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사람과 북한산을 올랐다. 내려오면서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물었더니 칼국수를 먹잔다. 전화로 확인하고 길을 물어물어 연신내역 근처에 있다는칼국수집을 찾았다. 큰 길에서한참 들어간 주택가에 자리잡은조그맣고 평범한 그런 집이다.위치도 그렇고 눈에 띌만한 것은아무 것도 없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좁은 집에 사람들이 꽉차 있다. 하지만 『칼국수가 맛있어봐야 칼국수지 뭐 별게 있겠어』하는 시큰둥한 마음으로 주문했다. 조금 시간이 걸려서 나오는데 그야말로 끝내준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일단 국물이 범상치 않다. 게다가 면발도흔히 보는 그런 것이 아니다. 쫄깃쫄깃한게 입에 착착 감긴다.게다가 가격도 사천원밖에 안한다. 맛 하나만 가지고도 이렇게많은 사람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클라이언트를 만나러 갔다. 마침점심시간이라 회사 분들과 역삼동 북어집에 갔다. 아직 점심시간 전인데도 입구가 차들로 몹시붐빈다. 집은 허름하고 별로 넓지 않지만 사람들로 꽉 찼다. 메뉴는 오직 하나 북어찜 백반이다. 김치와 장아찌, 밥과 북어찜, 그리고 물 한컵이 전부다.손님은 무지 많지만 별로 시끄럽지도 복잡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주문이 필요없고 추가로 요구할게 없기 때문이다.전형적인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이다. 종업원은 세트식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나르고 치우는 일이전부다. 손님들의 턴오버도 아주잘 된다. 즉 들어와서 나가는데까지 20분 정도밖에 안되는 듯하다. 4천원이지만 만족도는 만원짜리 이상이다. 푸짐하고 맛있는음식은 다른 단점을 덮고 남을지경이다. 가격은 낮지만 이 가게는 경영측면에서 이익을 낼 수있는 조건을 여러개 갖고 있다는생각을 했다. 메뉴가 하나니 재고부담 없지, 턴오버 빠르지, 생산 간단하지, 북어만 전문으로대량 취급하니 북어를 싸게 구입할 수 있으니 가격 낮출 수 있지, 허름한 건물에 아줌마 몇 사람만 있으니 고정비 적게 나가지.가끔 백화점에 옷을 사러 갈 때마다 의문이 생긴다. 특히 남성복 코너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아저씨, 한번 보고 가세요』라며 붙잡는 바람에 사고 싶은 마음이 달아나 버린다. 일요일 한창 시간에 저렇게 장사가 안 되면 어떻게 종업원 월급 주고, 임대료 내고, 본사 관리비 내고,이익을 낼까. 내 상식으론 도저히 이익을 낼 것 같지 않다. 양복에 대한 수요는 그야말로 크다. 물건이 맘에 들면 가격이 너무 비싸고, 가격이 싸다 싶으면물건이 너무 떨어진다. 솔직히내 기준으로 비용 대비 만족을주는 양복은 없다. 이런 현상은비단 양복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란 생각이다. IMF이후 물건 값이싸지긴 했지만 아직 소비자들의기대치와는 거리가 있다. 비용대비 만족도가 안 맞는다.경기가 위축될수록 인간의 갖고싶은 욕망은 더 커진다. 욕망을자극하는 물건을 적정한 가격에내놓을 수 있다면 파는데는 문제가 없다. 만들고 난 후 투입된재료비와 인건비를 계산하고 이익을 붙이는 식보다는 소비자가원하는 품질과 가격을 먼저 정한후 그것이 가능토록 경영혁신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파리를날리는 수많은 음식점들에 위의두 음식점은 그런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경기를 탓하기 전에 그것을 돌파하는 쪽에 머리를써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