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믿고 장기 거래처 많아 ... 미얀마 담배갑 인쇄로 명성

미얀마인들이 즐겨 피우는 담배중에 두야(DUYA)라는게 있다. 매우 독하다. 그럼에도 고급제품에 속한다. 한국담배로 치면 디스나 오마샤리프쯤 되는 셈이다. 독할수록 고급담배로 치는 이 나라의 독특한 평가 때문이다. 두야에는 두가지가 있다. 겉면이 초록색인 그린두야와 노란색인 옐로두야. 미얀마인들은 이들 담배를 사서 피우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두야의 담배갑 포갑지는 매우 고급으로 인쇄돼 있다. 미얀마에서 생산되는 다른 인쇄제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색감도 뛰어나다.이 포갑지는 한국에서 만들어진다. 서울 중구 인현동에 있는 태양당인쇄(대표 김직승)가 바로 그곳. 이 회사는 국내 제지업체로부터 종이를 사다가 포갑지를 인쇄한 뒤 담배를 담기 좋게 재단해 미얀마로 수출한다. 재작년부터 이 지역으로 수출하기 시작해 지난해 50만달러어치를 선적했고 올해는 1백만달러어치를 내보낼 계획이다. 어느 나라나 할 것 없이 담배갑 포갑지 인쇄는 가장 정교한 기술과 설비를 요한다. 질좋은 인쇄는 상품의 얼굴. 얼굴이 번듯해야 소비자가 찾는 것은 물론이다.따라서 담배갑 포갑지를 인쇄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수준이 높은 인쇄업체라는 얘기가 된다. 태양당인쇄는 올해로 창업한지 반세기가 넘었다.51년동안 단 한번도 한눈을 팔지 않고 인쇄 외길을 걷고 있다.창업주인 김영석 씨가 작고한 뒤로는 아들인 김직승 사장(58)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역사가 오래된만큼 몇가기 독특한 기록을 갖고 있다. 우선 장기 고정거래처가 많다. 이 회사가 납품하는 업체는 동아제약 유한양행 동화약품 한국네슬레 동아오츠카등 40여개사. 이중 동아제약과 유한양행은 거래한지 50년이 돼 간다. 동아제약의 유명한 박카스가 바로 태양당인쇄의 안양공장에서 인쇄된다. 유한양행의 알마겔등 상당수 약품도 마찬가지.◆ 품질과 신뢰로 신용 쌓아이같이 장기 거래를 한다는 것은 품질면에서 신뢰를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한양행의 경우 한때 경쟁사가 30%나 싼값으로 인쇄물을 납품하겠다고 제의하는 바람에 인쇄업체 선정을 놓고 갈등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의 상징인 버드나무 색깔이 제대로 나오지 않자 신규업체와의 거래를 끊고 태양당과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또 하나는 장기근속자가 많다는 점. 2백명에 이르는 종업원의 평균 근속연수가 10년을 넘는다. 인쇄분야는 어느 업종보다 이직이 심하기로 유명하다. 심지어 한두해 일하다 훌쩍 떠나는 예가 비일지재하다. 하지만 태양당인쇄에는 20년을 넘긴 사람도 수두룩하다. 권순기 차장은 23년 조영석 상무는 26년이나 됐고 윤종성 부사장은 35년이나 근무해왔다. 장기근속자가 많은 것은 기술력과 일맥상통한다. 아무리 설비가 좋아도 이를 운전하고 잉크를 주입하고 고른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사람의 몫. 숙련된 기술자들이 뛰어난 솜씨를 발휘해 고급품을 만들어 낸다. 게다가 이 회사는 고급인쇄물 생산을 위해 첨단설비에 과감하게 투자해왔다.안양 석수동 공장에 있는 금박인쇄기는 국내 민간기업 가운데 2대밖에 없는 기종. 스위스 기쯔사 제품으로 대당 가격이 10억원에 이른다. 뿐만 아니다. 대당 15억원에 이르는 5색 오프셋인쇄기 3대, 역시 15억원쯤 하는 스위스 봅스트사의 톰슨기, 8도인쇄가 가능한 그라비아인쇄기도 보유하고 있다. 첨단설비는 고급인쇄물 생산에 대한 김사장의 강한 집념에서 비롯됐다.인쇄업계는 지난해 수주부진으로 대부분 매출이 절반이하로 격감하고 문을 닫는 업체가 속출했다. 그럼에도 태양당인쇄가 1백5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은 고급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한다는 믿음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일본에 고급캘린더를 10년이상 수출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노력 덕분이다. 김사장은 업계의 공동발전을 위한 일에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지난 2월말 한국인쇄공업협동조합연합회 정기총회장에서 김씨가 3년임기의 회장에 만장일치로 다시 선출된 것도 이런 노력에 힘입은바 크다. 그는 이미 4대째 회장직을 맡아왔고 이번에 다시 5대째 연임하게돼 무려 15년동안 인쇄연합회를 이끌게 된다. 연합회 회장을 다시 맡음에 따라 인쇄업계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사업을 준비중이다.대표적인게 인쇄물의 CD롬화. 인쇄업계는 수백년에 한번 맞을까 말까한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목판인쇄에서 금속인쇄 필름인쇄를 거쳐 이제는 CD롬으로 납품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인쇄물중 카탈로그나 박스물 인쇄는 기존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책은 CD롬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해 인쇄연합회를 금년중 인쇄정보산업의 메카로 탈바꿈시킨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내수 탈피, 수출 주력또 하나는 인쇄물의 수출산업화. 인쇄는 그동안 내수산업으로만 인식돼 왔다. 전체 업체를 합쳐 수출금액이 1억달러에 불과하다. 홍콩이나 싱가포르가 5억달러를 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를 위해 세계 각지에 수출 촉진단을 내보내 수출의 비약적인 증대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올해 수출목표를 지난해의 2배인 2억달러로 잡았고 3년내 홍콩이나 싱가포르 수준으로 올려놓겠다는 복안이다. 인쇄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관변단체 비영리단체 행정기관의 인쇄업 침해를 막는데 힘을 쏟을 작정이다. 『인쇄업체들의 경영난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제한 그는 『3조원에 이르는 국내 인쇄물시장의 약 10%를 이들이 잠식하고 있다』며 『인쇄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이를 적극적으로 막아나갈 계획』이라고 말한다.그는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던 88년에는 여의도에서 대규모 궐기대회를 주도하기도 했었다. 인쇄는 고용증대 효과가 매우 큰 업종이다. 따라서 인쇄산업의 활성화는 실업문제 해결에도 큰 기여를 할수 있다.또 정부나 학교 지방자치단체의 발주물량이 큰 업종인 만큼 다른 업종에 비해 단체수의계약의 중요성이 큰 편이다. 김사장이 단체수의계약 물량확보를 위해 뛰는 것도 이같은 업계 공동의 판로확보를 위한 것이다.21세기 인쇄업계를 이끌어갈 그가 인쇄산업과 중소기업 발전을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을 모은다. (02)2276-1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