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로고 등 과잉설비 해소가 최대 숙제

「제철소같지 않은 제철소」. 광양제철소를 들어서면 이런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우선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다. 단일 제철소로는 지난해 최대규모 조강생산실적(1천3백50만t)을 올린 매머드 제철소이지만 사람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고 여기저기 우뚝 솟은 굴뚝만이 시야에 들어온다. 거의 모든 공정을 자동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광양제철소측의 설명이다.고로공장 4개, 제강공장 2개, 열연공장 3개, 냉연공장4개,원료 및 제품부두, 기타 부대시설 등이 4백60만평에 자리잡은 이 매머드 제철소를 움직이는 인원은 7천6백여명.이정도 규모의 제철소를 철강 후발국이 돌리려면 3만여명이 투입되야 한다. 그러나 광양제철소는 설립이후 자동화와 인원합리화를 꾸준히 추진한 덕에 4분의1 정도의 인원으로도 거뜬히 돌아가고 있다. 경쟁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제철소의 심장이라 할수 있는 제 2고로에 들어서면 이런 경쟁력은 눈으로 확인된다. 10분 단위로 철광석 1백t과 코크스 30t을 넣어 하루 9천t의 쇳물을 만들어내는 이 고로는 4조 3교대로 24시간 가동된다.1개조의 평균인원은 9.5명.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신일본제철의 경우 고로 1기당 평균가동인원은 이보다 많은 10~12명이다. 기술력에서는 신일본제철에 다소 떨어질지 모르지만 1인당 생산성에서는 광양제철소가 결코 뒤지지 않는 셈이다.◆ 고로 가동 평균 인원 9.5명… 일본보다 앞서이같은 획기적인 고로가동 평균인원 감축은 출선구 일발개공(出銑口 一發開孔)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출선구 일발개공기술은 쇳물을 뽑아낼 때만 뚫는 용광로 외벽의 구멍을 단 한번의 시도로 성공시키는 첨단 기술로 광양제철소 제선부 이종열기술행정팀장이 2년여의 노력끝에 개발했다.이 기술개발로 개공시간이 1시간에서 10분으로 대폭 단축됐을 뿐만 아니라 개공작업에 매달리는 인원 또한 12명에서 5명으로 줄어 들었다. 제선부 이팀장은 『이 분야에 관한 기술은 일본 제철소보다 포철이 한수 위』라며 이 기술로 인한 비용절감은 연간 70억원이 넘는다고 말했다.광양제철소의 설비 레이아웃(Lay Out)도 경쟁력의 원천이다. 선진국 제철소들의 각 부문별 공정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반해 광양제철소 전공정라인은 「I자형」으로 배치돼 있다.고로에서 제강공장을 거쳐 열연, 냉연공장으로 가는 흐름이 일렬로 이어지는 것이다. 기존 제철소가 고로출선에서부터 열연,냉연등 최종 제품생산까지 4~5일이 걸리나 광양제철소는 이같은 설비 레이아웃으로 4시간 30분이면 최종제품이 생산된다. 제강부 김준식 2제강 공장장은 『생산공정이 일관되게 흐름에 따라 절감되는 사내 물류 및 에너지비용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라며 세계 최고의 제철소를 만든다는 집념이 없었다면 이런 레이아웃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환경친화형 제철소라는 점도 자랑거리이다. 광양제철소는 지금까지 총투자비의 10.7%에 달하는 9천7백90억원을 환경관련 시설물에 투자했고 이 시설물을 가동하는데만 매일 2억5천만원의 돈을 쏟아붓고 있다.◆ 철저한 폐수관리, 환경보호 만점원료의 수송, 저장,파쇄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가 대기중으로 날아가지 않도록 고성능 집진기, 살수설비등 비산방지시스템을 가동하고 코크스, 고로 등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는 채집해 각 공장 연료로 재사용한다. 코크스로의 유연탄 건류과정에서 발생하는 황화수소는 가스탈유설비로 모아 대기오염을 방지하고 있다.수질오염방지에도 철저를 기하고 있다. 각 공장에서 1차 처리과정을 거쳐 배출된 물은 배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져 화학약품처리를 한후 2차 처리된다. 이 물은 3차 활성탄여과설비에서 한 번 더 여과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물은 다시 각 공장으로 보내져 재사용된다.광양제철소측은 『활성탄 여과설비로 대단위 폐수를 처리하는 것은 광양제철소가 처음』이라며 2005년까지 환경설비에 5백52억원을 추가로 투자, 쾌적제철소 이미지를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거의 모든 공정의 자동화, 완벽에 가까운 환경관리로 인해 광양제철소는 한세기에 한 번 지어질까 말까한 제철소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평가도 현재 광양제철소가 안고 있는 몇가지 현안을 원만히 해결하지 못할 경우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완공해놓고도 가동에 들어가지 못하는 제 5고로 설비와 가동률이 낮은 미니밀공장등 과잉설비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광양제철소 이미지는 달라질 수 있다.★ 이종렬 제선부 기술행정팀장출선구 일발개공기술개발 주역13건 특허 가진 포철내 '최고의 장이'광양제철소 제선부 이종열 기술행정팀장(43)은 포철과 인연을 맺어 성공스토리를 엮어낸 대표적인 인물이다. 75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포철에 입사한 그는 반장, 주임, 계장을 차례로 거쳐 96년 팀장자리에 올랐다. 대졸학력을 갖고서도 팀장이라는 중책을 맡는데는 치열한 경쟁을 해야하는데 그는 고졸학력으로 거뜬히 오른 것이다.그 스스로는 『포철의 혁신적인 인사정책때문』이라고 몸을 낮추었지만 그의 걸어온 길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13건의 현장기술특허를 갖고 있는 「최고의 장이」가 바로 그다.특히 그는 「출선구 일발개공기술」을 2년여의 노력 끝에 개발, 광양제철소의 노동생산성 향상에 획기적인 기여를 했다. 이 기술은 조만간 로열티를 받고 미국 모철강사에 수출된다. 이렇게 될 경우 그는 현장기술 1호 수출자로 포철사에 영원히 기록된다.『일본 후쿠야마 제철소에 기술연수를 갔다가 이기술에 매료된 것이 개발동기입니다. 당시 이 기술은 실용화 초기단계에 있는 탓에 멀리서만 보게 하고 사진촬영을 못하게 하더군요.』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그는 출선구에 물을 집어 넣는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파고 들었다. 뜨거운 용광로에 물을 부을 경우 내화물이 푸석푸석해지는 단점이 있고 자칫하다간 용광로가 폭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었다.그는 2년여를 용광로 곁에서 살다시피하며 기술개발에 매달렸다. 기술연구소 연구원들에게 사비로 술을 사주며 물을 넣는데도 폭발하지 않는 이유를 캐 물어 그 비법을 찾아냈다. 이때가 95년. 이팀장은 『특허기술인탓에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 무엇보다도 현장의 노력으로 경쟁력을 창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