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공신 PC방...컴퓨터산업 활로 찾는데 한몫

지난 3월4일 연대앞의「두루넷슬기방」. PC 80여대와 광케이블 회선, 레이저프린터, 스캐너 등을 갖춘 1백30평의 매장에는 오후 1시인데도 거의 모든 PC앞에서 게임과 인터넷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다만 특이한 점은 모니터상의 화면 배경이 대부분 똑같다는 것과 게임에 빠져 있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비장함이 보인다는 것. 이는 대부분의 게이머가 바로 「스타크래프트」를 즐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슬기방 대표 한승훈 이사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80~90%가 스타크래프트를 즐긴다』고 했다. PC방에서 만난 문남중(16)군은 스타크래프트를 모르는 중고생이 있느냐는 질문에 『거의 없다』고 쉽게 대답했다. 스타크래프트를 즐기지는 않더라도 대부분이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패턴·전술 동원 가능스타크래프트의 판권을 가지고 있는 한빛소프트의 김송과장은 『지난 2월말 현재 누적 판매량이 22만2천장, 올해초 출시된 확장팩 「브루드 워」가 10만5천장이 팔려 총판매량이 30만장이 넘어섰다』며 『현재 잠정적인 우리나라의 사용자는 2백만명 정도로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과연 스타크래프트란 무엇이길래 우리나라의 게임마니아들을 이토록 사로잡는 것일까.스타크래프트란 미국 블리자드사가 만든 미래 우주공간에서 펼쳐지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작년 4월 출시돼 현재 전세계적으로 3백만장 이상 팔렸다.스타크래프트의 폭발적인 인기에 대해 게이머들은 『블리자드가 인터넷을 통해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배틀넷」이라는 전용 사이트(주소)를 무료로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배틀넷이란 지난 97년초 블리자드가 디아블로(Diablo)라는 전략 시뮬레이션 PC게임에 멀티플레이(여러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도록)를 지원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시작한 인터넷상의 전용서비스. 인터넷을 통해 최대 8명의 게이머들이 동시에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게이머의 전적을 점수화시켜 세계 1천위까지 순위를 매긴다. 종전에 PC를 상대로 게임을 하여 정해진 패턴 이외에는 불가능한 단점을 극복, 바둑이나 장기와 같이 다양한 패턴과 전술이 동원될 수 있다는게 매력이다.완벽하게 구성된 줄거리와 배경, 전쟁을 벌이는 세종족간 차별성, 인해전술이 불가능하며 상황과 상대에 따라 수많은 전략과 전술을 펼쳐야 한다는 점, 이전의 전략 시뮬레이션들과는 달리 화면을 가득 메우는 유닛이나 박진감을 주는 건물들의 폭발 장면 등도 성공 이유로 꼽힌다.스타크래프트 성공의 또 다른 이유로 꼽히는 것은 2월말 현재 3천5백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인터넷PC방. 인터넷 PC방의 강점은 20∼50대의 3백MHz 이상의 고속 펜티엄CPU에 19인치 대형 모니터를 갖춘 멀티미디어 PC로 무장하여 전화망의 속도 문제와 요금, 컴퓨터 사양문제 등으로 집에서 즐기기 어려운 배틀넷을 가능하게 한 점이다.소프트 맥스 개발1팀의 이주환 팀장은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는 PC방이 있었기 때문이며, PC방의 성장은 스타크래프트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PC대여협회는 『인터넷 PC방이 생기면서 1천억원에 가까운 컴퓨터 장비와 소프트웨어 수요를 창출해 컴퓨터 산업이 IMF 위기를 극복하는데 일조했고, 매달 1백억원 정도의 소비창출 효과를 유발해 소프트웨어 벤처산업의 활로를 여는데도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게임에 대한 인식까지 바꿔스타크래프트는 우리나라 게임산업에도 영향을 끼쳤다. 게임개발사 판타그램에서는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인터넷과 게임에 접할 기회가 많아진 일반인들의 게임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게임 사용자수의 증가와 안정적인 수요층의 확보로 국내 게임 개발사들에 희망을 주었다』며 『앞으로의 게임에서는 대다수의 게임이 배틀넷과 같은 멀티플레이를 지원할 것이며 현재 개발중인 「킹덤 언더파이어」에서도 멀티플레이를 위한 서버를 국내 실정에 맞게 개발을 완료했다』고 덧붙였다. 슬기방의 한이사는 『아직은 스타크래프트를 대적할만한 게임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그 인기가 시들어지면 다른 게임들이 자리를 이어받을 것』이라며 『스타크래프트 성공은 우리 게임산업의 방향을 제시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스타크래프트는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직업도 만들어냈다. 바로 「프로게이머」다. 프로게이머는 상금이 걸린 게임대회에 출전해 상금으로 소득을 올리는 전문게이머를 말한다. 지난해까지는 상금이 걸린 대회가 많지 않아 소득이 적었지만 올해부터는 총4천만원이 걸린 KPGL대회, 4백여만원 상당의 두루넷배 게임대회, 약25만달러 상당의 상금을 놓고 벌이는 PGL 세계대회 등 굵직한 대회들이 있어 고소득을 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용어설명스타크래프트/배틀넷/확장팩스타크래프트는 우주를 배경으로 테란 저그 프로토스 등 세종족이 영토를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벌인다는 줄거리로 돼 있다. 배틀넷(Battle net)은 스타크래프트를 네트워크상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확장팩 「브루드 워(Brood War)」는 스타크래프트에 미션과 캐릭터, 유닛이 추가된 것이다. 보통 시뮬레이션게임은 사람이 컴퓨터의 수를 미리 읽을 수 있기 때문에 흥미를 잃게 된다. 그러나 네트워크게임은 사람과 사람이 대결하기 때문에 바둑처럼 게임진행이 무궁무진하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최대 8명까지 동시에 대결할 수 있는데 서로 동맹을 맺거나 팀을 구성해 게임할 수 있다. 배틀넷의 정기적인 사용자 수는 전세계적으로 2백만명을 돌파했다.★ 스타크래프트 세계챔피언 신주영"이보다 더 매력적인 게임 없어요"지난해말 인터넷에서 벌어진 세계스타크래프트 게임왕대회에서 챔피언을 차지하고 프로게이머를 선언한 신주영(본명 박창준·22)씨를 만났다.★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접한 시기는?작년 4월부터였고 초기에는 거의 하루종일, 프로가 된 이후에는 4~5시간정도 연습한다.★ 스타크래프트가 다른 게임보다 뛰어난 점은?스타크래프트만큼 매력적인 게임은 없다. 수천수만가지의 전략, 전술을 상대하면서 느끼는 박진감과 함께 상대와의 승부에서 오는 긴장감을 즐긴다.★ 프로게이머를 선언하게 된 동기는?게임을 사랑했고 고2때 미국에 프로게이머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꼭 되고 싶었다. 이번 대회우승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프로게이머의 지위는?앞으로 2~3년내에 바둑의 조훈현이나 이창호같은 지위를 얻으리라 생각한다.★ 한달 수입은?현재는 매니저 비용을 뺀 순수입이 약 2백만원이지만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 기대한다.★ 앞으로의 계획은?프로게이머로서의 활동과 더불어 게임제작과 스타크래프트전략집 및 분석집을 출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