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같지도, 봄날 같지도 않은 때. 그래서인지 마땅히 갈만한곳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조선시대 왕가나 명문가 등의집과 「딸깍발이」 「남산골 샌님」 등으로 불렸던 선비들이 살았던 집을 그대로 살려내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은 한옥마을을 찾아 조상들의 삶의 흔적을 더듬어 본다면 봄을 맞는 나들이로 괜찮을 듯싶다. 게다가 주중 내내 다양한 문화강습이 진행돼 잘만 이용한다면 번잡한 도심에서 잠시나마 일상을 떠나 호젓하고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으로 주저없이 첫손에 꼽을 만하다.서울시에서 지난해 4월 서울 중구 필동 옛 수방사터 자리에2만4천평(정원 포함) 규모로 재현한 남산 한옥마을에 들어선 한옥은 모두 5채. 조선시대 전형적인 서민주택양식으로 지어졌지만길가쪽으로 화방벽을 쌓아 격조를 높인 오위장(조선시대 장교계급) 김춘영가옥, 서울 8대가의 하나로 철종의 부마도위(사위)였던 박영효가 살았던 집으로 개성지방의 주택형태를 지닌 박영효가, 흥선대원군에 의해 경복궁이 중건될 때 도편수(목수의 우두머리)였던 이승업이 짓고 살았던 이승업가, 조선말 순종의 장인윤택영의 딸 윤비가 창덕궁에 들어갈 때 지은 윤택영재실, 순종의 비인 순종효황후 윤씨가 동궁계비로 책정될 때까지 살았던 집으로 조선조 상류층의 저택양식을 보여주는 윤씨 친가(윤비가)등이다.한옥외에도 볼거리가 많은데 뜨거운 장작불가마에 얹혀져 소주를방울방울 받아 내리던 소주옹기, 우물에서 길어온 물을 담던 물두멍, 느티나무 함지박이 걸려 있는 부엌, 남산의 산세를 살려조성된 전통정원, 서울정도 6백년을 기념해 서울시민의 생활상을엿볼 수 있는 6백품목을 선정해 묻은 타임캡슐광장 등이 있다.여러 볼거리 외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문화강좌나 행사도 푸짐하다. 순정효황후 윤비 친가에서는 서화 사군자그리기 등의 시민교실이, 윤택영댁 재실에서는 예절교실 차문화교실 대화교실 등이 열린다. 이밖에 공예전시관에서는 민화 침선 나전칠기 전통매듭 등의 제작방법을 재연하고 각종 공예품도 전시·판매한다.(02)2264-44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