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생산 최대수익' 체제 전환 ... 계열사 통폐합도 추진

『포항제철의 총자산 18조원중 잘못 투자된 자산이 4조5천억원 규모에 달한다.』유상부 포철 회장이 최근 광양제철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얘기했다.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포철의 최고경영자가 회사 총자산의 4분의1이 부실 및 저수익자산이라고 스스로 밝힌 것이다. 이 소식은 뉴욕의 월가는 물론 전세계 자본시장에 그대로 전해졌다. 국내외 투자가 입장에서 보면 깜짝 놀랄 발언이었다. 예상대로라면 포철의 주가 및 DR(주식예탁증서)가격은 폭락해야 했다.그러나 투자자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무디스사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 기관들은 유 회장의 솔직한 발언을 높이 평가했다. 그만큼 회사를 투명하게 경영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하는 듯했다. 회사의 약점을 그대로 밝힌 것은 그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라고 믿는 분위기였다.포철의 구조조정은 바로 잘못된 점을 스스로 바로잡는데서 시작됐다. 매년 수천억원이상의 순이익을 꾸준히 올려온 포철은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경제위기를 맞았다. 투자 자체가 회사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 셈이다.98년 일본의 신일본제철을 제치고 전세계 조강생산 1위업체로 우뚝 선 포철의 최대 약점은 바로 자산효율성이 떨어지는데 있었다. 미래의 정확한 수요 예측없이 신증설을 추진해온 결과였다. 수익성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포철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우량기업이다. 그러나 자산의 효율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그래서 유상부 회장은 취임이후 곧바로 지난 몇년 동안 진행된 투자로 초래한 과잉설비와 저수익자산 정리에 나섰으며 국내외에서 진행중인 모든 투자계획을 원점에서 재조정했다. 처음에는 TJ(박태준 자민련총재)사단의 입성에 따른 일시적인 개혁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돼갔다. 조직원들의 사고방식이 바뀌면서 구조조정도 한층 효율적으로 추진됐다.먼저 연산 2백만t 규모의 광양 2미니밀사업은 중단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미니밀 사업이었다. 앞으로 포철은 1, 2미니밀의 매각 또는 제3자 합작운영도 추진할 계획이다. 글로벌 생산기지 확보차원에서 추진해온 인도네시아 미니밀 합작사업과 스테인리스냉연합작사업도 중단했다. 미니밀용 철원인 HBI 공급을 위해 추진했던 베네수엘라 포스벤합작법인도 매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또 중국에서 추진할 계획이었던 석도강판 사업도 전면 백지화했다. 외압에 의해 삼미특수강으로부터 인수한 봉강사업부문(창원특수강)도 수익창출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 매물로 내놓기로 했다. 이렇게 98년중 투자계획을 조정해 절감한 투자비 규모가 2천4백억원에 달한다고 포철측은 설명했다. 이밖에 건물 차량 등 불용 고정자산을 매각,유동성 비율을 높이는데 주력했으며 적극적인 마케팅활동으로 재고자산도 1천4백억원 가량 줄였다. 유상부 회장은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지난해중 1조1천억원 이상의 차입금을 상환했다고 밝혔다. 포철은 자산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2001년까지 1조원의 저수익 무수익자산을 추가로 처분해 차입금을 줄여갈 계획이다. 포철은 전세계적으로 철강공급 과잉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이같은 중장기적인 구조조정 밑그림을 그려왔다고 한다.◆ 철강엔지니어링 중심으로 사업 재편포철 계열사에도 구조조정의 메스가 가해졌다. 구조조정의 기본 추진방향이 철강본업 집중과 수익성 중심의 사업구조 구축에 있는 만큼 이 원칙에 벗어나는 사업은 정리하는 쪽으로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안을 마련했다. 포스코개발은 일반 건설부문에서 철수,국내외 6개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대신 철강엔지니어링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재편했다. 설계 감리회사인 포스에이씨는 포스코개발에 합병할 계획이다. 포항도금강판과 포항강재는 합병했다. 계열사인 승광(골프장)과 철광대리점 지분도 정리할 계획이다. 자르고 팔고 떼내는 작업이 한창 진행중인 셈이다. 포철은 앞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할 계획이다.생산체계에서도 예외없이 구조조정이 추진됐다. 지난해 3월 유상부 회장이 취임할 때까지만 해도 포철은 「최대생산 최대판매」전략을 펼쳐왔다. 그러나 철강업 시황을 꿰뚫어 보고 있는 유회장은 「적정생산 최대수익」원칙으로 전략을 바꿨다. 모든 설비를 풀가동해 철강제품을 쏟아내면 철강의 공급과잉현상만 심화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철강제품의 경우 값이 싸다고 소비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자칫 생산을 늘리면 늘릴수록 수익이 악화되는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 포철뿐 아니라 국내외 다른 철강업체도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감산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포철은 지난해 조강생산규모를 줄였으며 냉연제품의 경우 연간 1백80만t을 감산했다. 자연히 광양 4냉연공장의 가동률은 뚝 떨어졌다.생산량을 줄이는 대신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강 생산비중을 높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포철은 고급강 생산비중을 현재의 34%(8백10만t)수준에서 오는 2001년에는 42%(1천만t)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포철은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또다른 대안으로 신수요창출에 나서고 있다. 98년에 40만t 가량의 신수요를 창출한 포철은 2001년까지 신수요물량을 2백만t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민영화 대비책적대적 M&A방지 '최선'포철은 민영화를 앞두고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선진기업형 소유지배구조를 갖추는데 총력을 쏟을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5.11%의 지분을 DR(주식예탁증서)발행을 통해 매각했다. 예정대로라면 올 하반기까지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21.07%를 모두 매각해 포철이 완전 민영화된다.포철은 민영화 이후에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1인 대주주의 출현을 막아 전문경영인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포철의 공공적 성격을 감안해 오너지배의 폐해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이다. 유상부 회장은 『적대적인 인수합병(M&A)을 원천적으로 막을수 없지만 정관변경을 통해 다각적인 안전장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먼저 이사회를 사외이사 중심으로 이끌어가기로 했다. 이번 주총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이사수를 19명에서 15명으로 줄이고 사외이사의 비중을 과반수 이상으로 유지키로 했다. 사외이사의 선임도 관련 전문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치도록 할 방침이다.포철은 또 경영권 위협을 차단할 목적으로 전환우선주식 발행조항을 정관에 삽입한다. 전환우선주란 일정기간내 보통주로 전환할 수있는 제도로 필요할 경우 우호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포철은 우선주의 법정 한도인 총 발행주식의 4분의1범위에서 전환우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명시할 계획이다.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1인 대주주의 출현을 막을 우호주주 세력도 가능하면 많이 끌어들이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해 포철은 신일본제철과 1%범위내에서 상대방의 주식을 맞보유하기로 합의했다. 지분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합의였다. 포철은 국내 수요업체중에서도 우호적인 취지에서 포철의 주식을 매입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해외에서 우호주주세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원료구매선은 물론 외국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기업내용을 자세히 알려 전문경영인체제를 지켜간다는 전략이다. 산업자원부도 상당기간 포철이 전문경영인체제로 유지되는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도 국영철강업체를 민영화하면서 안정적 경영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마련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