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까지만해도 4백99포인트였던 주가가 20여일만에 1백포인트가 훌쩍 뛰어 6백선을 넘어섰다. 3월 중순(3월11~19일)들어서는 주가가 6백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등락폭도 20포인트가 넘을 정도로 심한 기복을 보이고 있다. 기대감과 불만감이 엇갈리면서 외국 증시의 향방에 따라 급격한 등락을 보이고 있다.최근 증시에 나타나고 있는 특이한 현상은 주가 움직임이 국내요인보다 해외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증시 움직임이 국내 주가와 그대로 연동되고 있다. 미국의 주가가 올라가면 국내 주가도 덩달아 오르고 미국 주가가 내리면 국내 주가도 따라서 떨어지는 형국이다.일본 주가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2월 하순부터 외국인들의 우리나라 주식에 대한 매수가 증가되었다. 이에 따라 국내 주가도 동반상승하는 국면을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는 선진국 증시의 전망과 변수를 점검해본다.◆ 국내 주가, 미일 주가와 동조화하는 이유한화경제연구원은 미국와 우리나라의 주가가 동조현상을 보이는 이유를 우선 투자자들의 심리적인 측면에서 찾는다.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이 미국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미국의 금융시장은 규모와 정보면에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세계 금융시장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통합 정도가 높아지는 것도 동조화 현상을 부채질하는 요소라고 한화경제연구원은 지적한다. 국내 금융시장의 개방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국내증시가 미국증시와 상관계수가 높아지고 있다고 본다.그동안 국내 주가와 미국 주가의 동조화 현상의 강도를 나타내는 상관계수는 시기마다 차이를 보였다. 80년대초와 80년대말, 90년대초와 90년대 중반에는 상관계수가 높았으나 다른 시기에는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시기마다 상관계수가 높고 낮은 것은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기 움직임과 관련있는 것으로 한화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국내 경기의 현재국면은 미국과는 다르지만 당분간 두 나라의 경제성장률 움직임이 같은 방향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또 미국과는 다른 경기순환을 보일 때까지는 주가의 동조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반면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각국의 특수한 경기 움직임을 반영할 것으로 보여 주가의 동조화현상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일본 주가도 최근들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주가와 국내 주가는 96년 이전과 98년12월부터 99년1월을 빼고는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으로 분석된다.일부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일본 증시에 투자를 늘리면 다른 아시아증시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지만 최근들어 아시아 증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기폭제로 작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 경기의 회복조짐이 아시아경기 회복에도 기여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김성권 한화증권 리서치팀장은 『아시아 경기는 한국 태국 필리핀 등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회복국면을 보이고 있는데 일본경기마저 예상보다 조기에 회복국면에 진입할 경우 아시아 경기의 회복을 가속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증시 분석과 전망미국 주가는 한때 1만포인트를 넘어섰다가 18일 현재 9천9백97포인트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윤세욱 대우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데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미국경기는 소비증가에 힘입어 99년에 최소 3%의 높은 성장률이 예상된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 일부증권사들은 3.6~3.8%의 높은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을 정도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는 아직 1.7%의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금리는 인상될 공산이 적은 것도 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미국증시는 하이테크 관련주의 상승에 이어 최근에는 M&A에 따른 은행주 및 유가상승 수혜주인 정유회사의 주식이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앞으로 미국 주가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3월말은 1/4분기를 마감하는 시점으로 포트폴리오 투자가들이 평가받는 시점이기 때문에 주가를 관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3월30일에 열릴 미FRB(연방준비위원회)의 정기모임에서 향후 금리에 대한 목표를 결정할 예정인데 현재로선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일본 증시 분석과 전망일본 주가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금융권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로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세욱 연구위원은 최근 산업생산을 비롯한 일부 경기지표가 하강하는 모습을 멈추고 바닥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98년 4/4분기 GDP(국내총생산)는 전년동기비 3.2% 감소했다. 98년 GDP는 연율 2.8% 감소하여 경기침체는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99년에는 일본 정부가 재정지출의 확대 및 금리인하를 통한 통화완화 정책을 꾸준히 펼칠 것으로 보여 일본 경기가 99년 마이너스 0.5%로 경기 침체가 완화되면서 서서히 회복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된다고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르나 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논리다.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권 구조조정 노력도 일본 주가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일본의 16개 주요은행들이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아 은행권 부실채권 처리에 활용할 것으로 보여 시간이 걸리겠지만 은행부실채권 문제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일고 있다. 일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 금융권 구조조정의 가속화로 인해 외국인들은 두달 연속 지속적으로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 처음에는 소니 등 수출관련주가 시장을 주도했다. 최근에는 은행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해외 경제 변수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불안요인도 만만치 않다. 아시안 월스트 저널은 3월18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문제가 세계증시를 위협할 최대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위안화 평가 절하 가능성 자체만으로도 세계 증시를 흔들 수 있으며 실제로 평가 절하될 경우 세계 주가는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엔화가 달러당 1백40엔대로 떨어질 경우 언제라도 위안화는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미국의 조기금리 인상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미국이 고성장 속에서도 저인플레 기조를 유지하고는 있으나 미FRB의 정책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인플레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어서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아직 임금이 크게 상승하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 미국의 고용시장은 완전 고용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향후 임금 상승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 있다. 미국이 당장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일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상반기말이나 하반기에 금리가 인상할 것이란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유가 상승도 세계 경제에 잠재적인 악재다. 유가 상승은 향후 인플레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엔화의 약세 반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 엔화는 달러당 1백18엔대에서 안정되고 있으나 이는 3월말 회계연도를 앞두고 기업실적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일본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회수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4월초부터 이런 요인이 제거될 경우 엔화가 다시 약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엔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아시아주가의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