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기업의 인재상이 변하고 있다. 대량생산시대에 선호했던 인재상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사람을 채용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조금씩 두루 능통한 팔방미인보다는 한가지 분야에 전문적인 능력이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다른 분야는 문외한이라도 오직 한가지만이라도 확실하게 하는 인재를 선호하는 분위기를 엿보게 한다.사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예전에는 여러가지 일을 두루 잘 하면서 조직에 쉽게 적응하는 인재를 주로 채용했다.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운영하는데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런 인재를 원하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평균적 인재보다는 괴짜를 방불케 하는 튀는 인재, 조직형 인물보다는 독립형 인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기업들 스스로 개인의 능력을 극대화시켜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인사관리의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까닭이다.인사 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대의 변화가 요구하는 인재를 뽑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 근간이 되는 인사제도를 혁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변화의 모습은 신입사원의 채용에서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인사혁신 경쟁력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삼성은 최근 39기를 마지막으로 공채제도를 사실상 폐지했다. 더 이상 집단적으로 채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지난해말 입사자가 공채의 마지막 기수가 되는 셈이다. 그 대신 계열사별 상시채용 제도를 도입했다. 계열사의 특성에 맞게 그때 그때 인재를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는 얘기다. 현대, 대우, LG, SK 등 다른 대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제 공채제도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사실상 흘러간 제도로 남게 됐다.컴퓨터를 통한 상시채용 역시 눈에 띄는 대목이다. 입사지원서 접수창구에서 입사 지원서를 들고 장사진을 치던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앞을 다투어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원모집 공고를 내고 지원서를 받는다. 합격자 발표도 굳이 신문이나 회사 게시판을 통하지 않는다. 사이버공간이 구인구직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직장인들의 소망인 승진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느껴진다.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이면 자동으로 승진되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인사제도의 근간을 이루던 연공서열제가 근본적으로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대신 빈자리는 발탁인사제가 차지해 버렸다. 입사연도가 늦고 경력이 뒤처지더라도 회사가 인정해주고 능력만 뒷받침되면 윗자리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직급도 아주 단촐해지는 분위기다. 사원에서 임원까지 9단계 또는 11단계로 이루어져 있던 직급을 5단계 안팎으로 절반 가까이 줄이는 사례가 적잖이 생겨나고 있다.최근 삼성이 11단계서 6단계로, LG가 9단계서 4단계로 크게 줄이는 식이다. 특히 LG는 지난 11일 성과형 급여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내년부터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의 명칭을 아예 없앨 방침이라고 덧붙였다.대대적인 연봉제 도입도 눈에 띈다. 이미 대기업의 상당수가 연봉제를 도입했고, 준비중인 곳도 이루 헤아리기 힘들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상장기업의 70% 이상이 이미 연봉제를 도입했거나 준비중인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12월30일 기준). 전통적인 연공서열식 임금제가 사라지고 능력에 초점을 맞춘 연봉제가 임금체제의 대세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물론 한계도 있다. 인사혁신이 대기업중심으로 진행되다보니 중소기업은 아직은 무풍지대나 다름없다. 한쪽은 잠잠한데 다른 한쪽에서만 바람이 요란하게 부는 형국이다.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인사혁신을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굳이 선진기업들의 성공사례를 들 필요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