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록스·소니·아이와 등 ... 기술개발, 신용도 제고 통해 가치 높여

복사기가 「제록스」로 불리기도 했다. 후지제록스 브랜드가 복사기의 대명사처럼 된 것이다. 미국의 레스토랑에서 일본식 햄버거를 「깃코만」 햄버거로 부르기도 했다. 일본식 간장 깃코만의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한 것이다. 「소니」하면 경박단소형의 휴대형 카세트 라디오인 「워크맨」이 머리속에 떠오른다. 「캐논」은 정밀하면서도 견고한 카메라를 연상시킨다. 「닌텐도」는 곧 휴대용 게임기로 통한다. 브랜드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사례들이다.브랜드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기업의 제품력 기술개발력 신용도 소비자 및 사용자의 공감도 등이 집대성된게 바로 브랜드다. 기업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브랜드의 인지도는 기업의 실력을 가늠하는 잣대다.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진 기업은 그만큼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브랜드의 가치는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세계의 기업들이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돈을 들인다고 브랜드의 가치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 실력없이 우수한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일본 제조업은 세계적인 브랜드의 산실이다. 소니 닌텐도 후지필름 도요타 캐논 파낙 세이코 아이와 후지제록스 시세이도 깃코만 등. 제조업의 간판격인 전자 자동차에서부터 시계 화장품 간장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인 브랜드를 확보하고 있다.완성품에서만이 아니다. 부품쪽에서도 세계적인 브랜드가 수없이 많다. 부품은 제품을 구성하는 요소다. 따라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일본의 부품들은 다르다. 완성품 못지않은 브랜드 명성을 얻고 있다. 부품의 경쟁력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일본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소니」다. 일본의 각종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단골로 1위에 오른다. 소니하면 경박단소형 워크맨과 초소형 비디오카메라 등이 연상된다. 이 뿐만 아니다. 미국식 경영의 도입으로 기업 혁신에도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유럽의 경영자들로부터 세계적인 파워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SONY」라는 4문자의 가치가 오를지의 여부를 행동의 판단 기준으로 삼아라.』 오가회장은 사원들에게 늘 이처럼 얘기한다. 「닌텐도」는 게임기 분야의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패미콤」으로 출발, 「가정용게임기=패미콤=닌텐도」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휴대형 컬러 게임기 「게임보이」로 다시 한번 브랜드의 성가를 높이고 있다.◆ 시계 화장품 등 모든 분야 확보「니콘」은 정밀하면서도 견고한 카메라의 대명사로 통한다. 니콘 카메라가 명성을 얻게 된 것은 한국 전쟁 때. 미국의 한 종군기자는 독일제 카메라가 추위로 작동되지 않자 니콘제로 대체, 사용했다. 미국의 「라이프」지가 니콘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독일제보다 우수하다」는 제목까지 달았다. 니콘이 유명 브랜드로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니콘하면 카메라를 떠올리게 된다. 카메라 회사로서의 이미지가 아주 강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좀 다르다. 현재의 주력사업은 반도체 제조장치의 하나인 스테퍼(축차 이동식 노광장치)이다. 스테퍼 사업은 전체 매출의 40%에 이른다. 세계시장의 45%를 점유하고 있다. 카메라에서 쌓은 브랜드 명성이 타사업에서도 십분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아이와」는 해외 진출로 성공한 브랜드로 꼽힌다. 아이와는 85년 플라자 합의를 계기로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기기 시작했다. 주력인 미니컴포넌트의 가격을 미국 공급 가격대인 5백달러선으로 맞추고 세계 시장을 공략했다. 현재 해외쪽의 매출이 전체의 85%에 이른다.「세이코」는 고급시계를 대표하는 브랜드. 세이코는 팔뚝시계 분야의 기술 개발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왔다. 수정식 팔뚝시계와 팔의 진동으로 움직이는 전지없는 팔뚝시계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노우에사장은 『「SEIKO」는 고급 이미지를 지향한다』며 판매 실적으로 승부를 걸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술력과 고급 이미지로 인지도면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시티즌」을 누르고 있는 것이다.자동차의 얼굴 「도요타」도 세계 시장에서 품질과 성능을 인정받고 있는 파워브랜드의 하나로 꼽힌다. 일본 브랜드가 완성품 분야에서만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부품쪽에서도 보통 사람들이 잘 모르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수두룩하다. 「마부치모터」는 그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다. 마부치모터는 가전 사무자동화기기에서부터 정밀기계 자동차에 이르기 까지 용도가 확대되고 있는 소형 모터(외경24.4㎜짜리 등) 세계 1위 업체다. 98년도에 사상 최다인 14억4천만개를 생산, 세계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부품 메이커이면서도 완성품 메이커의 제품 개발에 거꾸로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마부치모터 없이는 제품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상의 국제 표준(디 팩토 스탠더드)으로 평가받고 있다.장난감용 소형 모터 메이커 정도로 알려져 있던 마부치라는 이름이 세계적 브랜드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된 계기는 지난60년대 미국 GM으로부터의 테이프레코더용 소형 모터 수주. 마부치모터는 정숙성 수명 회전의 안정성 등이 뛰어났다. 음향기기나 가전제품용으로 사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일본의 가전 메이커들은 마부치 모터를 외면했다. 그래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국 메이커들이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인정, 마부치 모터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해외에서 먼저 브랜드를 인정받은 것이다. 해외 신제품을 분해, 사용 모터가 마부치제인 것을 확인한 일본 메이커들이 뒤늦게 구매 경쟁에 뛰어들었다.◆ 파낙, 공작기계 CNC 분야 독보적마부치는 모터의 안정 공급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다지고 있다. 오니시 부사장은 『메이커의 완성품 판매에 맞춰 언제든지 부품을 대량으로 안정되게 공급하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라며 규격 표준화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힌다.파낙도 공작기계의 두뇌부분인 CNC(컴퓨터 수치 제어) 분야에서 독보적인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파낙의 상품 개발연구소에는 3가지 원칙이 있다. 그 첫번째가 「상품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CNC와 로봇의 대당 고장률(한달간)은 0.01건. 『구입후 10년 이상까지도 부서지지 않는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이같은 제품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파낙은 CNC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로봇시장의 공략이다. 올초 신년 인사에서 이나바회장은 세계 로봇시장의 절반 획득을 선언했다. 현재의 점유율은 20%선. 브랜드 이미지를 감안할 때 승산이 충분하다는게 회사측의 분석이다.「일본가이시」하면 애자(일본식 표기로는 가이시)분야의 최대 최고 브랜드로 통한다. 일본 가이시는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고전압 고강도화라는 수요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소금 벼락 등에도 견딜 수 있는 제품 등으로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전송애자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무라타제작소」는 세라믹 콘덴서 분야의 독보적인 브랜드. 현재 세계시장 점유율은 60%. 그런데도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온힘을 쏟고있다. 『무라타제작소는 무엇을 제작하고 있습니까』라는 TV CM을 내보내고 있다. 「부품 메이커는 제품이 생명. 회사 이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고정관념을 깨트린 것이다.일본 제조업들은 기술개발 신용도 제고 등을 통해 브랜드 자산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세계적인 경쟁과 재편의 회오리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브랜드를 키우고 있다. 브랜드는 단순한 경영자원의 하나가 아니라 기업의 사활을 결정짓는 변수로 판단하고 있다. 세계적 브랜드로 제조업 최강의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