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체계 줄이고 호칭도 변경 ... 능력 따라 인사상 혜택ㆍ금전 보상

(주)두산은 지난 3월2일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전무와 상무가 무려 2단계를 뛰어넘어 대표이사 사장과 부사장에 임명되었다. 지난 1월에는 삼성이 대대적인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2백69명의 임원을 승진시켰다. 이중 11명이 승진한지 1년만에 또다시 한단계 승진하는 진기록을 남겼다.또한 4명은 2단계 직급을 껑충 뛰는 초고속 승진을 기록했다. 효성도 지난해 10월 수년간 적자상태를 면치못하던 회사를 부임 1년만에 흑자로 전환시킨 동양염공의 이세연 대표이사를 이사대우에서 상무로 2단계 특진시키는 동시에 1억원의 특별격려금을 지급해 화제가 됐다.IMF사태 이후 급속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진급은 커녕 목이 달아날까봐 조바심하는 무수한 샐러리맨들과는 달리 초고속 승진을 구가하는 직장인들이 탄생하고 있어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러한 대발탁인사는 예전의 호황기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었다. 전통처럼 내려온 연공서열 방식의 인사관행이 무너지면서 인사제도에도 일대 혁신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사혁신의 핵심은 직장내 「직급파괴」로 요약된다.직급파괴는 임원들 뿐만이 아니다. 일반사원들도 초고속 승진을 통해 직급파괴가 일고 있다. 삼성물산은 3월4일 입사 1년된 신입사원을 대리로 전격 승진시켰다. 화제의 주인공은 위성기기 사업부에 근무하는 박민수씨. 그는 국내 최초로 영국 방송국에 1억달러 상당의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기를 수출한 공로로 직급이 2단계나 뛰었다. 동료보다 무려 3년6개월이나 빨리 대리로 승진한 것이다.직급파괴 현상은 일반 기업내의 현상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미 은행 등 금융기관을 비롯해 가장 보수적인 집단일 수 있는 금융감독원 등 공직사회에서조차 일고 있다. 최근 공무원들은 전문직을 중심으로 외부인사들을 대거 영입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기존의 직급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다.은행권은 3,4급 과장급 직원을 일선 점포장에 전격 발탁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월22일 여성 2명을 포함한 3급 차장 4명을 점포장으로 발탁했다. 과거 2급 차장을 점포장에 앉혔던 관례를 깬 것이다. 주택은행도 최근 4급대리 5명과 3급 차장 31명을 각각 지점장으로 내보냈다. 전체 지점장의 나이를 낮추는 동시에 공격적인 지점경영을 통해 영업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데 그 목적을 두었다. 금감원도 올해초 2급 7명이 국장으로 대거 발탁되는 등 조직파괴가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다.직급파괴는 IMF사태 이후 경영환경이 급격히 변화되면서 달라진 직장내 새로운 풍속도라 할 수 있다. 종전의 연공서열과 기득권을 중시해온 인사관행을 타파하지 않고서는 조직이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개혁적이고 탁월한 성과를 나타낸 인물을 과감히 발탁해야만 생산성을 한층 높일 수 있고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21세기 진입을 앞두고 자기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지닌 프로급 전문인력을 적극 발굴하고 획기적으로 우대해 나가는 것만이 당면한 IMF 경영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21세기 생존을 위한 기업경쟁력을 확실하게 강화해나가는 지름길』이라고 공식 발표했다.누구나 인정할 정도로 경영상의 실적 및 성과가 탁월한 사람을 직위 체류연한 연령 등에 구애받지 않고 대발탁하거나 발탁 1년만에 또다시 발탁하는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직장내 직급파괴는 곧 보수체계와 직급체계의 변화를 몰고오고 있다. 연공에 의한 호봉제가 폐지되고 급여항목도 기본연봉과 성과급 등으로 단순화되고 있다. 특히 성과급의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다.◆ 호봉제 폐지·성과급 비중 늘어LG는 3월11일 성과급 급여제도를 골격으로한 보수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직급체계를 기존의 9단계에서 4단계로 대폭 축소시켰다. 9급사원에서부터 1급부장까지 9단계의 직급체계를 「어시스턴트」 「주니어」「시니어」 「리더」 등 4단계로 대폭 축소시키는 동시에 호칭을 각사 자율에 맡겼다. 성과에 관계없이 지금까지 고정적으로 지급해 오던 모든 급여 항목을 기본 연봉으로 흡수 통합했다. 소속조직의 성과와 개인의 업적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 배분되는 성과급도 총연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급여제도를 변경했다. 이같은 동기부여를 통해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한다는 것이다. 삼성은 일반사무직은 과감한 발탁인사 등 승격으로 보상하고 연구 전문직은 금전을 중심으로 보상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특히 연구개발 핵심경영자 탁월한 성과를 올린 인력에 대해선 스톡옵션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직급파괴에 따른 인사혁신은 새로운 인재상을 요구하고 있다. 조직이 요구하는 인재가 아니면 살아날 수 없다는 얘기다. 최근 조직들이 하나같이 원하는 인재는 능력과 창조력을 갖춘 인물이다.삼성의 경우 창의력이 풍부한 창조인, 끊임없이 학습하는 학습인, 국제적인 소양을 갖춘 세계인, 타인과 협조할 수 있는 사회인을 미래의 인재상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인재양성 목표도 핵심 인력과 특성 인력의 양성에 두고 있다.★ 김순현 국민은행 명동지점장"철저한 경력관리, 지점장 발탁에 한몫"「능력과 자질을 갖춘 젊은 인재를 일선 점포로」. 최근 장기신용은행과 합병을 단행한 국민은행의 인사발탁 원칙이다. 김순현 명동출장소 지점장도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지점장에 전격 발탁된 4명중 한 사람이다.▶ 최근 인사의 큰 특징이라면.직급이 낮아지는 점입니다. 명동지점만 하더라도 종전에는 1급부장이 지점장을 맡았으나 이번에 3급차장이 지점장으로 전격 발탁되는 파격적인 인사가 단행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지점장에 발탁된 주요 이유를 든다면.경력관리를 철저히 한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저는 입사후 금융관련 자격증은 물론 학위를 차곡차곡 땄습니다. 금융연수원에서 실시하는 거의 모든 과정을 이수하고 경영대학원의 학위도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영어와 일어 등 외국어시험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정보화가 진전되면 「일 잘한다」는 막연한 평가보다는 객관적인 데이터에 의한 평가가 크게 작용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력관리를 하려면 업무에 대한 부담도 많았을 텐데.한마디로 「시테크」에 주력했습니다. 시간을 전략적으로 쪼개어 공부하는 데 활용했습니다. 새벽에는 어학을, 저녁에는 대학원에 나가는 방식입니다.▶ 주위의 눈총도 따가웠을텐데.가능한한 업무시간 이외에 할 수 있는 과정을 선택했습니다. 업무시간을 비우는 경우도 다소 있었지만 저녁에 돌아와서 동료들보다 더 많이 일했습니다. 회식자리에는 개인적인 약속을 모두 취소하고 참석했습니다. 시부모와 남편이 제 입장을 이해해준 것이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됐습니다.▶ 향후 계획은.이제는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입니다. 은행이 제시한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현장을 열심히 뛰어 다니는 한편 직원들을 독려하려 합니다. 상사는 부하를, 부하는 상사를 평가하는 상호평가가 정착됨에 따라 능력있고 진실된 사람들이 우대받는 풍토가 자리잡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