의 네이선 로젠버그는 15개국의 이노베이션 지원행태 조사에서 성공적 성과를 얻은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사이의 큰차이점을 밝혀냈다. 이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경쟁력 있고 혁신적인 기업이 많은 나라들은 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골고루갖춘 젊은 인력을 대량으로 육성하는 데도 더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차이점은 미국과 독일간, 프랑스와 영국간의 비교에서가장 크게 발견됐다.「Networks, not pipelines」 Feb. 20th,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