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처(vulture)란 「동물의 시체를 먹는 독수리」를 뜻하는 단어.따라서 벌처 펀드란 부실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뜻한다. 즉 부실기업에 특화된 뮤추얼 펀드(mutual fund)의 일종으로서 부실자산을 매매하여 차익을 얻으려는 모든 투자자금을 통칭한다. 예컨대 벌처펀드가 도산한 기업을 저가에 인수, 경영을정상화시킬 경우 제3자에게 고가에 매각함으로써 막대한 이득을챙길 수 있다.벤처 캐피털과 비교해보면 고수익-고위험의 투자대상에 투자하는점은 유사하다. 그러나 벤처 캐피털 또는 엔젤 펀드가 창업 및성장초기에 첨단기술 보유기업의 미래수익의 실현가능성에 투자하는 반면 벌처 펀드는 퇴출단계에 진입한 부실기업의 회생가능성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직접투자를 통해 기업경영권을 인수한다는 점에서 뮤추얼펀드와 차별화된다.벌처 펀드는 기본적으로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한다. 이미 망가진기업을 사들이는만큼 높은 투자리스크를 감당해야한다. 반대로이 기업이 정상화되면 상당히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따라서펀드가 해당기업의 장래성을 정확하게 심사·평가할 수 있다면그 어떤 금융상품보다도 매력적이다.80년대 이후 미국에서 성행해온 이같은 성격의 벌처펀드는 아직국내에는 생소하다.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다수의 투자자가 돈을 모아 사들인 경우는 없었다. 외환위기 이후 한때 정부일각에서 벌처펀드의 도입을 추진했었지만 IMF(국제통화기금)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었다. 「한국이 시장원리에 따라부실기업을 퇴출시키지 않고 인위적으로 살리려한다」는 오해를받았기 때문이다.그러나 최근 산업자원부가 산업발전법 시행령에 벌처펀드의 설립근거를 명기하면서 마침내 우리나라에도 벌처펀드가 선보일 전망이다. 이미 민간에서는 상당한 정도의 준비가 진행된 상태여서시행령이 발효되는 5월부터 서너개의 펀드가 출범할 것으로 관측된다. 상당수의 외국계 펀드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또한 벌처펀드에 거는 기대가 크다. 산자부 관계자는 『벌처 펀드는 회생가능성이 높은 부실기업을 빠른 속도로 되살림으로써전체 경기회복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대다수 금융전문가들은 벌처펀드가 국내에 순조롭게 착륙할 수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IMF사태로 도산한 기업들중엔 일시적인자금난으로 넘어진 곳도 많은만큼 금융지원과 함께 합리적인 경영기법만 도입되면 되살아날 수 있는 기업들이 많다는 판단이다.실제로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 캐피털이나 쌍용증권을 인수한 H&Q도 넓은 의미의 벌처펀드로 정의할 수 있다. 지난 3월 최고경영자가 바뀐 동신제약에도 미국의 벌처펀드성 자금이 개입했다. 이들은 투자대상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회생을 확신하고 투자를 결행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