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시대에 굳이 국산을 강조하는 분야가 암호기술이다. 암호기술이 가장 발달한 미국이 제대로 된 암호기술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이 수출할 수 있는 암호기술은 키의길이가 56비트이하 제품이다. 암호전문가들은 56비트 암호정보는12초, 40비트 암호정보는 0.0002초만에 해독할수 있다고 한다.미국기업들은 이 규제를 풀기 위해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미국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미국의 고급 암호기술이 미국 이외의 지역으로 파급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의 암호 규제 정책은 미국 이외 지역에서 암호전문 토착기업이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되고 있다.인터넷지불 및 암호 전문기업 이니텍의 권도균(36)사장은 인터넷의 보급에 따라 암호기술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내다 보고 97년2월 창업했다. 미국의 암호수출 규제 정책으로 RSA나 베리사인등과 같은 쟁쟁한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한국에는 고급 암호제품을 들여올 수 없기 때문이다.이니텍은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팔수 없는 1백28비트로 암호화할 수 있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전자 지불시스템 「시큐리티게이트-128」은 내비게이터나 익스플로러와 같은 웹브라우저에서1백28비트의 암호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품이다. 보안시스템 개발도구인 「RSADLX」, 전자 인증서버 「이니텍CA서버」,지불 및 승인과정을 처리하는 「트랜잭션 서버」, 전자지불을 대행하는 「전자지불서비스」, 전자지갑인 「이니텍월릿」등은 모두 이니텍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고급 암호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 제품들이다. 특히 보안시스템 개발도구 「RSA DLX」는 이니텍의 제품의 근간이 되는 상품이다.이니텍은 지난해 6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20억원의 매출을목표로 하고 있다. 권사장은 앞으로 전자상거래 가 확산되면 매출이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전자상거래의 범위는 쇼핑몰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기존의모든 상거래가 전자상거래 대상입니다.인터넷을 통해 거래할 수있는 재화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항공권 등과 같은 티켓을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일은 이미 미국에선 보편화된 현상입니다. 지불시스템과 인증시스템만 갖춰지면 법원 등 관청의 각종공공서류를 열람하거나 발급하는 업무도 모두 인터넷을 통해 할수 있습니다. 의료보험이나 국민연금 등과 같은 각종 보험료 납부도 인터넷으로 할수 있습니다.』이니텍은 최근 새로운 전자지갑을 개발했다. 이전 전자지갑과 다른 점은 간편한 사용법이다. 이제까지 나온 전자지갑을 사용하려면 먼저 전자지갑 소프트웨어를 전송받아 설치하고 사용자 등록을 해야 했는데 이 과정이 대단히 복잡했다. 그런데 이니텍은 이과정을 단순화한 것이다. 처음에는 소프트웨어만 설치한 뒤 사용자 등록과정은 지불과정과 통합했다.권사장은『새로운 전자지갑은 기술보다 아이디어로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인 제품』이라며 『윈도와 같은 운영체제에 번들로 끼워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