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S/W에서만 성능향상 ... 응용 프로그램 개발 뒤따라야

정보기술의 발전속도는 너무 빨라 현기증이 날 정도다.CPU도 예외는 아니다. 3년전에 구입한 펜티엄컴퓨터는 아직도 씽씽 잘 돌아가는데 벌써 펜티엄MMX 펜티엄프로 펜티엄II를 거쳐 펜티엄III까지 와 있다.지난 2월28일 일반에게 공개된 펜티엄III는 앞으로 일정기간 인텔의 주력 제품으로 일반 사용자에게 공급될 전망이다. 펜티엄III의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사용된 기술은SSE(Streaming SIMD Extension)다. 인텔이 3차원그래픽과 음성데이터 처리능력을 강화한 명령어를 새롭게 추가한 것이다. 따라서 SSE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에서는 3차원데이터 처리속도가 눈에 띌 정도로 빨라진다.그러나 기본적인 구조는 펜티엄II와 큰 차이가 없다. 성능면에서도 SSE를 지원하지 않는 일반적인 프로그램에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펜티엄III의 이런 모습 때문에 인터넷의 일부 사용자들은 인텔이 카트마이(펜티엄III라는 이름이 정해지기 전의 코드명)를 펜티엄III로 이름붙이자 많은 항의를 했다. 기존 펜티엄II와 별로 달라진 점이 없는 상태에서 일반 사용자를 현혹하기 위해 펜티엄III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이들은 펜티엄III의 정확한 명칭이 펜티엄II + α 가 더 어울린다고 주장했다.이 주장은 타당성있게 들리기도 한다. 동일한 클럭의 펜티엄II와 펜티엄III의 테스트결과에서 몇가지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한 결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펜티엄III를 통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는 상태다. 물론 앞으로 상당수의 프로그램 제작업체들이 SSE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의사를 밝힌 상태이기는 하다.과거 인텔이 펜티엄 다음으로 MMX 펜티엄을 발표하였을 때 MMX 명령 외에도 내부 캐시를 더 추가하여 성능이 향상됐다. 다음에 나온 펜티엄II는 하드웨어적인 혁신작업을 통해 성능을 급격히 향상시켰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펜티엄III라는 이름에 펜티엄II정도의 기능향상을 기대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하드웨어적 혁신이 없는 펜티엄III는 사용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만 인텔이 말하는 펜티엄III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나게 될까? 이를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SSE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한다. 현재는 DirectX 6.1(게임 개발 규격)을 지원하는 게임에서만 성능이 향상되고 있다. 물론 이런 환경은 MMX펜티엄에서도 비슷했다. 인텔은 다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MMX를 지원하도록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렇게 성공할만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했다.인텔의 강력한 경쟁상대인 AMD는 이미 10개월 전에 3DNOW!라는 기술을 K6-2에 적용하였다. 이것 역시 인텔의 SSE와 거의 동일한 명령어로 3D 그래픽을 훨씬 강력하게 향상시킬 수 있다. 현재 AMD의 3DNOW!는 대중적이지 못하다. 상당수 게임업체 등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일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의 지원은 미미한 편이다. 또한 3D 그래픽 카드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 중에서는 3DFX만이 계속 지원하고 있다. 10개월 앞선 AMD의 3DNOW!나 이미 인텔이 적용하였던 MMX에서 보듯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현재 시장에서 영향력을 생각해볼 때 인텔이 AMD보다 유리한 입장이기는 하지만 펜티엄III의 모든 성능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앞으로 상당기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현재 CPU 시장은 크게 3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과거에는 하나의 제품라인이 이어졌지만 지금은 베이직PC, 멀티미디어 PC, 서버용으로 각각의 제품들이 출시된 상태다. 인텔 제품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베이직PC에는 저가형 셀러론이 사용되고 있으며 멀티미디어PC에서는 펜티엄II나 펜티엄III, 서버용으로는 제온(Xeon)이 판매되고 있다. 즉 각각의 목적에 맞게 CPU를 구입해야 한다. 인텔은 저가형 셀러론을 AMD의 K6-2 등과 경쟁하기 위해 더욱 단가를 줄인 소켓셀러론을 발표하였다. 기존 슬롯타입에 비해 단가를 더 줄인 제품으로 갈수록 확대되는 1천달러 이하의 컴퓨터 시장을 대상으로 한 제품이다. AMD의 경우에는 베이직PC에 K6-2를 사용하고 있으며 멀티미디어PC에는 K6-3, 서버용으로는 앞으로 출시될 K7을 적용할 예정이다.★ 펜티엄Ⅲ의 시리얼 넘버펜티엄Ⅲ에 새롭게 추가된 부분 중에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이 바로 프로세서 시리얼넘버이다. 이것은 칩의 제작 공정중에 칩 내부에 프로그램되는 96비트의 수치로, 여러 가지 응용프로그램에서 이를 읽어올 수 있다.당초 인텔은 이 기능에 대해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었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컴퓨터에 대한 정보를 보다 정확히 제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CPU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의 경우 현재 신용카드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사용자의 정보를 보다 정확히 얻기는 힘들다. 여기에 펜티엄Ⅲ의 시리얼넘버를 활용하면 컴퓨터에 관한 정보를 보다 쉽게 추적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이트에서 특정한 시리얼넘버의 컴퓨터 접근을 막을 수 있으며, 거래가 이뤄진 PC의 정확한 정보를 보유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발생하고 있는 전자상거래에 관련된 상당수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그러나 이 기능은 많은 사용자의 반대로 선택사양으로 남게됐다. 특히 개인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미국이나 서구 사용자들은 이를 조지오웰의 1984에서처럼 사용자들을 감시하는 도구로 여기기까지 한다. 실제로 이미 펜티엄Ⅲ의 시리얼 넘버를 해킹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여기서 해킹한 시리얼넘버를 누군가 사용한다면 선량한 사용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 물론 이런 것들은 지속적으로 보완되겠지만 인텔의 나태한 정책도 사용자들을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게 했다. 이런 기능을 펜티엄Ⅲ에 넣기 전에 시리얼 넘버의 보안 계획/절차 등을 웹브라우저 개발자를 비롯한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 알리고 사용자들에게도 미리 충분하게 알리지 않은 것이다. 결국 시리얼 넘버는 사용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이 기능을 임의로 On/Off 시킬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사용자가 선택적으로 시리얼넘버의 작동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인텔이 어떤 의도로 이런 기능을 CPU에 넣었든 간에 사용자의 정보를 외부로 유출시키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덤으로 인텔의 이미지를 악화시켜 버렸다. 인텔은 이를 만회할 생각으로 엄청난 금액을 마케팅비용으로 책정한 상태이다. 프로세서 시리얼넘버 때문에 손상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