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사화에서 다시 통합으로 ... 다른 기업과 정반대의 길 선택

소니는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실적면에서 일본의 얼굴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98년3월 결산기에 6조7천5백억엔의 매출(연결기준)을 올려 5천2백억엔의 영업이익을 냈다. 98년9월 중간 결산기의 매출은 3조3천6백억엔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9.8%가 늘어났다. 뛰어난 음향에다 초소형인 전자제품 등을 개발, 일본 기술의 상징으로도 통한다. 「워크맨」 상표의 경박 단소형 카세트라디오에서 비디오 카메라 게임기 휴대전화 컴퓨터 방송기기 등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브랜드 이미지도 구축하고 있다.이뿐만 아니다. 경영에서도 일본 재계를 리드해오고 있다. 소니는 공장별 분사화, 관리직 연봉제 등을 이미 지난 70년대에 실시했다. 94년에는 사내 컴퍼니제를 도입했다. 96년에는 그룹을 사업별로 분리, 사내컴퍼니제를 들여왔다. 아울러 전체 임원의 3분의 1을 정리, 대대적인 감량에 나섰다. 97년에는 경영과 업무 집행을 분리하는 집행 임원제를 처음으로 실시했다. 국제화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외국인의 주식 보유비율이45%에 이른다. 일거수 일투족에 세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소니는 일본 기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제조업의 신화 창출을 주도해 왔다. 불황 때는 앞장서 돌파구를 찾아내는 역할도 했다. 그래서 「소니를 보면 일본 경제를 알 수 있다」고들 한다.그런 소니가 대대적인 개혁을 선언하고 나섰다. 가정용 게임기 메이커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 등 3개 상장회사를 자회사로 만든다. 현재의 컴퍼니(사내분사)제를 발본개혁한다. 10개의 컴퍼니를 4개의 주력 부문(사업본부)과 2개의 단독 컴퍼니로 재편한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SCE를 핵심 사업으로 전환한다. 대규모 감원도 실시한다.조직 개혁의 포인트는 크게 2가지. 그 첫번째는 유력사업 부문을 전부 사내컴퍼니 또는 1백% 출자회사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본업인 일렉트로닉스사업의 컴퍼니제 재편에 맞춰 소니 연결 영업이익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SCE를 2000년1월1일 1백% 자회사화한다. 소니케미컬(전자부품) 소니플레시전테크놀러지(정밀계측기계)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SMEJ 음악) 등 3개의 주요 사업회사도 자회사로 만든다. 이에 따라 일렉트로닉스사업을 비롯, 엔터테인먼트 보험 및 파이낸스 등 유력 사업회사가 본사의 컨트롤을 직접 받게 된다.두번째 포인트는 본사의 이사회가 그룹의 최고 의사 결정기관으로 된다는 것이다. 본사의 이사진들은 6월 주주총회후 최고경영책임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제외한 집행 임원의 겸무를 해제한다.또한 그룹 회사의 수뇌를 본사의 임원으로 등용한다. 그룹 본사는 경영전략 마련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직으로 축소한다. 사업 부문의 목표설정 및 평가, 지원 등의 업무만을 특화한다. 실제 업무 집행 권한을 사업 부문의 책임자에게 대폭 넘긴다. 본사에는 최고 집행책임자(COO)를 두지 않는다. 각 컴퍼니나 1백% 출자회사의 책임자가COO의 역할을 맡는다. 사업 부문의 평가 척도로 세후 영업 이익에서 부채 자본코스트와 주주 자본 코스트를 뺀 「기업가치」를 99년도부터 도입, 실시한다.소니 개혁의 골자는 바로 지주회사의 에센스를 수용하면서도 지주회사형태를 취하지 않는 의사지주제의 도입이라 할 수 있다. 세제 등으로 지주회사로의 이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모의지주제로 우선 타결책을 찾아나선 것이다. 소니가 이처럼 개혁에 나서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소니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에서부터 출발했다. 『소니는 무엇을 하는 회사로 됩니까. 』 이데이 노부유키사장의 전자메일에는 이러한 질문이 쇄도했다. 이데이사장은 95년 취임 이래 AV(음향 영상)기기 중심에서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는데 주력했다. PC참여, CS(통신위성) 디지털방송 출자 등으로 사업 범위를 크게 넓혔다.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사업 확대로 기업 색깔이 애매해지고만 것이다. 오디오 기술자들로부터 『더이상 필요없는 존재가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사내의 강한 가족 의식으로 인해 코스트 삭감 대책도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러한 사풍은 비디오 카메라 미니디스크(MD) 등 고수익 신제품의 잇단 탄생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전후 최악의 불황으로 인해 신사업과 종래형 사업을 양립시키기가 어려워졌다.지난 가을에는 엔고까지 덮쳤다. 본업인 일렉트로닉스사업의 부진으로 99년1~3월의 연결 영업실적이 4백19억엔의 적자를 낼 전망이다. 99년3월 결산기의 영업 이익 또한 지난해에 비해 35%가 줄어든 3천4백억엔에 머무를 전망이다. 이데이사장이 그려온 미래 이미지와 현실간에 괴리가 발생한 것이다.◆ 소니, 일본 경제 이끄는 ‘리더’이데이사장이 백지에서 소니의 모습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그 결론은 바로 「일렉트로닉스가 본업」이라는 것이었다. 소니의 주력은 소비자용 기기를 중심으로 하는 하드웨어 분야. 여기에다 소프트웨어를 가미, 상승 효과를 거둔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을 미래의 핵심사업으로 잡은 것이다. 그 첫번째 대상으로 SCE의 게임기 사업이 선택됐다. 게임기 부문의 영업이익은 98년10~12월기에 이미 본업인 일렉트로닉스 부문을 넘어섰다. SCE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의 연간 판매대수는 2천만대에 이르고 있다. 소니는 결국 일렉트로닉스 사업의 축으로 SCE를 흡수키로 한 것이다.SCE를 자회사화하는데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자회사가 성장을 계속하면서 주식을 상장해 모회사는 공개 이익을 얻는다. 「독립(잇본다치 一本立)=상장」은 일본 기업들의 자회사 운영의 기본 전략이었다. 소니는 이 부분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자회사가 모회사를 뛰어넘어 성공한 케이스로는 후지전기-후지쓰-파낙이 꼽힌다. 기업 변신의 성공 사례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모기업인 후지전기는 성장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이데이사장은 『지금까지는 자회사의 경영을 존중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모기업의 구심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주가를 높이면서 기업 가치를 확대하는 새로운 경영을 모색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소니의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SCE와 SMEJ 등 자회사는 모회사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것이 자회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의사지주경영체제에서 자회사 자율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가 과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소니는 미국형의 「기업 가치 경영」을 앞장서 도입, 실시해왔다. 컴퍼니제 임원회개혁 등을 선도해왔다. 이들 개혁은 거의 적중했다. 호경기 때 다른 기업보다 고속 성장하고 불경기도 어렵지 않게 이겨낼 수 있었다.소니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일본기업들이 스피드 경영을 내걸고 분권화 분사화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소니는 그룹의 통합을 꾀하기 시작했다. 컴퍼니제로 분권화를 일본 기업에서는 처음으로 자리잡게 한 소니. 그러한 소니가 모의지주제를 활용, 여느 기업과는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소니의 개혁이 또다시 성공 신화를 창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